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라고 조그만 구멍가게를 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사정이 여의치 않아 전업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중간중간 비는 시간들도 많았는데, 새로운 사업구상을 명목으로 일주일에 두 어번 낚시 다니기도
하였다.
오로못은 그 시절 나에겐 둘도 없는 안식처요 놀이터였고, 시간의 제약을 받지않았기에 꾼들이 붐비는 주말보다
주로 호젓하게 할 수 있는 평일출조가 많다보니 거의 혼자 다니곤 하였다.
그만큼 자주 다니다 보니 오로못에서 겪은 일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당사자에게 미안하기까지 한 웃지 못할 아주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다.
그날도 매일 가던 미류나무 기울어진 포인트로 가서 드문드문 올라오는 붕어들과 다투고 있었다.
초저녁부터 입질이 드문드문 있다가 저녁 10시 넘어서 찌가 내려가고 하나 둘 셋 속으로 헤아리고 있으면
밀어올려주고 하기를 거듭하고 있는데, 그 늦은 시간에 오른쪽 스무 걸음쯤 떨어진 자리로
서너명의 젊은 사람들이 자리잡는다.
혼자 밤새워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오기에 적적하진 않겠구나 하고 낚시에 다시 집중하여 몇 마리
걸어내는데 옆자리 젊은 친구들이 어두워 전 펴는게 쉽지가 않은지 어수선하다.
때맞춰 그 때까지 잘 올라오던 붕어들도 잠잠해지고 하여 조용해질 때까지 쉬는게 낫겠다 생각하고
차에 올라가 한숨 자고 나온다는 것이 그만...
차에서 눈을 떠 보니 날이 훤하다.
이런...밤새 잤던 것이다.
차에서 나와 아침의 상쾌한 공기로 정신 좀 차리고 낚시자리로 갔다.
그 젊은 친구들은 밤에 하다가 갔는지 자리가 비어있다.
아침낚시 좀 하다가 집에 갈 요량으로 짧은 대 부터 미끼를 갈아끼운다.
30대,36대 갈고 40대.......잉? 40대가 어디 갔지?
순간 붕어의 소행은 아닌 것 같고 잉어가 대를 차고 갔나...생각하고 더 살펴보니 받침대도 없어졌다.
얼마나 힘이 좋은 놈이기에 총알차고 낚시대와 받침대를 같이 끌고 들어가노? 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곤
두 대로 조금 더 하다가 낚시대 접고 주변을 정리하는데 젊은 친구들이 하던 자리에 뭔가 보이는 것 같
아 가보니 새로 산 살림망과 뒷받침대가 떨어져 있다.
어두울 때 철수하다 보니 빠뜨리고 갔구나 생각하고 어두워 얼굴은 못봤지만 다음에 보면 돌려줄 작정으로
내 차에 싣고 집으로 갔다.
그날은 하루 쉬고 다음날 오전 습관처럼 오로못 그 자리에 가서 대를 편다.
없어진 40대가 생각났지만 한 번 씩 들고 휘두르고 나면 팔이 뻐근할 무게라 그렇게 아쉽진 않다.
26,30,36 석 대를 펴고 떡밥 달아 던져놓고 주위를 둘러본다.
오른쪽에 세사람이 나란히 앉아서 낚시하고 있다.
낚시대를 던졌다 꺼냈다 하는 모양새로 봐서 아직 서투른 낚시꾼 같다.
그런데 저 사람이 던지는 낚시대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그 때 난 26,30대는 푸르죽죽한 수양대를 가지고 있었고
얼마 전 긴대가 필요해서 36,40대로 수포대를 새로 샀는데
저 사람이 수포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 당시 수포대는 국민낚시대로 흔하게 볼 수 있었기에 난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다시 보니 찌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
살짝 궁금하기도 하여 은근슬쩍 그쪽으로 가서 살펴보니...
허걱...받침대도 내가 가지고 있던 엑셀...
그 와중에 낚시줄은 더 튼튼한 걸로 바꾼다고 녹색 릴줄을 매어놓았다.ㅎㅎ
음...이걸 어쩐다...
바로 그저께 이 자리에서 잉어가 물고 갔다고 생각한 낚시대를 저 사람이 가지고 있으니
이것참 우째 이런 일이...
아주 잠시 작전을 세워야 했다.
난 혼자이고 저쪽은 세 명이지만 성격상 오래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직공 정공법을 시도하기로 했다.
"수고하십니다...(무겁고 긴 낚시대 감당도 못하면서 던진다고...^^;;)"
"예?"
"아 다름이 아니고 저 낚시대 저거 어디서 구한겁니까?"
"와예? 구미 인동에 있는 낚시방에서 산건데요?"
이 친구 뭔가 불안한지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면서 자꾸
"왜 그러는데요?"만 반복한다.
그러는 사이에 그 동료들이 이 쪽으로 모이고...
그러던 말던 난 내 할 말을 단정적으로 한다.
"이 낚시대 내껀데요...인동 어느 낚시방입니까? 같이 함 가보입시더."
"뭐라캅니꺼? 이거 제가 산 거 맞습니더." 하며
동료들의 동의를 구하듯 그쪽으로 시선을 주는데
"이 아저씨 뭐라카노? 낚시방에서 산 거 맞심더."
편들어주는 동료들...
좀 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사나이 답게 지금 이자리에서 인정하고 나한테 돌려주면 아무 문제 안 삼을끼고,
안 그러면 지금 바로 파출소 전화할랍니더."
한참을 생각하고 자기들끼리 상의를 하는 듯 수군거리다가
그 친구 머리를 긁적이며 "아저씨 미안합니더. 여 있심더..." 하며
낚시대와 받침대를 돌려준다.
"아..개안심더 그래도 솔직히 인정하고 돌려주니 내가 고맙심더..."
하고 말하니
그 자리에 더 있기가 어색했던지 세 사람은 낚시대를 걷고 떠나버렸다.
가고 난 뒤에 아참참...생각난다.
저 사람들 살림망하고 뒷꽂이를 줬어야 하는건데...
이러고 보니 나만 살림살이 더 늘었잖아...ㅎㅎ
요즘 고가 낚시대가 많다보니 일삼아 노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때 그 분들은 지금 생각하면
정말 순수하신 분들 같습니다.
어쩌다 보니 옆에 펴놓은 낚시대가 마침 자기한테 필요하여 잠시 빌려간 것이겠죠.
가져간 다음날 바로 그 자리에 낚시 오신거 보면요..^^
그리고 조금만 나쁜 사람들 같았으면 자기들은 셋이고 난 혼자였는데 힘으로 우격다짐으로도
밀어부치려 했을텐데 그러지도 않았고요.
그 때 그 분....지금은 마흔 전후의 의젓한 낚시인이 되어있겠죠?
죄송합니다. 어차피 무거워서 많은 쓰임새도 없었고, 얼마전 누구한테 그냥 준 애물단지 낚시대,
모른 척하고 그냥 넘길 수도 있었는데...
그 일로 해서 양심의 가책을 혹여라도 아직 느끼고 계시다면 훌훌 털어버리시고 이 글 보시거든
살짝 연락 함 주이소. 소주라도 같이 한 잔 합시다. 그 때 두고가셨던 살림망 대신 소주는 제가 사겠심더...
오로못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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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여럿 만났지요
이상하게 꼭 처음산 물건들을 물에 빠뜨리거나
잉어에게 진상하는 징크스가 있어놔서......
50여개 잉어가 가져간 찌중에 낮익은 찌를 갖고 낚시를 하는
지인 "저찌 내 건데"하는 속마음만 품고 말았지만
그런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답니다
완벽하게 남의 물건 취하려고 했으면 다음날 그 자리에 오지를 않았을 것 같은데요..^^
위풍당당님 그런 일이....안타깝네요
손 때가 묻은 물건이 현금보다 더 아쉬운 법인데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생기지 않길 빌어봅니다
잘읽고 갑니다.
제목이 범상치 않군요 일대삼 채바가 딱 조아라하는 배열입니다
순순히 돌려준 젊은이들이 착하네요
조삼님 덕분에 간만에 추억의 그림자를 맘껏 밟아봅니다
제가 아는 어느분은 전날 산 장비 하루 펴보곤
몽땅 서리 당했습니다..
그리고 파트린느님 요즘은 거기 배스가 득실거려서...
경치는 여전히 좋습니다.^^
한사람의 의인과 악당 3명이 오로못에서 만나다. 일진광풍이 휘몰아 치면서 순간...
다찌마와리 한판... 악인은 모두 무릎꿇고 형님! 하며 목숨을 구걸했다. 뭐 이런 스토리가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물론 용기를 내시고 분위기와 언어로 제압하는 것이 병볍에도 이르기를 싸우는 것 보다 더 한 수준 높은 방법인 것은 아는 바이나, 구경꾼들은 남일인지라 뭐가 오고가는 것이 있는 쪽을 은근히 기대하거든요.
물론 제가 한계가 있지요. 소년기에는 무협지.. 청년기에는 이소룡 영화 이런 계통을 밟아온 과정이 있으니 상상의 한계는 명확합니다만. 그러고 지내다 보니 인생관에 문제가 생긴것 같으네요... 맨 이런 생각만 나고요.
아무튼 이 재있는 글 기다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낚시 얼마나 더 수양을 하여야 님의 근사치에 도달 하려나?
아직도 멀기만한 ..................
요즘은 조행기로 출조를 대신하시나 봅니다...^*^
내년 시즌에 추억도 되살릴겸 오로지 출조 어떠십니까?
올해 오로지에서 5짜도 나왔다는데 ㅎㅎㅎ
추운날씨에 건강 조심하십시요^*^
순수함에 추천꾹 누루고 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