- 동토의 왕국, 그리고 한반도 -
고기잡이 배는 서쪽으로 물살을 가르며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전진하고 있었다.
일본 글씨가 써있는 여러척의 고기잡이 배들이 분주하게 그물질을 하고 있었다.
멀리 수평선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비로 군과 소년은 잠시 선실 안으로 들어오도록”
장재근 요원이 다소 긴장된 얼굴을 보였다.
“이제부터 북한 영해일세. 말했듯이 자네들은 일본 사람으로서 벙어리 어부가 되는 것이네.
북한 경비정의 조사가 있겠지만 크게 염려 안 해도 되네. 무슨 일이 생겨도 입을 다물고 가만히만 있으면 될 걸세“
“ 잘 알겟습니다. 우리는 어디서 내리는 것입니까?”
“원산항 밑에 있는 작은 마을의 포구로 들어가면 안내를 맡은 접선책이 기다리고 잇을 것인즉,
자네 둘은 안내인을 따라 조금 더 들어가야 하는 데 북한 땅에 들어서서는 벙어리 심마니가 되는 것이네.
안내인과 함께 꼬박 이틀 동안 산길을 걸어가야 하네”
“연형묵의 조카는 일본으로 망명하는 겁니까?”
“북한 주민이 일본으로 망명하면 나 죽여주쇼 하는 것과 진배 없지. 아마도 한국으로 같이 들어 갈걸세”
“조카는 홀몸입니까?”
“결혼해서 아이 둘을 낳았지만 연형묵이 숙청 당할 때 일가 친지들도 죄다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는 데
조카 혼자 탈출하여 숨어 지내고 있는 중일세”
“가림토 탁본과 서책이 조카 손에 있다는 게 정확한 첩보일까요?”
“우리 나름으로 정보를 분석한 결과 진짜로 판명했으니 그의 망명을 돕는 것이지”
“음....”
날은 완전히 밝아왔고 갈매기들이 떼를 지어 바다 위를 비행하고 있었다. 육지가 가깝다는 뜻이다.
그 때 기관실에서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북한 경비정이 다가옵니다. 평상시처럼 행동하십시오”
서로를 한 차례씩 바라본 세 사람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서 그물을 깁거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척 하며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천봉 호는 잠시 멈추시라요. 잠시 검문이 있겠시다”
북한 경비정에서 스피커를 손에 쥔 군관의 악센 북한 말소리가 들려오자 천봉 호는 기관을 멈추었다.
“수고하십네다 군관동무. 아침부터 고생이 많슴메다”
선장의 피곤기가 묻어나는 목소리를 뒤로 하고 일단의 군인들이 천봉 호로 건너왔다.
“괴기는 좀 잡았수다레?”
“웬걸요. 쪽바리들이 어찌나 견제가 심하던지 만선이 좀 못됩니다레”
“쪽바리들이 우리 해역에서 잡아가는 물괴기가 얼만데”
“그러게 말입메. 쪽바리덜 땅에 또 한 차례 지진이라도 나야 우리가 재빨리 가서 싹쓸이를 해오면 원이 없겟습메 허헛”
어깨에 소좌 계급장을 단 군관이 한 차례 배를 휘둘러 보고는 의아한 얼굴이 되었다.
“저 두 명 젊은이는 못보던 사람인데?”
“ 아,,,,군관동무. 작은 범죄를 저지르고 잠시 숨어야 하는 젊은이들인데...... 잠시 이쪽으로 와보시라요”
소좌를 선장실로 데려간 선장은 다락에서 꽁꽁 싸둔 물건을 끄집어 냈다
“마일드 세븐 다섯 박스하고 한국산 삼영라면 10박스 입네다. 그리고 여기.....100달러 입메다.
저 젊은이들은 사흘만 배에서 지낸 후 다시 돌려 보내면 됩니다”
“허어 ....이것 참,,, 쪽바리 범죄자들을 자꾸 들여오면 안 되는데......”
“군관동지. 좀 봐주시라요. 이렇게 라도 해야 먹고 산다는 것 잘 아시지 않슴메까?“
군관이 좀 뻣뻣하게 나온다 생각한 선장은 지갑을 열더니 100달러를 더 꺼냈다
“자 여기 100달러 더...... 사흘만 조용히 지내고 보낼겁메다 허헛”
“허..거 참.....알겟시다. 말썽없이 처리하도록 하시오”
“네네. 그럼요. 잘 알겠슴메다 헤헤”
미국 달러의 태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선 200달러면 거금이었다.
곧 부하들을 시켜 물건을 배에 나른 군관은 의례적인 인사말을 건네고 떠나갔다.
“뇌물은 어딜가나 통하는 군요 북한도 별수 없는데요”
“남한 정치꾼이나 고위급들만 썩은 건 아니라네. 북한도 뇌물이면 다 통하는 시대지”
“그런데 진짜 북한이 고난의 행군인지 뭔가를 할 적에 20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다고 하는 데 사실인가요?”
“200만은 개/뿔......다소 많은 아사자가 발생하긴 했어도 북한은 결국 핵을 만드는 데 성공 했다네.
북한으로선 최후의 도박이 성공한 셈이지”
“한국 언론들 설레발은 여전하군요. 진실을 외면하고 거짓 보도로 일관하며 여전히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는
보수 언론들 때문에 앞날이 두렵기만 합니다”
“걱정은 걱정이지. 받아쓰기만 하고 삼류 소설가처럼 상상을 동원하여 지 멋대로 펜을 휘갈기는 보수 언론들이
결국 통일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네”
“장 요원님께선 한국 언론의 폐해를 어떻게 보십니까?”비로의 다소 서글픈 목소리가 배 안을 울리고 지나갔다.
“한국의 보수 언론은 뿌리가 깊어서 손을 쓸 수가 없다네.
한 가지 해결책이 있다면 국민들의 각성이지. 보수 언론의 선동과 거짓에 분노하고 폐간운동을 벌여야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은 일일세. 한국은 언론이 바로 서지 않으면 결코 통일은 요원하기만 할 걸세”
“심각하군요. 언론이 썩을대로 썩었으니....”
“그래서 이번에 가져올 서책도 중요하지. 서책에는 친일파들과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있는
간첩들 명단이 고스란히 적혀 있으니까“
“북한이 보낸 간첩들이 한국의 정계에 있다는 말씀인가요?”
‘물론이다 마다......어디 정계 뿐이랴. 학계. 문화계 재계에도 간첩들은 활동하고 있다네.“
“그럴수가?? 국정원은 그냥 보고만 있는 겁니까?”
“역이용 하려고 그냥 두는 것일세. 그리고 우리도 북한으로 간첩을 보내는 건 피차 일반이니까”
“허??”
스파이들 세계야 말로 진짜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구나 생각할 때 기관실에서 선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곧 항구에 도착합니다. 일반복으로 갈아입고 대기 하십시오”
“비로 군과 소년은 잘 듣게. 지금 시간이 오전 7시 30분, 정확하게 모레 오전 7시 30분까지
이 항구로 돌아와야 하네. 즉, 자네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이틀일세.
이틀을 넘으면 실패로 알고 나 혼자 돌아가야 하네. 잘 알아들었는가?”
“우리를 안내하는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
“ 그 안내인도 우리쪽 사람이니 그 점은 염려 하지 않아도 되네 이제부터 자네들은 김정일 장군에게 바치는
산삼을 캐는 심마니가 되는 것일세. 질문이 잇으면 하게”
“심마니가 되서도 벙어리 흉내를 내야 하나요?”
소년이 천진스레 말하자 장재근 요원이 싱긋 웃었다.
“상황에 따라서 말을 해도 되겟지 하하”
배가 포구에ㅐ 진입하고 닻을 내렸다.
이제 드디어 북한 땅을 밟는 것이었다.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겠네.”
포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심마니꾼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비로와 소년은 지체없이 심마니를 따라 산길로 접어 들었다.
조용한 포구마을의 풍경이 생경했다.
사람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고 가끔씩 개 짖는 소리만이 허공을 때리고 지나갔다.
“이쪽으로.....”
앞장 서서 걷던 우리쪽 심마니 요원이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자 비로와 소년은 배낭을 다시 한번 동여매고 서둘러 따라갔다.
눈에 보이는 풍경들은 한국의 시골 포구와 비슷했지만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어쩌다 간혹 보이는 북한 주민들은 생기가 보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대략 세 시간을 걷고 20분 정도 쉬는 걸음이었다.
오대산 사찰에서 불무도를 배우며. 지리산에서 천부경을 배우며 질리도록 산을 탄 경험이 있기에 힘들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마주치는 맹수들은 때로 간담을 서늘케 해주었다.
“심마니 요원님. 북한 땅엔 호랑이도 잇나요?”
소년의 뜬금없는 질문에 비로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하하. 호랑이는 없다고 봐야지. 그러나 곰이나 늑대. 그리고 간혹 표범은 나오기도 한다네”
‘표범이요? 그것도 호랑이 못지 않은 맹수인데....정말 표범이 있나요?“
‘잇고 말고 내가 직접 보았다네. 그러니 긴장을 풀지 말게나 하하“
표범이라는 말에 비로는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에 숨긴 표창을 매만졌다.
“너무 긴장하지 말게. 북한 땅이지만 그래도 우리랑 같은 핏줄이고 같은 말을 쓰는 동포라네.
수상한 사람들만 만나지 않으면 위험하진 않을걸세”
“수상한 사람이라면?”
‘간혹, 보위부 사람들이 민간인으로 위장하고 산 속까지 뒤지기도 하지만 뇌물을 준비해 준비해 뒀으니
염려말게 자네들만 철저히 심마니꾼으로 행동하면 문제는 없을걸세“
“보위부라면......김정일 직속인데 뇌물이 통한다는 말씀입니까?”
비로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한국은 돈이 남아 돌아서 썩었다면 북한은 돈이 없어서 썩었다는 게 틀리다면 틀릴까.
북한은 김씨 일가가 다 해먹고 한국은 1% 친일파들이 해먹는다는 게 틀리지”
“그렇군요”
“근데 우리의 최종 도착지는 어디라고 했지요?”
“함경북도 길성군 초현리 라는 마을일세. 그곳에 연형묵 조카가 숨어 잇다네.”
‘앞으로 한참 더 가야 합니까?“
“오늘 오후 3시경에 도착할걸세. 도착하는대로 물건을 확인하면 연형묵 조카를 데리고 함께 돌아와야 하므로
좀 지체될테니 부지런히 걸어야 할걸세”
그 때, 앞 쪽 수풀에서 뭔가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곤 뭔가 시커먼 물체가 나타났는데 반달곰이었다.
“억”
비로가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소릴 뱉었다.
앞장서서 걷던 심마니가 뒤를 돌아보며 손가락을 입에 갔다대고 조용히 하란 눈짓을 주었다
‘우워웍“
반달곰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세 사람에게 화가 났던지 가슴을 치며 위협적인 몸짓을 하며 울뷰짖었다.
그 대 소년이 앞으로 나섰다.
심마니 요원이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년이 조용히 곰에게 다가가더니 알수 없는 목소릴 내며 이상한 동작을 취했다
그리곤 곰에게 더 다가가더니 곰의 가슴과 머리를 쓰다듬었다
“저런.....”
심마니 요원의 탄식이 나왔지만 곰은 소년에게 온순한 표정으로 가만히 잇다가 흐으응 하며 오던 길로 되돌아 갔다.
“허......어떻게 한거야?”
심마니가 혀를 내두르며 비로를 바라 보았다.
“우 사형에게 곰을 다루는 비법을 배웟나 봅니다 하하”
‘우 사형?“
‘그런 분이 있습니다 곰을 잘 다루는......“
소년이 돌아오자 비로는 싱긋 웃었다
“소년에게 묘한 재주가 있었군 그려 허허”
“우 사형께 배웠더니 요긴할 때 써먹네요 헤헤”
“어쨋든 잘했네.”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떴다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세 사람은 다시 부지런히 걸었다.
간혹 몇 몇의 약초꾼들을 마주쳤지만 순수한 북한 주민들 이었는지 별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잠시 후면 초현리에 도착할걸세. 비로 군은 물건을 확인하면 바로 돌아오도록 하게”
“요원님과 소년은 같이 가지 않습니까?”
“얼굴이 적을 수록 좋은 것이네. 소년과 나는 한 지점에서 기다릴테니 비로 군 혼자 가는 게 낫겠네”
잠시 후면 가림토 탁본을 본다는 생각에 비로는 가슴이 뛰었다.
스승님이 그렇게도 원하는 물건을.....
“비로군. 이쪽으로 와보게. 저 마을이 초현리일세.
저기 오른쪽에 주황색 지붕이 있는 집일세. 암호를 확인하고 물건을 확보하면 지체없이 이 곳으로 오도록”
“알겟습니다. 지금 가죠”
허리에 두른 표창을 다시한번 확인한 비로는 발걸음을 떼었다
가슴이 더 뛰고 있었다
주민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아이들만 땅에 쭈그리고 앉아서 무슨 놀이같은 걸 하고 있었다.
이윽고 주황색 지붕의 집에 도착한 비로는 노크를 하곤 암호를 대었다
문이 열리고 30대 중 후반의 남자가 비로를 맞이했다
“연형묵의 조카 연성길 입네다.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메다”
‘반갑습니다. 신비로 라고 합니다“
‘이쪽으로.....“
집 옆의 헛간 같은 곳으로 데리고 간 연성길은 짚더미를 치우고 벽에 딸린 나무문을 열었다
“들어 오시라요”
벽 안으로 들어가자 두 평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곧바로 연성길은 또 한 쪽에 쌓아둔 짚더미를 헤치고 푸른 보자기로 묶어둔 매듭을 풀었다
“확인해 보시라요. 가림토 탁본과 서책입니다”
비로는 세차게 뛰는 가슴을 복식호흡으로 진정시키고 물건을 보았다
문 틈 사이로 비치는 빛에 탁본과 서책을 들여다 본 비로는 한참 후에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진품이군요. 고생 하셧습니다. 이제 바로 떠나야 하는 데 준비는 되셨지요?”
‘저기 그게.......“
연성길이 난감한 얼굴을 지었다.
“무슨 문제라도?”
‘그게......제 아이들이 있습메다“
“네?”
“수용소에 있던 아이들을 데리고 왔습메다”
“아니,. 그게 무슨......”
“아이들을 데리고 가도록 해주십쇼”
“허어......이거.....그런 말은 못 들었습니다만”
“속일 생각은 없었슴메다. 아이들은 이곳에 그제 도착 햇슴메다”
낭패였다 아이들이 있다면 지체 될 것은 뻔한 노릇이었다.
시간과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더구나 아이들이라는 데.....
“아이들을 데려 오십시오 즉시 떠나야 합니다”
‘아. 감사함메다. 잠시만 기다리십쇼“
연성길이 집 쪽으로 가자 비로는 배낭에 물건을 챙기곤 어깨에 단단히 동여 매었다
시간이 촉박했다. 내일 아침까지 포구에 도착하지 못하면......
세상의 모든 것들은........(1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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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가나 건져서 매운탕이라도 실컷 먹어야 하는 데....
물고기들이 점점 씨가 말라가니 걱정입니다
항상 안전운전 하시고 즐낚하세요...
떡밥이러도 만지면 손이 편해지거든요 ㅎ
잘보고 갑니다 빠가매운탕 마싯게
끌여드시고 건강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늘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저의 어젯밤 조과는 갈겨니 포함 피래미들 30여 마리....
붕순이는 도도해서 얼굴 함 보여주질 않네요
으쩔끄나.....휴우~~~~~~))
다음 작품은 언제 올리려나.ㅎㅎ
시간가는줄 몰랐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