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기 친구넘에게 서울서 한번씩 볼 때마다 '함 내려와라... 대구 낚시하기 좋타 아이가...'를 녹음기 처럼 반복했지만...
7월말 삼복더위... 매미 울음소리도 '이거 더워 못살겠다'는 아우성으로 들리는 이 시절에 이늠이 진짜 올줄을 몰랐다.
사무실에서 집사람에게 전화해서 구구절절 빌어서 겨우 1박을 허락받고, 오후 내내 일 하는 둥 마는 둥 부푼 맘으로 기다리는데...
5시 반쯤에 친구넘 전화가 울린다. 받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야. 내려와라', '뭔소리야 아직 퇴근시간 아닌데...'
'그랄줄 알고 느그 회사 후문 아래쪽에 주차하고 있다.' '미친넘.. 히히히... 쫌만 기다려 봐...'
마치 외부 손님이나 만나러 가는 듯 후문 쪽으로 나가니 이넘이 주차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야! 서울서 이걸 몰고 왔냐?'
'심심해서... 몰고 왓지' 이넘이 너구리처엄 실실 웃으며 이죽대고... 우린 오랜만에 어깨한번 툭 치고 약속이나 한 듯이 청도로 향했다.
자주가는 소류지 가는 길에... 길가 낚시점 들러서 옥수수, 지롱이 사고... 못 뚝에 올라와 한번 둘러보니... 초록색과 했살이 어우러져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물은 마치 용광로 속에서 녹아 출렁이는 금덩어리 마냥 눈 부시게 황금빛을 뿜어내고 있고,
나머지 빈공간은 빼곡히 초록색과 하늘색이 채우고 있어서 현실 세계와 동 떨어진 곳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유일하게 숨쉬기 힘들 정도로 더운 날씨와 얼굴위로 흘러내리는 땀방울만이 '야들아! 느그들은 아직 이승 개똥밭에서 구르고 있단다.'라고
일깨워 주고 있었다. 매사 똥배짱으로 인생을 사는 친구넘만 '았싸! 분위기 좋고, 날씨 좋고'를 연발했고 둘다 능숙한 솜씨로 낚시대 편성.
뭐 2~3년에 한번씩 같이 낚시 할 때 마다 '꽝'을 면할 심산으로 외래종 없는 여기로 맨날 와서 포인트 탐색 등은 필요도 없었다. 30분만에 완료.
대편성 마치자 맞은편 용각산에 해가 반쯤 걸려 있고, 그래도 주변은 아직 충분히 밝아서... 청도 읍내로 나가 추어탕 한 그릇 해치우고...
차에 올라타고 3거리를 돌아서는데, 갑자기 차를 청도 농협에 세운다... '어~ 술 안먹고 낚시에 집중... 탱자야!' 내가 한마디 하자 이넘이...
'미친넘아... 이거 한잔 안할라면 내가 왜 왔겠냐? 니가 이뻐서..칫' 하더니 기여이 맥주와 소주, 조미오징어, 족발을 사들고 온다.
'아... 오늘 천기를 읽어보니 4짜 세마리가 새벽 4시 14분에 연안으로 마실 나오는데, 이거 묵고 니는 디비 자겠구나' 내가 한마디 거들고
친구넘 피식 웃더니 '4짜 들이 4시 15분 쯤에 우리 좌측 연안으로 붙은 담에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아서 6시 17분 쯤에 니 낚숫대 우측대부터
훑어서 내한테까지 올탠데 니는 밤새 낚수하고 피곤해서 디비잔다고 고거이 내가 챔질해서 잡겠구나, 역시 4짜는 넘 낚시대로 잡아야지' ㅋ
한마디 더한다. 여튼 그길로 자리오니 이제는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더위도 한풀 내려 앉는거 같고, 밍밍해지기 전에 일단 맥주부터 한 캔.
시원하고 마시면서 초록색 케미가 꼬물꼬물 쭉~~~ 솟아오르면서 7치, 6치 고만고만한 놈들로 잔재미 보느라 정신 없다. 한참을 잡다가
8시쯤에 잠시 입질이 주춤한 틈을 타서 족발에 소주로 다시 한잔하다 의자를 뒤로 눕혀 하늘을 보내 별이 촘촘히도 박혀 있다.
'야~ 옛날에 학교 다닐 때 왜 이맛을 몰랐나 몰라, 뻘짓한다고 서울서 참 시간 낭비 많이 했다.' 이야기를 엮어가 볼 심산으로 한마디 던졌는데..
친구넘이 넘 조용하다. 일어나 둘러보니 이넘이 하염 없이 물위를 바라 보면서 한마디 한다. '친구야... 나 다시 시작한다.' 아주 다시...
그게 뭔말인지 묻고 싶지만... 왠지 그래선 안될거 같은 생각이 들어서 기다리니... 다시 한마디 '나 회사 접고 직원들 다 내보냈다'
모바일 게임 회사를 하는 친구넘은 첫 게임이 나름 대박이라 중국에서 투자도 받고 직원도 100명 가까이 되었는데... 조급한 맘에 최근 2년간
게임은 연거푸 3건 출시했지만 내리 고배를 마시고 어려워 하고 있었다. '투자 관련해서 니가 책임질 부분은 없나?' 내가 툭 내 뱉었다.
'뭐... 내가 횡령을 한거도 아니고... 개발하느라 직원 월급주느라 다 썼는데 그런거 없다.' 친구넘이 걱정 말라는 듯이 내 뱉는다.
그리고 빨아들이는 담배 숨이 워낙길어... 마치 한번의 들숨으로 한개피를 다 태우려는듯 뜸을 들이더니... 더 긴 날숨으로 내쉰다.
'집사람하고 애기는...?' 왜 난 이런걸 자꾸 묻는지... 스스로 한대 갈기고 싶었지만... 중년의 나이란게... 어쩔수 없는 거 아닌가.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한 우선 순위대로 질문이 내 목구녕 주변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처가집에 들어갔다. 나도 같이...'
'장인 장모 얼굴보기 미안해도 어쩔 수 있나? 이래라도 해서 다시 일어서야지' 친구넘이 남이야기 처럼 담담히 이야기한다.
'저 차하고, 이 낚숫대 하고, 니밖에 없다. 킬킬킬' 녀석이 웃지만 난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거기다 증말 이런 내가 싫었지만 '니밖에 없다'란
말이 천근처럼 내 맘을 누르는걸 피할 수 없었다. '걱정마라! 돈빌리 달란 소리는 안할께' 친구넘이 농이랍시고 한마디 했지만...
난 마치 속마음을 들킨것 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미친넘아 힘들면 전화해라... 내가 할 수 있는건 할께'라고 말하는 내 자신이
참 애처로웠지만... 그 와중에도 '내가 할 수 있는건' 이라는 단서를 무의식 중에 달고 있는 내 자신이 무서워지면서 술기운이 싹 달아났다.
망한 친구넘은 멀쩡한데 갑자기 내 볼 위로 물줄기가 줄줄 타고 내린다. 친구의 불행이 맘 아파 흘리는 눈물인지, 이런 내가 불쌍해서 흘리는
눈물인지 나도 영문을 몰랐지만... '미친넘... 아주 ㅈㄹ한다' 친구넘이 한마디 하면서 나도 울다 웃고, 친구넘도 실실 웃는다.
'야~ 뭐라해도 고향에서 밤에 니랑 이래 앉아서리 불쌍한 붕순이들 꼬뚜레하고 소주한잔 할 수 있으니까 아직 살만하다... 걱정마라'
누가 누굴 위로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이말을 그 때 누가 했는지도 가물가물하지만...
월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에 행운이 함께 하시길...^^*
절친과 여름 밤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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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팅하십시다 !!!!
두분다 화이팅입니다~~
젊어서 고생은 싸서 한다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는데 마음이 애잔하네요..
힘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다시 꼭 일어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