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왜 하세요?’ 그렇게만 묻는다면, ‘그냥 좋아서’라고 가볍게 응수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벌건 대낮은 제쳐두고 하필이면 왜 불편할 밤낚시만 골라서 가느냐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분들이 수장(首長)일 아내를 선봉으로 심심찮게 있어서, 그들이 일단 수상(ㅋ)하다고 여겼으니까,
음~, 요것은 좀 공감이 가도록 ‘달콤하고 상냥하게’ 설득력 있는 답변을 해줄 필요가 있었지만,
그랬어도, 저는 혼잣말로 ‘너희(죄송)가 밤낚시를 아느냐.’하고는 역시 ‘좋아서’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시도했더니 이건 돈 벌기(ㅋ)보다 더 어려워서 손들고 만 것입니다.
둠벙에 돌 던지듯이 건성으로 해대는 질문이 아니고, 그 동기가 궁금해서 정색(正色)으로 묻는
경우라면, 그 착한(^^) 사람과 제반여건이 좋을 때에 한두 번쯤 동행해서, 꾼들이 갖은 불편함을
무릅쓰고도 밤낚시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한 가지라도 스스로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집을 떠나면 고생은 시작인데, 그로 하여금 웬만한 불편정도는 돌아서면 즐거움으로 연상케 하는,
그 깨달음 하나가 무엇이든 간에, 그가 낚시의 세계에 들어서는 데에 어떠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밤새 생고생(ㅋ)을 시켰는데도, 그들은 하나같이 다음 주말을 학수고대하고 있었고,
심지어 ‘내가 또 오나봐라!’ 했던 이들도 월요일만 되면 다음 행선지에 관심을 보였으니까요.ㅋ
섬세한 감수성을 지녔고 말주변까지 남달리 뛰어났다하더라도, 한정된 언어의 구사(驅使)만으로는,
찾으려들면 한이 없는 낚시터의 정취와 밤낚시의 매력을 누군가에게 납득시키기가 어려웠습니다.
붕어를 얻고자함이 이유라면, 차라리 대낮에 떡밥 살 돈으로 어물전에서 붕어를 사면 편하겠지만,
꾼만이 그것이 아님을 알기에 질문에 대한 해명은 어렵지만, ‘꽝’을 치더라도 좋다고 또 갑니다.
경무장으로 갔다가 느닷없이 돌변한 악천후 속에서 속수무책으로 진이 빠지게 고생을 했다거나,
외진 곳에 홀로 앉았다가 추상적인 두려움에 사로잡혀 밤새 ‘덜덜’ 떨며 동트기만 기다렸다는 등,
돌발적인 경우만 제외하면, 동지섣달 긴긴밤이라 할지라도, 밤을 즐기는 낚시꾼이라면,
그날 밤이 지루해서 좀이 쑤시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인생이 짧다지만... 낚시터의 밤도 항상 짧았습니다.
텐트내부에 그의 잠자리를 넉넉히 남겨 두었지만, 그는 끝끝내 홀로 밤을 새우고 말았습니다.
세면서 낚시를 했는지, 중간에 쏟아서 세어보았는지, 신통하게도 살림망속의 붕어가 78마리라고
기억하는 그는 일행들이 남겨놓은 떡밥마저 훑어 바닥을 내면서 새벽까지 열중하고 있었습니다.
좀 전에 도착해 이슬로 바짓가랑이를 흠뻑 적신 꾼들이 그의 뒤편에 서더니 갈 줄을 모릅니다.^^
‘언제 거두실 거예요?’ ‘아, 떡밥을 쓰셨군요.’ ‘와~, 정말 대단한 솜씨네요...’ ‘고수시네요.’ㅋ
대바구니에 3개도 들어갈 정도로 콤팩트하게, 헤드만 구입해서 손수 만든 3단 받침틀 하나,
그 유명한 S사의 ‘노랭이’를 본 따서 만들었을 K사의 훌륭한 ‘짝퉁노랑이’ 21번대 하나,
값싸고 실용적인 W사의 경량급 가느다란 글라스받침대 2단 하나,
둘러보면 아무데서나 보이는 흔한 플라스틱 떡밥그릇 하나. 붕어들이 들어찬 살림망 하나.
그리고 졸지에 ‘도사(道士)’가 된 초보꾼 한명이 그들에게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습니다.^^
이 땅에 태어나 살아야하는 백성(ㅋ)들처럼, 밀린 시험공부를 벼락치기하느라고 밤을 꼬박 새운
적이 그도 있었을 테지만, 성적향상을 꾀하려는 자신의 성취욕이나 그 후 따를 주변의 칭찬 등에
연연(戀戀)하지 않는, 오로지 낚시의 순수함에 매료되어, 참으로 고즈넉한 밤, 신선한 공기 속에서
물가에 앉아, 생소하고 신기한 밤의 정취에 흠뻑 젖어보기에는 그에게 그 밤이 짧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심(私心)없이 마음 편하게 즐겼던 그날 밤을 초보는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신라세계 박십왕, 석팔김씨삼실팔, 삼성오십육대왕 992년간...
요즘도 역대 왕(임금)들의 이름까지 순서대로 외우며, 신라는 박씨가 10명, 석씨가 8명 그리고
김씨 왕이 38명이었다고 기억하고들 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뇌리 속에다 주워 담을 수밖에 없었던 지겨운 5060시절을 저도 살았습니다.
그리고는, 정작 알기 쉬웠을 이슬 맺혀 함초롬한 풀숲의 들꽃들 이름을 아직도 다는 모릅니다.
그도 이제는 필요 없는 것들을 조금씩 버리고, 더불어 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애써 눈여겨보고,
서로의 존재 의미를 허심탄회하게 알고 알려서, 낚시로 인해 깨닫게 되는 온갖 사물의 진면목이나
그가 누릴 자연의 지고한 사랑으로 그 빈자리를 알차게 채울 수 있는 꾼이 되어갔으면 합니다.
사위가 밝아오자마자 장비를 챙기는 고참꾼들이 그에게는 얄밉고 이해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햇살이 분부시게 퍼지면 정신은 말똥하더라도, 꾼들의 육신은 자신도 모르게 이미 파김치가 되어있어서
주의력도 산만해지고, 그 결과 밤중에는 파악이 쉬웠던 미세한 입질도 번번이 놓칩니다.
더구나 자리를 이어받으려고 떡밥을 미리 반죽하면서 애태우는 꾼들이 기다리고 있잖습니까.^^
단출한 장비와 차림만으로도 얼마든지 홀가분한 낚시를 즐길 수 있음이 이렇게 사실인 것이거늘...
어두운 수면에서 두둥실~ 떠오르던 환상적인 찌의 솟음을 꿈속에서도 보는지,
곯아떨어진 채 짓는 엷은 미소로 미루어, 그의 마음은 아직 낚시터에 그렇게 머물러 있습니다.^^*
홀가분하게 즐기는 낚시 ⑫ -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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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대하니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먼저 그간의 안부를 여쭈어 봅니다
글을 찬찬히 읽어보며
저의 낚시관을 한번 정리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낚시의 형식이나 장르에는 구애 받지 않고 있습니다만
아직도 장비 욕심에서 그리고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조졸의 한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나마 요즘은 조과에서는 벗어나 그저 즐기는 낚시, 행복한 낚시는 조금 흉내내고 있습니다
제 자신이 좀더 내공을 쌓아야 틀에서 벗어나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지요?
항상 안출 하시고
건강과 행복을 기원드립니다
행복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일진데 요즘은 한결같이 마음 밖에서 찾고 있지요
자연 그대로를 버리고 욕심대로 마구 뜯어 고치고 바꾸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심지어 부모님이 물려준 신체까지도 쉽게 깍고 쳐바르고 부치며 희희낭락거리는 신 세태들
있는 그대로를 감사하며 보전하려는 상식은 어리석음의 상징이고
매사 평화롭게, 정직.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노력따위는 무능력으로 치부됩니다
평온을 위해 한발작 비켜서면 그 또한 바보가 되는 세상이니 질서의 근간이 실종되는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잘 먹고 잘사는 방법만 가르쳤지...바르게 사는 방법을 등한시한 우리네 세대의 책임이 아닐까요
낚시란 모름지기 일상사를 벗어나 잠시 자연과 더불어 쉬고자 함이니 무슨 욕심이 있겠냐만은
물가마다 비쳐진 풍경은 그렇지만은 않은게 사실입지요
중앙을 향해 길어지는 장대와 옆으로 쫙 펼쳐진 크고작은 십여개의 낚시대들
아무리 생각해도 낚수놀이 보다는 고기를 잡기위한 방편으로 보여지는건 나만의 착각일까요
건너편 외진터로 밀려나 한두대 펼쳐놓고 유유자적하는 노조사의 소박함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집중과 오랜 경험에서 축적된 테크닉으로 말미암아 아기자기 재밌는 웃음과 여유로움이 한껏 배인 단촐하면서 편한 낚수
쉬고자 함이니 쉬면 그 뿐인것을 무에가 부족할꺼나
세월의 흔적과 추억이 묻어나는 소중한 나만의 장비
틈날때마다 정성스럽게 닦고 기름치며 예나 지금이나 마냥 즐거워하는 .... 그것이 낚시가의 행복이 아닐런지......
좋은 만큼 절제도 필요하고.... 정성도 필요하고.... 조심도 필요하고....
미천한 글입니다 - 흉잡지 마이소
오랜만에 선배님의 글을보게되니 너무도 반갑습니다
혹시나하고 추억의조행기란을 뒤졋는데 빨리찾았네요^^
좋으신말씀 가슴에 잘 새기겠습니다
연세도 많으신데? 건강유의하시고 안전한출조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