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15
"물에 드갔드나?"
......
왠일로 그 한마디가 끝이었다
퍼지긋다 묵자
아버지가만들어주신 갈대방석에 앉아 코펠주위로 모여들었다
아이보리색 플라스틱그릇에
쫄깃하진 않지만 적당하게 퍼진 라면을 퍼담는다
"자~국물하고 같이 무라~"
나의 그릇에 라면 국물을 올려주시는 아버지
왜그렇게 어색한건지
빨간 스프기름이 그릇벽을 타고 엉겨 붙는다
"후루룩~"
껄죽함이 베여있는 뜨거운 국물을 한입 삼킨다
눈이 파르르 떨릴만큼의 따듯한 퍼짐이 목을타고 가슴을 쓸어주고 얼었던 몸을 녹이듯 나른해지는 몸
"차에 드가서 몸좀 말리고 나온나"
냄비바닦을 긁는 나에게 수건을 건내시는 아버지
위옷과 바지를 텐트위에 걸어두고 트럭 문을 열었다
서산 꼭데기에걸린 태양이 트럭안을 데워 따듯함이 돌고있다
대충 닦은 수건을 시트에깔고
조수석 대시보드에 양다리를 걸고 의자를 재쳐 누었다
설거지를 도우는 영례 ...
저수지에 빠진 사이 몇마리를 올리셨는지 살림망이 묵직해보인다
말할껄그랬나??
........
슬며시 눈을 감는다
팔에 돋는 닭살 그위로 뻗은 솜털
눈을 감고있지만 따듯한 대류의 흐름이 털끝으로 전해지는듯하다
........
....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떳다
영례의 대가 휘어진체 초릿대를 흔든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거기까지다
다른때면 차에서 내려 당장 물가로 달려가 환호성을 질렀을지도 ...
하지만 고개만 들어 창밖을 볼뿐 다른 행동은 없다
느린걸음의 태양도 산을넘어 그늘을 드리우고 건너편 노조사도 대를 접고 일어선다
아버진?....
두대의 낚시대를 저수지 안쪽으로 드리우고 찌를 만지작거리신다
낚시하는날이면 항상 하는일
외지 낚시꾼들이 버리거나 잊어버린 채비를 모아 깍고 다듬어 재정비를 한다
낚시점엘 가더라도 채비들을 유심히보시거나 만지기만하시고 재활용이 되지않는 캐미나 낚시줄 정도만 구입할뿐
낚시점 주인에겐 썩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얼마하지도 않는 채비를 카피하고선 흐뭇하게 웃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떠오른다
따끔거리는 종아리....
상처의 딱지아래로 고름이라도 차 있는지 통통하게 부어 올라있다
서서히 어두움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손바닦이 캐미의 빛으로 빛나고있다
머리도 다말랐고 몸도 제법 따듯해져 차에서내렸다
"몸좀 데팟나??"
"옷말랐능가 바라~ 탠트 뒤에있다~"
가스버너 위로 쳐진 두개의 빨래줄위로 널려있는 바지와 면티
바스락거릴정도는 아니지만 따듯함에 물기가 말라있다
면티를 목에걸어 쓸어내리때의 그기분
따듯한 보슬거림과 함께하는 마른 가스 향
살에 닿아 천천히 식어가는 옷
바지도 추스려 입는다
따듯하다
완전히 마르지는 않았지만 금새 몸이 훈훈해진다
"자 인자 야광찌 달고 잡아보자 이~"
아버지가 건내는 캐미
수많은 초록빛의 모래조각들이 작은 튜브에 뭉쳐 빛을 낸다
"옷 다말랐뿐네 ~"
바지를 만져 보고 동그래진 영례
"어....."
....
아버지를 쳐다봤다
대를 걷어 캐미를 끼우시는 아버지.
뭐라 해야 하나....
"아....빠~"
..
캐미를 꽂은 낚시대를 던지는 아버지
"불렀으모 말을 해야지~"
.......
그리고 다른 낚시대를 걷어 내신다
"물 마이 찹드제~"
...
"ㅇㅖ....."
"옷 ....
....
"고맙.....심니더~"
...
"머라카노~"
다른한대에 캐미를 다는 아버지..
"부모 자석끼리는 고맙다 카는거 아이다~"
그리고 는 다시 낚시대를 드리우며 조용히 말하신다
"당연한기지~"
아직 어두워지지는 않았지만 수면에 반사되어 내리는 일자캐미가 하나로 일치된다
"얼릉 달고 떤지라 낼 아침에는 매운탕 끼리주꾸마~"
무뚝뚝하던 아버지의 대답에 갈대방석을깔고앉았다
채비를 올리고 캐미를 다는 동안 알수없는 빛이 내가슴속으로 스며드는듯하다
아버지의 낚시대와 영례의 낚시대에 입질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미 몇차례 건져 올려서인지 영례도 아버지도 그리 큰 소리를 내지도 않고 묵묵히 손맛을 즐기며 건져낸다
하지만
...
유독 나만 입질이 없다
수면에반사된 캐미가 엄지손가락만큼 올랐고 아래캐미는 잔잔한 파문에 흔들리기만 할뿐
"니꺼는 입질도 없나??"
살림망에 방금올린 손바닥만한 붕어를 취하며 나의 캐미를 보는 영례
"아까 이만한거 잡았다"
"대가 뿔라질라 카더라"
과장된 표현으로 팔쿰치에 못미치는 길이를 재어보이는 영례의 진지함에 동요하는 눈빛을 보인다
"맞나??"
살림망을 흔드는 물살
찰박거리는 소리가 귓속을 간지럽힌다
물어 줄법도 한데...
찌는 움직임이 없다
저멀리 양떼구름은 어느새 바로 앞 산위에걸려
마지막 불씨를 태운다
서서히 어두워져가는 이시간
시퍼런 수면도 점점 검게 변해가고
서늘함이 교각아래를 가득 채운다
저수지 안쪽에서도 밤낚시를 준비하는지
오가는 랜턴 불 사이로 피어 오르느 장작불
멀지만....
그너머로 어렴풋이보이는 여자아이
태양도 없는 지금
아이는 건저준 모자를 쓰고있다
"찌 안보고 머하노~"
이글거리는 눈동자속 장작불이라도 보셨는지
아버지의 눈동자가 빛났다
"니꺼왔다~"
영례의 작고 낮은 외침
한마디 를 내보이는 캐미빛이 천천히
아주 얕은 움직임을 보인다
배스이후 내게오는 첫 입질을 아는듯
아버지와 영례의 말없는 배려
나의 캐미에만 곁눈질을 줄뿐
누구하나 말을 더하거나 재촉하지 않는다
"톡....."
약았다....
천천히 아주미세하게 움직이던 캐미가
살짝 아주살작 까딱 거렸다
그리고 흔들리는캐미
물아래 녀석의 해엄질에 원줄이 밀리기라도 하듯
휘어져 도는 캐미에 움츠렸던 오른 손을 내렸다
"까딱"
....
아....
무슨생각에 빠져 있었던가
방금 그타임에 챘어야 하는데
내려놓았던 오른 손이 낚시대를 채지도 못하고
움찔거리기만 했다
심장은 내게 질책이라도하듯 사정없이 뛰기시작했다
하지만...
다시잠잠해진 캐미
"흠...."
아버지의 안타까운 한숨이 들린다
"너무 야라 싸치마라~"
"무섭어가 물도 몬하거따"
나의 늦은 챔질을 탓한다기보다는..
격려의 말처럼 부드러운 아버지의 음성
"바짝 얼어가꼬 있노~ 어깨피고"
내왼쪽 어깨위로 오른 아버지의 따듯한손
바늘로인한 상처로 부어있는 엄지손가락의 뻗뻗함이 전해진다
어깨를 주무르는 아버지의 커다란 손으로 전해오는 깻묵향이 코끝으로 전해 오르던차
캐미의 입수에 쥐었던 낚시대를 힘차게 챗다
크다.
.....
묵직함의 정도를 넘어선 느낌
뿌리깊은 노송나무를 거는 느낌이다
"핑~"
그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운 ....
교각의 소나타가 시작된다
아버지와의 추억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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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고 갑니다~
우와..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