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차렸을 때 환한 형광등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둘러보니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곁에는 우리님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백 바늘이 넘게 꿰맸어. 피를 너무 많이 흘렸데 손등에 핏줄 서너 개가 끊어져서
출혈이 심했던 모양이야. 다행이 인대는 끊어진 것이 없다고…….”
“제 전화기 좀 주세요.”
우리님이 내 핸드폰을 충전기에 꽃아 놓았던지 테이블 위에서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핸드폰화면을 열고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 걸려온 전화가 없었다.
아내에게선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아내의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아내의 핸드폰을 걸때면 들려오던 잔잔한 클래식의 통화대기음을 계속 듣고 있노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왜, 도대체 무슨 일이야! 집사람이 실종되다니 상황이 어떻게 된 거야?”
“집사람하고 애들이 납치된 것 같아요. 핸드폰만 길가에 버려져 있고…….”
나는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슬픔에 목이 메여 더 이상 이야기를 이어 갈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눈물이 품어져 나왔다.
“세상에 어쩌다가 그런 일이……. 확실한 거야. 혹시 다른데 가거나 한건 아니고.
다퉈서 처갓집이나 다른데 간 건 아니고?”
“형님, 저 이젠 어떻게 해야 돼요? 만약 집사람하고 애들한테 뭔 일이라도 있다면
전 이제 어떻게 살아야 돼요?”
“아직 정확한건 아니니깐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말아.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더 차려야지
이게 무슨 짓인가? 보니깐 테이블 유리를 주먹으로 쳐버린 것 같던데…….”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현기증이 핑하고 일었다.
피를 많이 흘렸던 탓인지 어지러웠다.
그런 나를 우리님이 만류했다.
“그 몸을 해가지고 어디를 갈려고?”
“저 집으러 가야돼요. 새벽에 처남들이 오기로 했어요.”
“안 돼, 그리고 수혈이라도 끝나고 가야지 지금 이 상태로 어딜 간다고.
그리고 처갓집 식구들한테는 현기증에 쓰러지면서 유리를 짚어버렸다고 말해. 알았지.”
“아니요. 저 지금 가야돼요. 준식이하고 준구, 집사람 찾아야 돼요.”
우리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지러운 현기증에 힘을 쓸 수가 없었다.
“힘쓰지 마. 그러다 다시 핏줄이 터진단 말이야.”
일어서러 발버둥치는 나를 못 일어나게 누르며 그가 나를 설득했다.
“큰 처남이 경찰간부니 어련히 알아서 조치했겠어! 이럴 때일수록 조급함을 버려야 해…….
차라리 이곳에서 생각을 정리해 보자. 몬테님!”
내가 집으로 가려는 걸 막으려 한 말이었겠지만 그만이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말에 수긍한 것을 느낀 것인지 그는 나를 부여잡고 있던 팔에 힘을 풀었다.
“납치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나? 납치 말고 다른 경우의 수가 없는 것이 확실 한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근거는?”
그가 차분하게 내게 되물었다.
그가 썼던 소설 중에 한편이 추리소설이었다.
그 소설을 읽으며 그의 논리적 사고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느꼈기에
나는 그에게 의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최근에 심경의 변화가 발생할만한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열한시쯤 마지막으로
통화할 때도 아무런 이상한 점이 없었고요.
네 시에 처갓집을 나서면서 집으로 간다고 했다는데, 네 시 반에 준구 예방접종 예약까지
해 놓은 사람이 연락도 없이 사라질 이유가 있겠어요?
우리님도 아시잖아요. 우리 집사람이 애들 일이라면 세상 어떤 일보다 우선이라는 걸.”
“그렇지. 그건 알고 있지. 그리고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는 걸 보면
나도 자의에 의한 가출은 아닌 것 같은데…….”
그때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면서 그와의 대화가 단절이 되었다.
막내처남에게서 온 전화였다.
나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혹시 무슨 소식 있는 거야.”
내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막내처남의 풀이 죽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큰형님하고 같이 집 앞에 거의 다 와가. 다른 형님들은 다 왔는가 싶어서.”
지금 처남들이 우리 집 쪽으로 오고 있는 중인 것 같았다.
“나 지금 집이 아닌데…….”
“그럼 어딘데? 곧 올 거야?”
나는 막내처남의 말에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런 마음을 읽은 것인지 우리님이 전화기를 자기에게 달라는 듯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에게 전화기를 넘겨주었다.
“예, 오랜만이네요. 저 김진웁니다. 예, 큰형님 좀 바꿔 주시겠어요.
예 저 김진웁니다. 아, 예…….예…….”
우리님이 전화기를 넘겨받자 창문 쪽으로 가서 통화를 하는 바람에 수화기 너머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우리님과 내가 친 혈육처럼 지내다 보니 우리님과 처남들도 어느 정도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 철열이 병원에 있습니다. 예. 신경을 너무 많이 썼던 모양인지 현기증에
쓰러지면서 유리를 집어버린 모양입니다.
예…….예……. 너무 걱정하지는 마세요.
출혈이 많이 심했다는데 다행이 봉합수술은 다 끝났습니다.
예…….다행이 인대는 끊어진 곳이 없는가 봅니다.......
아니요. 아니요. 이곳으로 오실필요 없습니다.
이곳은 제가 있으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마시고 동생 분 찾는 일에만 집중해 주세요
……. 예, 그렇지 않아도 당장 달려가겠다는 걸 겨우 붙잡아 놨습니다.
예……. 예……. 제가 일단 같이 있을 테니까 돌아가는 상황들 바로 연락 좀 부탁드릴게요.
예…….아마 운전도 당분간 힘들지 않을까 싶으니 움직여도 될 것 같으면 제가 태우고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예……. 예……. 별일 없어야 될 텐데 걱정이 많이 되네요.
형님이 계셔서 다 잘 해결되지 않을까 안심이 되네요.
예……. 예……. 예……. 알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끊고 한숨을 푹 쉬었다.
“살면서 이런 일이 없어야 되는데, 정말 걱정이 이만저만 되는 게 아니네.
혹시 뭐 집히는 게 없나? 그래도 젤 가까이 있었던 사람이 자넨데 뭔가 집히는 게 없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최근에 이상했던 일이나 의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들이 떠올려 지지 않았다.
“평소와 하나도 다른 것 없는 일상이 계속되었어요. 이상한 부분이나 경계심을 느낄만한
일들조차 아무것도 없었어요.
우리님. 이런 경우가 어떤 경우가 가능한 것인지 좀 말씀해 주세요.
이런 경우 피해자들이 어떻게 돼는 건지? 찾을 수 있을까요? 건강하게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 심리적으로 혼란에 빠져있는 내게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경우, 단순 가출을 제외하고 서너 가지로 집어 볼 수가 있을 것 같아.
모든 건 다 가정일 뿐이고 내 생각일 뿐이니까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가볍게 들어줬으면 좋겠어.”
그는 아직도 망설임이 있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걱정 말고 이야기를 해주세요. 뭔가 고민을 해봐야 되겠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을
해 들어가야 될지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 저는 상관 말고 가감 없이 말씀해 주세요.”
“첫째는 일반적인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야. 단순한 강간이나 강도목적으로 납치된 경우지.
하지만 그 경우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왜요?”
“돌 지난 간난아이를 안고 다섯 살 난 어린아이를 데리고 가는 여인을 범행대상으로 삼는 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쉽지 않을 거야.
아무리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그 내면에 깔린 인간의 본성이 차라리 다른 대상을 찾게 만들 거야.
단순히 칼을 들이밀고 돈을 뺏는 정도의 행위라면 모를까.
강도나 강간을 목적으로 갓난아이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여인을 납치한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네.
그 어린애들을 바로 죽이려는 마음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면 모를까?
그런데 그 경우 범죄의 크기에 비해 그 목적물이란 것이 너무 작아.
자네 같으면 한 여인의 핸드백 안에든 작을 돈을 얻기 위해 어린애 둘과 엄마를
납치할 마음이 들겠는가?”
그의 말은 논리가 정확했다. 아내가 단순 범죄의 희생양이 된 경우는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마음이 조금 안정 되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어둡게 변해갔다.
“차라리 그 편이 더 좋은데, 단순범죄의 경우 범죄행위가 끝나고 나면 대부분 피해자는
쉽게 돌아 올수가 있거든, 어떤 일을 당했던 죽음까지 이르는 경우는 많지가 않아.”
“그……. 그럼요?”
“두 번째 경우는 무목적적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야.
아무런 목적도 없이 저지르는 범죄 일명 사이코패스적 범죄지.
이 경우가 가장 치명적이긴 한데 가능성이나 확률이 많이 떨어지는 이야기야.
소설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사이코패스적 범죄들이 자꾸 조명을 받다보니 그 범죄가
보편화 되어 있는 걸로 인식하기 쉬운데 사실 그런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는 로또에
당첨되는 것 정도로 희박하다고 봐야 되겠지.”
그는 잠시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이게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일 것 같네.
자네에게 많은 돈을 요구하기 위해 유괴를 했던, 원한에 의한 유괴이던 계획된 범죄일 경우지.
하나씩 정리를 해보세.
자네에게 돈을 요구하기 위해 유괴한 경우. 이 경우가 힘들긴 해도 우리에게 제일 바라는 경우야.
범인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 주거나 협상을 해 볼 수도 있고, 이런 경우 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갈 만큼의 범행 동기가 필요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무조건 자네가족들을 무사히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건 아니지만,
그 나마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일거야.
다음으로 원한관계 때문에 세 사람을 유괴한 경우야.
이 경우는 너무 변수가 많아서 무어라고 쉽게 말할 수가 없을 것 같네.
그 사람의 원한의 강도가 많은 변수가 되어버리닌까.
어쩌면 가장 쉽게 해결이 될 수 있고, 가장 어려운 경우 일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유괴는 했지만 사람을 해칠 만큼의 사람이 아니라면 중간에 쉽게 돌려 보낼 수도 있고,
원한이 사무친 사람이라면 이미.......“
그는 차마 죽음이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내 머릿속엔 가족들의 주검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 순간 내 속의 악이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내 두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앙당문 어금이에서는 독이 품어져 나왔다.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다 씹어 먹어 버리고 말거예요. 내 영혼을 팔아서라도,
지옥 끝까지라도 찾아가서 질근질근 씹어버리고 말거예요.”
내 살기어린 표정과 눈빛을 본 탓인지 그가 흠칫 놀랬다.
“차분해 지게. 냉철해 져야 돼. 이럴 때 제일 장애가 되는 건 감정이야.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모든 변수들을 살펴봐야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가 있어.
흥분하는 순간 모든 건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고 마네.
자네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란다면 냉철해 지게.”
“죄송해요.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당연한 거지.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해도 지금 자네와 같았을 거야.
그럼 계속 정리를 해보세.
돈을 노리고 유괴한 것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아무것도 없을 거야.
범인의 요구가 시작되면 그때부터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네.
하지만 원한에 의한 것이라면 그 누구보다 자네가 가장 잘 알 수 있을 거야.
원한에 의한 유괴라고 가정하고 자네 스스로 그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을 생각해 보게.”
나는 어디서부터 생각을 정리해 봐야 될지 막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님도 아시다시피 김선생님의 양자가 된 후, 누구에게 원한 질만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와 감정을 쌓을 만한 사람도 없고요.
그 이전이라면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겠지만 너무 오래전 일이에요.
감방에서 김선생님과 우리님, 그리고 제가 만났을 때가 만났을 때가 만 육년 전이예요.
그때도 삼년 수감생활을 끝내고 출소한 바로직후라 그것까지 합하면 근 이십사 년에서
십 년 전까지의 일중에 한 사람일 건데,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난일 들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원한이라는 것이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없어질까?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복수란 것이 포기할 수 있는 것일까 싶네만,
일단 최근부터 역순으로 짚어 가보세.
내가 보기에도 최근 육년 동안의 삶속에서 자네에게 원한을 가질 만한 사람은 없을 것 같네.
그럼 교도소 출소후 재수감까지는 몇 개월의 터울이 있었나?
그 기간 동안의 일들을 돌이켜보게.”
“삼개월 정도였어요.”
“그 기간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 있어? 무슨 일 때문에 다시 감옥에 들어 왔는데?”
그 삼개월의 기간을 생각해 봤지만 뚜렸이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제집처럼 드나들던 교도소였지만 그때 삼년간의 감옥생활 후 출감했을 때
나는 심한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어쩌면 나는 김선생님과 우리님을 만나기 이전 바로 그때 변화가 시작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삼년간의 옥살이를 하기 전 교도소에 들어가기 몇 달 전부터 나는 이미 전의를 상실해 버린
투사처럼 세상에 대한 분노도 투지도 모두 사라져 버렸다.
나를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은 그날 새벽 내 머리 속을 가득 채우던 그 영상,
이름도 알지 못하는 한 여인의 모습 때문이었다.
내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던 20살 시절에 내가 소희를 겁탈하면서 내 안의 선을 봉인했지만,
십여 연전 내가 그녀를 겁탈할 때 그녀가 아이의 손을 잡아주던 짖던 그 미소가
내 안에 봉인되어 있던 선의 봉인을 풀어버린 것이었다.
그 후 나는 범죄를 저지를 수 없었다.
악이 나를 지배하던 시절,
마음껏 짓밟아도 느끼지 못하고 있던 죄책감이라는 놈이 살아나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삼년의 감옥생활 내내 그 미소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저질렀던 그 숫한 범죄의 피해자들의 얼굴과 나로 인해 변화되었을
그들의 삶이 떠올라 나는 너무나 괴로웠다.
출소 후 나는 오직 무기력증과 술로 지냈다.
매 순간 죽음을 꿈꾸던 시절이었다.
몇 번 자살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악이 사라져버린 나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였다.
바로 자살을 실행하기 전의 문턱에서 나는 번번이 주저앉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일로 다시 감옥에 오게 된 거야?”
내 깊은 상념을 깨뜨리면 우리 님이 내게 다시 물었다.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건너편 테이블에서 한 건장한 남자가 술을 마시다
나와 눈이 마주쳤어요. 그 남자가 째려보기에 왜 그렇게 보느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내 눈 가지고 내가 보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손가락으로 눈을 찌를 듯이 위협을 했어요. 눈 않깔아 하구요.
그랬더니 그 남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는 거예요. 찌를 자신도 없으면서 하는 것 처럼요.
그래서 바로 찔러 버렸죠.”
우리님이 놀라는 기색이 느껴졌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한쪽 눈이 실명이 되어 버렸어요. 우리님 제게 과거의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거예요.
그럼 이정도 가지고 놀라시면 안 될 거예요. 제가 전에 말씀드렸쟎아요.
제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우리님은 상상도 못하실 거라고요.”
“일단 지금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사건 해결을 위한 것들이야.
나도 이제부터는 제 삼자의 이야기처럼 자네 이야기를 객관적인 느낌으로 받아드릴게.
걱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주게. 그럼 그는 어떻게 됐지?”
우리님은 그를 용의 선상에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그는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김선생님이 합의금으로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을 만큼의 돈을 지불했다는 것만 알아요.
덕분에 저는 몇 년 옥살이 해야 할 일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죠. 하지만 그는 아니에요.
출옥하고 그를 한번 만나 적이 있었어요. 그는 나와 같은 부류의 인간 이예요.
콩팥하나 내다 팔아도 몇 천 받는 게 고작인데, 눈 하나 내어주고 이렇게 큰돈을 받게 된 것이
복권당첨된거나 진배없다고 제게 고맙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런 부류의 인간들을 잘 알아요. 절대로 그는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모든 가능성을 부정해선 안 되네. 자네와 연관되어서 그렇게 쉽게 많은 돈을 받아본 경험이
오히려 자네를 다시 범행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도 높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추리에 나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꺼낼 때부터 그가 나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가 범인이 아닐 거라는 단정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가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가…….”
“섣불리 단정 짖지 말게. 지금은 부정도 긍정도 아닌 가능성만을 생각해 보면 되네.”
그때 핸드폰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급한 마음에 손에 링거바늘이 꽂혀 있다는 것도 잊고 손을 뻗으려 했다.
오른손에 강한 통증이 느껴져 이빨을 깨물었다.
핸드폰 액정을 보니 비늘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우리님이 비늘님 전화인걸 보고 대신 받았다.
“예. 비늘님……. 제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지금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상황이 못 되어서……. 예……. 예……. 그런 것 같아요.
지금 몬테님하고 같이 있으니 제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예……. 예…….”
전화를 끊고 그는 다시 나와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한참 추리를 해나가던 집중이 흐트러져서인지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사람 외에 그 기간 동안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이나 사건은 없었나?”
“예. 원룸에 두문불출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주친 사람조차 거의 없었어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번 놓치고 지나가버리면 다시 돌이키는 게 힘들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그 삼개월동안 일을 떠올려 보게.”
그의 말대로 그 삼개월 동안의 일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았다.
회색빛이 짖은 그 시절의 기억들이 떠올려 졌다. 은둔과 고뇌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시절을 자세히 머릿속에 그려낼 수가 없었다.
자꾸만 아내와 애들의 모습이 떠올려 졌다.
우리 님과의 대화를 통해 잠시 잊고 있던 현실이 그대로 살아나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없이 우울해 졌다.
그런 내 상태를 읽은 것인지 우리님이 내 어께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잠시 나갔다 올게. 조금 쉬어. 그리고 절대 내가 돌아오기 전에 무리하게 움직이면 안 되네.
대충 정리 좀 해놓고 올 테니까. 알았지?”
나는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저히 그곳에 그대로 있자니 마음이 조급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빨리 밖으로 나가서 상황을 파악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우리님이 병실을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밖으로 나가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을 때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항생제라며 팔에 주사를 놓아 주었다.
미리 내가 나갈거라는걸 알고 우리님이 수면제를 놓아 달라고 부탁한 것인지
그 주사를 맞고 간호사가 혈압을 체크하는 동안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p.s 애로소설은 인기가 많았는데, 추리소설은 인기가 없는것 같아서 애로가 많네요....ㅋㅋㅋ
2013 몬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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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17
화이팅!!!!!
그리고
대단 하십니다!!!!!
어서빨리 다음편이 올라오길 !
붕어우리님 좋은 글 읽음에 감사합니다
상당한글솜씨네여 앞으로 전개가
기대됩니다
저수지그녀보다
추리소설이라 그런지
깊이빠져드네여
소설
하늘이여땅이여 에서
함흥차사를 제조명 했던것에
그책을 세네번 읽은것만큼
우리님글도
대단하십니다
제발.....
길게.....길게 갑시다
붕어우리님
화이팅입니다
힘내시고 자주올려주세요^^ 추천 쾅!!쾅!!---- 잉? 두번안되네 ㅎㅎ
미안하지만빨리다음편 ㅋㅋ 알지요 추천꽝하고 퇴근합니다
걍~~빨려들어가네여 담편무지 기대돼네여~~^^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