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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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몬테. 3

자동차 전용도로를 타고 광주에 진입할 무렵 휴대폰의 화면이 켜지며 벨소리가 들려왔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12시 20분이라는 시간과 큰처남이라는 통화자 명이었다. 아내의 전화가 아니라는 사실에 상실감이 일었다. 전화를 받았을 때 큰처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해 보였지만 내심 흥분과 두려움을 감추고 있는 느낌이 다분히 들었다. “이 서방 지금 어디쯤인가?” “예 방금 광주에 진입했어요?” “그럼 일단 광산경찰서 동부 지구대로 가. 거기가 제일 가까울 거야. 핸드폰 위치 추적을 하려면 자네가 직접 가야 되는가 보네. 일단 내가 전화는 해 놓을 테니깐 거기 민원실로 가면 알아서 조치해 줄거야.” “예 형님, 근데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도 없는 거예요.” “무슨 일이 나긴 난 것 같아, 일단 운전 조심하고 휴대폰 위치추적 되면 바로 전화 좀 줘. 알았지!” “예” 나는 전화를 끊고 나서 갓길에 잠시 차를 세웠다. 내비게이션에 광산경찰서 동부지구대를 입력하는데 손이 떨려 자꾸만 오타가 났다. 안내를 보니 의외로 지구대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며 창문을 내렸다. 도시외곽이라 그런지 대로변 밝은 가로등 아래엔 아무런 인적도 보이지가 않았다. 그 인적 없는 도로가 문득 두렵게 느껴졌다. 어린 애들을 데리고 어디선가 헤이이고 있는 아내의 모습이 떠올려 지고 있었다. 지구대에 도착하자 미리 연락을 받은 것인지 나이가 젊어 보이는 경찰이 아는 체를 했다. “강 경장님 연락을 받았습니다. 잠깐 신분증 좀 주시겠습니까.” 컴퓨터 자판을 두드려 무엇인가를 확인하던 그가 다른 곳에 전화를 걸었다. “예, 여기 광산경찰서 동부지구대입니다. 좀 전에 휴대폰 위치확인 요청 드렸던 분 보호자 신원 확인되었습니다……. 예, 여기 계십니다.” 그가 나를 보더니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예, 말씀 하세요.” “강 현아님 보호자 되시나요?” “예 남편 됩니다.” “존함하고 주민번호좀 불러주시겠어요.” “이 철열, 700109-1584416.” “다시 경찰분좀 바꿔주시겠어요.” 나는 수화기를 젊은 경찰에게 건네주었다. 전화를 받은 젊은 경찰은 전화기를 턱과 어께사이에 끼운체 안내에 따라 컴퓨터 자판을 두드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아내가 위치가 내가 익숙한 곳에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경찰관이 조회가 끝난 것인지 한 장의 출력물을 내게 내밀었다.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 이 도로가 남문로에요.” 나는 그의 손에서 지도를 나꿔챘다. 출력된 지도를 보니 한눈에 어딘지 알수 있었다. 처갓집과 우리집 사이였다. “거기 표시된 위치에 있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 표시는 중계기 위치에요. 그 중계기에 신호가 잡힌다는 것이니깐 그 인근에 있다는 것이에요. 다행인 것은 신호가 아직 살아있다네요.” “고맙습니다. 이건 가지고 가도 되죠?” 그때 지구대 문이 열리며 늙은 경찰관 한명이 들어왔다. “강 과장님 처남분 되시나요.” “예” “연락받고 급히 왔습니다. 어떻게 처리는 잘 되었나요.” “예 고맙습니다. 제가 급해서…….” 나는 그를 뒤로 한 체 지구대 문을 나서며 성급히 전화기를 꺼내 큰처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핸드폰 위치 추적이 됐는데 남초등학교 주변인데요. 아직 신호가 살아있다고 하는데, 혹시 집사람 친구나 늦게까지 함께 일을만한 사람 있을까요?” “아직 신호가 살아있다는 걸 보니, 다행인 것 같아, 일단 여기서 가까우니깐 우리가 그쪽으로 먼저 갈 테니 자네도 그쪽으로 오게.” “다른 형님들도 같이 계시는 거예요?” “전부 다 와있어. 일단 거기서 보세.” 전원이 아직 살아 있다는 말과 모두들 와 있다는 말에 격하게 떨리던 마음이 다소 안정이 되었다. 남초등학교는 아내가 다녔던 학교였고, 처갓집에서 불과 일이키로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대부분 떠났지만 옛 친구들이 남아 있을 수도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중 누군가를 만났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다를 나누며 놀다 깜박 잠이 들었거나 술을 마시고 취했을 수 있겠다는 옹색한 시나리오들을 머릿속에 만들어 지고 있었다. 어린 애들을 둘이나 데리고 그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내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나는 그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리며 그것이 맞을 거라는 자위를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이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이렇게 사람들 걱정을 시키고. 만나기만 하면 가만 안 둘지 알아’ 그 시나리오가 기정사실이나 되는 것처럼 나는 마음속으로 아내를 타박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내 간절한 바람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 이는 직면하기에 너무나 두려운 공포를 덮어 버리려는 몸부림일 뿐이었다. 갑자기 집사람의 얼굴이 떠올려 졌다. 위로 오빠 넷에 막내딸로 태어나 나이가 마흔둘이나 먹었어도 아직도 천진난만함이 살아있는 늘 애교와 활력이 넘쳐나던 집사람의 얼굴을 떠올리자 갑작이 울컥하고 슬픔이 밀려들었다. 오빠들의 보호 속에 자라난 탓에 집사람은 무척이나 겁이 많았다. 어두운 거리에서 낯선 남자만 스쳐도 움찔하고 놀래던 그녀였다. 그 런 그녀가 이 어둠속에 어린 애들만 데리고 어떤 곳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공포일까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칼로 져 미는 듯 아려왔다. 집사람은 내 삶에 축복과도 같은 선물이었다. 오빠 넷에 외동딸로 태어나 집에서 아무도 이겨낼 수 없었다는 고집쟁이 엇던 탓에 우리는 결혼할 수 있었다. 처음 처갓집의 결혼 반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내가 고아에 전과 9범이라는 사실을 처갓집에서 알게 되었을 때, 우리 결혼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큰아들이 경찰간부로 있고, 둘째아들과 셋째아들이 공직자로 있는 분위기의 집안에서 전과 9범인 나와 결혼하겠다는 막내딸의 말이 청천벽력처럼 들렸을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삼개월간 연락도 두절된 됐었다. 나는 쉽게 그녀를 포기했다. 내 자신이 어떤 인간이기를 알기에 그녀의 부모와 오빠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던 아내의 모습이 소설속 삽화 같던 그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려 졌다. 삼개월이 지난 어느 날, 날 기다리고 있던 집사람의 모습이 정지화면처럼 머릿속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 진압시키고 왔어요.” 그 수척해진 얼굴로 한껏 미소 지으며 내게 던지던 그녀의 첫마디가 머릿속에 울려 퍼지자 나는 결국 울음을 토해내고 말았다. 나는 급히 갓길에 차를 세웠다. 참아보려 했지만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두 눈에서는 끊임 없이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는 내게 이렇게 많은 눈물이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다. 배출시키는 법을 한번도 배워보지 못했고, 내 몸속에 그것이 존재하는지 조차 확인해 본적이 없었던 눈물이 한없이 쏟아져 나왔다. 내 삶은 눈물을 모르는 삶이었다. 눈물대신 치켜뜬 눈에 독기를 채우던 삶이었다. 앙당문 어금니에 독을 품던 삶이었다. 슬픔대신 분노를 키우던 삶이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슬픔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었다.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감정인가를 그때서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칼에 베이고, 찔리고, 뭉텅한 둔기에 살이 짓이겨지고 뼈가 부서지는 그 고통들보다, 내가 살아왔던 거친 삶속에서 내게 가해지던 모든 육체적 고통들보다 더 큰 고통이 존재한다는 걸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 몸을 갈가리 찢어버리는 고통이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눈물로 범벅이 된 체 차를 움직였다. 눈물로 시야기 흐렸지만 늦은시간이라 도로엔 차들이 많지 않았다. 목적지에 가까이 왔을때, 갓길에 비상등을 켜 놓은체 서있는 몇 대의 차량이 보였다. 애써 눈물을 수습하고 그곳으로 다가가자, 인도에 모여 있는 처남들의 모습이 보였다.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렸지만, 처남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가슴이 덜컥하고 내려 앉았다. “왜요. 무슨일이예요?” “가로수 아래 화단에서 발견했어.” 큰처남이 내게 아내의 핸드폰을 내밀며 말을 이어갔다. “차에서 던져버린 것 같아. 액정은 깨졌는데 아직 작동은 돼고 있어.” 아내와 나의 핸드폰 패턴은 동일 했다. 나는 핸드폰을 건네받아 화면에 패턴을 그렸다. 핸드폰의 잠금장치가 풀렸다. 통화기록을 확인해보니 수십통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 있었다. 대부분 나와 처갓집 식구들이 건 통화였다. 마지막으로 집사람이 통화했던 기록은 11시 반쯤 처갓집에 갔다오겠다고 나와 통화한 것이었다. 부재중 통화가 처음 찍혀 있는 것은 네시 사십분이었다. 두 번의 낯선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고 나머지 전화들은 전부 나와 처갓집 식구들이 건 전화였다. 나는 낯선 번호의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에서 안내음이 들려왔다. “저희 이병철 소아과는......” 안내멘트를 듣자 아내가 아들 예방접종 때문에 네시 반에 병원을 예약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내는 병원에 가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서 확인 전화를 했던 것이다. 모든게 분명해 졌다. 아내는 병원을 가기위해 처갓집을 나선 직후 납치되어 버린 것이었다. “어디다 거는 통화야?”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것을 보고 있던 막내처남이 궁금한 듯 내게 물었다. “오늘 병원에 네시반에 출구 예방접종 예약해 놨다고 했는데, 거기도 안온 모양이에요. 아무래도 납치된 것 같아요.” 모든 것이 기정사실로 굳혀지자 갑자기 현기증이 일었다. 내가 휘청하는 모습을 보고 곁에 있던 막내처남이 나를 부축하며 다른 처남들에게 말했다. “안되겠어요. 일단 집으로 가게요.” 나는 도저히 차를 운전 할 자신이 없어 막내처남에게 대신 운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막내처남은 자신의 차를 다른 곳에 주차시켜 놓고 내 차를 대신 운전했다. 나는 일부러 뒷좌석에 앉았다. 온몸엔 아무런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뒷자리 시트에 몸을 기대자 잠시 멈추었던 눈물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막내처남은 이런 날 일부러 못본척 해주었다. “너무 상심 말게. 아직 아무것도 드러난 건 없잖아.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굳게 가져야지.” 막내처남이 말은 이렇게 했지만 백미러로 슬쩍 비춰지는 그의 눈가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막내처남은 나와 동갑내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처남들보다 늘 그가 편했다. 특히 두 살터울인 집사람에 대한 막내처남의 애정은 남다른 것이었다. 다른 처남들도 집사람을 예뻐하기는 했지만, 막내처남의 집사람에 대한 사랑에는 비길 바가 못되었다. 남자로서 막내였던 막내처남과 집사람이 서로 막내자리를 놓고 다투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집사람도 많이 해주곤 했었다. 나는 겨우 감정을 수습하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다른 때 같으면 질겁을 처남도 내 마음을 아는지 아무 말 없이 뒷좌석 창문을 내려 주었다. 차창 밖으로는 가로등들이 하나씩 스치고 지나갔다. 가까이 다가오던 가로등이 속도를 더해 차를 지나쳐 사라질 때마다 묘한 감흥이 일었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순간에 불행이 저렇게 갑자기 내게 다가 왔다. 왜 그 대상이 나여야 했는지, 왜 지금 내게 와야 했는지, 왜 내가 아닌 내 가족들에게 와야만 했는지 아무런 이유도 해답도 없이 그렇게 불쑥 내게 다가 왔다. 지독한 어둠이 낮게 깔려 나를 짓눌러 왔다. 숨을,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다시 거실에 불을 켰다. 밝은 불빛에 형체가 살아난 거실의 모든 사물들 위로 집사람의 모습이 겹쳐졌다. 한 귀퉁이에 놓여 있는 준구의 장난감에 시선이 가자 다시 울컥 눈물이 번졌다. 나는 다시 불을 껐다. 차라리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어둠이 나았다. 불을 켜 놓은 채 주인을 잃어버린 사물들을 바라보는 것은 더 견디기 힘들었다. 처남들을 집으로 돌려보낸 것이 후회가 되었다. 걱정스런 표정들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 함께 있는 것이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아침에 다시 와 달라고 내가 부탁했다. 새벽 세시에 우리가 모여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어둠속에 이렇게 혼자 남겨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 줄 알았다면 막내처남이라도 함께 있어 달라고 할 것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겁게 짓누르는 어둠을 뚫고 괘종시계의 초침소리가 들려왔다. ‘재깍, 재깍…….’ 한번 그 소리를 의식하기 시작하자 그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재깍, 재깍, 재깍.....’. 아무리 그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해도 그 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왔다. 그 빠른 리듬에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모아 낼 수가 없었다. 생각을 해보려 해도 그 규칙적인 소리가 내 생각들을 조각조각 내버리고 있었다.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괘종시계에서 건전지를 꺼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심장이라도 꺼내버린듯 일순 침묵이 찾아 들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가득찬 공간이 뱀의 배속에 갖힌듯 나를 꽉 조여 왔다. 나는 어둠과 빛, 소음과 침묵 그 어느 것도 견뎌 낼 수가 없었다. 나를 휩싸고 도는 불안과 초조, 절망이 끊임없이 나를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는 않는 상태로 나를 몰고 갔다. 그때 지옥의 문이 열렸다. 이중 삼중으로 두꺼운 철문을 걸어 잠그고, 수도 없이 많은 빗장을 가로질러 놓았던 과거의 문이 열려 버렸다. 그토록 묻어둔체 살고 싶었던 과거의 기억들이 활짝 열려진 문을 통해 빠져나와 내 머릿속을 마음껏 헤집고 있었다. 제일 먼저 그 문을 비집고 나온 것은 역시 소희……. 소희 그녀의 영상이었다. 건물과 화단사이 그 막혀진 공간에서 내게 마음껏 유린당하던 그녀의 영상이었다. 그 두려움과 공포에 가득찬 그녀의 눈빛이었다. 그날 나는 내 영원에 남아있던 선이라는 존재를 파괴시켜 버렸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삶이란 너무 혼란스러운 것이었다. 그날 나는 내 스스로 내 영혼속의 선을 파괴시켜 버렸다. 그 후 나는 악이었다. 18년의 세월 내안에 오직 악만이 존재했다. 그 시절의 기억들이 한꺼번에 봉인 속에서 빠져나와 나를 덮쳐들었다. 때리고 빼앗고 굴복시키고 희롱하고 상처 입히고 짓밟아 버리던 그 선한 사람들의 모습들이 한꺼번에 깨어나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선이란 왜 그리 나약했을까? 왜 그렇게 한 번도 악을 이겨보지 못했을까? 그 악은 선이 자신을 한번이라도 이겨주길 그렇게 간절히 바랬는데, 왜 그렇게 나약하기만 했을까? 차라리 그 선중에 누군가 나를 이기고 날 죽여주길 그렇게 간절히 바랐다는 걸 알고나 있었을까? 하지만 선은 진 것이 아니었다. 내 심장에 고스란히 남아 그 힘을 비축하고 악이 악이 아닌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선한 사람들이 내게 남겨준 그 영상들은 낙인처럼 내 안에 남아 끊임없이 악을 고통 받게 했던 것이다. 질주가 시작된 과거의 영상들과 그 비명과 울분과 분노와 절망과 울음소리가 뒤엉킨 소음으로 내 머리는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머리를 감싸 안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질주하는 영상들과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소음들로 정신이 혼미했다. 나는 내 의식을 제어 할 수 없었다. 이대로 나는 미쳐버리고 말 것 같았다. 나는 테이블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파열음을 내며 테이블 유리가 산산이 깨지면서 내 의식 속에 갑자기 고요가 찾아왔다. 그리고 하나의 영상이 스냅사진처럼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이름조차 알지 못하던 미소 짓는 여인의 얼굴이었다. 갑자기 집안으로 들어선 그녀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바닥에 눕힌 채 옷을 찢고 겁탈을 할 때, 내가 짐승처럼 욕정을 채워 나가고 있을 때, 이상한 느낌에 고개를 들었다가 마주보게 된 그녀의 그 미소. 그 공포와 두려움에 가득 찬 순간에도 옆에 있는 서너 살 난 아이가 놀랄까봐, 아이의 손을 잡고 엄마 괜찮아 하고 말하는 듯 한 미소를 보내고 있던 그녀의 얼굴이 떠올려 졌다. 그때 난 무엇이었을까? 짐승이었을까? 악귀였을까? 그때 나란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할 수가 있었을까? 어떻게……. 어떻게…….' 차라리 조금 전의 영상들과 소음들의 폭주가 오히려 견딜 만 했다. 그 영상은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었다. 내가 숨 쉬고 살아가는 것조차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 죄악이라는 사실을 내게 일깨워 주고 있었다. 자꾸만, 자꾸만 그녀의 그 미소가 띈 얼굴이 집사람의 얼굴로 전이되어 갔다. 그리고 곁에 있던 그 아이의 모습이 준식의 모습으로 전이되어 갔다. 그 영상은 견딜 수가 없었다. 차라리 그 영상을 멈출 수만 있다면 뇌라도 파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구원이……. 구원이 필요했다. 그것이 신이던 악마던 그 무엇인 던 나를 이 영상에서 구원해줄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자꾸만 시선이 날카롭게 깨어진 유리조각에 머물러졌다. 그 유리조각이 날 구원해줄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이 가슴속에서 자꾸만 일었다. 나는 서서히 유리조각으로 손을 뻗어 갔다. 점점 구원의 순간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현관 벨소리가 들렸다. 내 몸이 본능적으로 용수철처럼 튕겨졌다. 나는 현관문을 열었다. 아내가 돌아와 현관 앞에 서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곳에 우리 님이 머뭇거리며 서 있었다. “전화가 안돼서 너무 걱정돼서……. 너무 늦은 시간이지…….” 나는 쭈뼛거리며 서있는 그를 안고 울음을 터트렸다. 갑작스런 내 오열에 놀란 것인지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무슨 일이야? 몬테 무슨 일 생긴 거야?” “아내가……. 아내가……. 실종됐어요.” 상처난 손에서 너무 많은 피를 흘린 탓이엇는지 아니면 우리님을 보는 순간 함께 있어줄 사람이 있다는 위안에 긴장이 풀려버린 탓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p.s 사람들이 다 휴가 가버렸나 봐요. 그래도 봐주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으니 열심히 쓸게요.

가슴이 터질것 같은 이야기....
멋지십니다.... 화이팅!!!!!!!
뭔가 엄청난게 밀려올것 같은 느낌입니다.
긴장에~~긴장~~감
완전몰두됐읍니다~~
주말이라 많이들 나가신뜻합니당~~^^
완전 긴장 ㅎㅎ 잘보고 갑니다.화이팅 입니다^^
이번도 아주 기대 됩니다. 화이팅~
잘보고 갑니다,,
손에 땀이 베어 나오네요...
다음편 기대할께요,,,
수고하세요,,
점점 몰입되어갑니다.
기대되는 다음편!
아내가 살아있었음 ᆢ좋겠네요ㅎㅎ글올리신다구 고생많으십니다ᆢ잘읽구ᆢ담편또기대해봅니다ᆢ
흥미진진하네요.
힘내시고 휴가가도 월척은 매일 방문한다는사실 ㅎㅎㅎ
아내는.....

제발 해피앤딩이길 !!!
사연많은 몬테인거 같네요..
궁금해서 4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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