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면서 저녁은 무엇을 먹을까 고심을 하였지요.
홀로 먹는 외로운 저녁 밥상이라 무언가 입맛 돋우는 것이 그리워졌습니다.
문득 '멍게 비빔밥'이 떠올라, 시장에 들러 멍게 3,000원어치를 샀습니다.
향긋한 멍게 내음이 달달하게 혀끝으로 와 닿으며 침샘을 간질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늦게 오리라 예상했던 아내를 집 앞에서 만났습니다.
일을 일찍 마친 아내는 직장에서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었다며
입이 댓 발 나와 있었지요.
"오늘 멍게 비빔밥 해무까?"
"구찬타!"
"멍게 사왔다. 내가 만들어 주께!"
양푼이에 봄동이며 나물, 콩나물 무친 것을 버무리고 밥을 담은 후
참기름을 살짝 두르고 멍게를 썰어 얹은 다음,
그 위에 초장을 넣고 깨를 살짝 뿌린 후 후라이를 얹었습니다.
"마누라, 함 무 봐라. 물 만한지 모르겠네. 맛이 어떤노? "
"맛있네~!"
사실, 맛은 별로였는데 맛있다며 잘도 먹어주더군요.
그리곤 스트레스가 조금 풀렸는지 아내는 웃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내사랑 : 직장후배가 있는데, 부부쌈 하머 남편이 가출을 한다 카더라.
함 께 : 밴댕이 소갈머리없는 남자네,
집 나가머 낚시댕길 수도 있고 바람도 피우고 조케따!
내사랑 : 그럴 인사도 못 된다 카더라.
부부관계도 거의 없고 비실비실한다 카더라.
함 께 : 근데 와 남자가 집을 나가노?
내사랑 : 후배가 보통이 넘는기라.
(그러면서 아내는 같이 찍은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함 께 : 와! 포스가 딱 느껴지네. 어디 가머 형님 소리 듣겠네.
내사랑 : 안 그래도 애들 친구들이 놀러 오머
'어머님, 옛날에 잘 나가셨겠네요?' 묻고는 하는데
'내가 옛날에 껌 쫌 씹어따 아이가!' 칸다 카더라.
함 께 : 그라머 조폭마누라캉 사네.
내사랑 : 청소하머 밤이고 새벽이고 식구들 모두 깨워서 청소한다 카더라.
함 께 : 자게 놔두고 청소하지, 와 잠은 깨우노?
내사랑 : 그라고 딸내미도 말 안 들으머 이단 옆차기 바로 들어간다 카더라.
함 께 : 딸내미한테 그카는데...남편한테는…
내사랑 : 옆에 누가 있든 없든 폰으로 남편과 큰소리로 통화하는데,
좋을 때는 간드러지게 아양을 떨다가 안 좋을 때는 OO끼라고 욕도 한데이.
함 께 : 정말이가? 남자가 가출하는 기, 맞아 디지기 시러 도망가는 거네.
그 유명한 밥삽과 타이순은 상대도 안 되겠네.
내사랑 : 그기 누군데?
함 께 : 쿨~럭...그런 기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내사랑 : 후배가 '언니 형부는 참 자상하지 싶은데 함 바까가 살머 안되나?' 카더라.
함 께 : 머~라~카~노!
멍게 비빔밥은 비워졌고 빈 그릇엔
밥풀데기 몇 알이 그 남자의 서글픔을 대신하고 있는 듯하였습니다.
그런데 참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헤어지지 않고 꿋꿋이 살고 있다는 사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더이다.
가출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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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샵 신랑도 아직 살고 있습니다 흑~~~~~~~~~~~~~~~~~~~~
그 분께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함께님은 장가 잘 가셨음을
축하드립니다.
제 발 저린다는...^^풉~~~~~~~~~~~~~~~~~~~~~~~~~
엔제일지 모르지만...^^
성주 이프로님, 가도 후회, 안가도 후회면...ㅎ
당근 가셔야죠.^^
오금이 저립니다
자그마한 호랭이도 딥다 무서운데 형님 소리 들으면
흠 튀자
윽~! 직천님, 전번 따서 보내주까예?^^
남의 말처럼 하셔놓고,
울고 계시는 거 아니시죠? ^^"
부럽습니다.
막
마누라 집에서 탈출 했읍니다.
맨날 가출을 소풍가듯? 아니, 소풍을 가출하듯 하는 소풍님!
도톨님, 저녁이면 또 돌아가실 것을...ㅋ
그래가꼬 밤에 걍 주무셨지요~?
ㅠㅠ + ⊙⊙ + ☺ = !
로데오님, 어~허이!
그라머 그날 밤…
자동빵도 있심니더…⌒ ⌒
첫월척배딴님, 저와는 정반대이네요.^^
멍게와 해삼의 그 오묘한 맛을 모르시다니…
5월 중순 까지 가출입니다
한달 넘게 가출하심...
앙~대요!^^
달구지님, 행복이 늘 가득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