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아침입니다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신 순국선열의 호국정신을 되세겨보며 다시 한번 그분들의 애국정신을 생각해 봅니다
공휴일 조금 시간이 되어 지난 대물낚시 초창기의 에피소드를 적어봅니다
그냥 부담없이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독백체로 씀을 양해 바랍니다)
97년 5월 5일 어린이날
오후3시, 공휴일이지만 잔무가 남아 마치고
드디어 며칠전 서점에서 스크랩해 두었던 경북 의성군 사곡면 신리소류지로의 출조을 길을 떠난다
나의 애마, 엑센트에 몸을 싣고 설레는 마음으로 떠난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경북땅은 70년대후반 수학여행때 경주 가보고
80년대 중반 부산 해운데 갔다오다가 서부버스터미널 갔던 것이 전부인지라
설리기도 낮설기도 한 출조길이었다
수도권에서 충남권,경기북부권, 강원권을 지나 충북권까지
떡밥낚시에 싫증나고 낚시를 그만 두려던 나에게
동네 서점 앞을 지나다 보게된 엄청난 대물붕어사진과 새우대물낚시라는 생소한 영역
"붕어가 새우를 먹는다? 민물새우도 다 있나, 희안한 일이네"
70년대 후반 고등학생 시절 금촌의 금촌수로로 가기 위해 서울역 뒤 서부역에서
교외선을 타고 토요일이면 식물성미끼인 떡밥과 원자탄, 깻묵을 섞어서 인찌끼(멍텅구리)낚시로 낚시에 눈울 뜨고
이제서야 콩알크기의 떡밥을 쌍바늘에 달아 낚시했던 나에게 외바늘채비인 새우수초대물낚시는 새롭고 신기한 영역이었다
6시가 넘어 대구 금호분기점을 지나 의성으로 향한다
날이 슬슬 어두워지고 중앙고속도로가 아직 4차선 포장이 안돼 의성으로 가는 터널 속은 왕복 2차로이다
맞은 편 차가 시속 100킬로 교행할 때마다 운전대를 나도 모르게 꽉 잡게된다
아슬아슬 운전하며 밤10시,드디어 의성읍에 도착했다.
낚시방을 찾아 캐미를 산후 신리소류지를 물어보고 사곡방면으로 향했다
네비도 없던 시절, 지도책 하나만 의지하고 가는데 작승교 주변에서부터 헤깔린다
어두운데다 지형지물이나 이정표가 있지않아 여건 찾기가 힘든 것이 아니다
마을을 지나 옆에는 개천이고 오른쪽은 논인 외길을 따라 들어가니 한밤중에 헤트라이트에 못뚝이 비춰진다
마치 초겨울 서리내린 무덤의 봉분처럼 못뚝이 이슬에 젖어 풀들이 삐죽거리고 이슬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니 섬뜩하다
여기가 아닌데 신리소류지는 분명 아랫못, 윗못이 못뚝 기준으로 나뉘어지고
못뚝 위로 차가 지나갈 정도인데
거기서 후진으로 나가는데 깜깜한 밤에 뒤가 전혀 안보이고 곡선구간은 감으로 돌려나가는데 보통 고역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방향 잘못틀면 개천가나 논으로 여지없이 쳐박힌다
어찌어찌하여 간신히 신리소류지에 당도하여 제방좌측 상류에 대를 펴고 시계를 보니 11시가 넘었다
미끼를 뭘로 하는지도 모르고 떡밥낚시하던 그대로 했으니 지금봐도 한심스럽다
원줄2호에 목줄 1호, 떡밥찌에 신장떡밥을 개어 쌍바늘에 말랑말랑하게 콩알 크기로 던지는데
새끼손가락만한 붕애만 나온다
밤을 꼬박새고 낚시를 했는데 붕애만 열마리 전후
낚시잡지에서 봤던 30센티 넘는 대물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고
날이 새자 무릉도원 같은 못의 정취에 탄성을 자아낸 것도 잠시
속에서부터 알수 없는 부아가 끓어올랐다
"에이 속았다. 아무나 그런 대물 잡는게 아니지"
스스로 자책하고 자조하며 떡밥낚시에 싫증과 회의감이 밤을 센 피로와 함께 밀려오면서
낚시를 그만두려다 탈출구로 여기고 대물을 꿈꾸고 거의 2~3주 준비해 내려온 낚시인데
어린 애기와 집사람도 제쳐두고 어린이날 기대에 차 내려와 날밤을 세고난 결과에
드디어 부아가 폭발했습니다
그래, 오늘로 낚시 끝이다. 벌받았다. 어린이날 어린 자녀와 아내를 버려두고 낚시에 미쳐서 벌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나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기전 의성ic고가 밑에 낚시대 10여대와 받침대등 낚시장비가 있는 가방과 낙시도구 일체를
누가 가지고 가서 낚시하라고 고가 벽에 잘세워두고 상경해버렸습니다(버린게 아니라 기증하고 온 것입니다)
근데 그 뒤에 어떻게 된 줄 아십니까?
2개월 뒤인 7월 중반 휴가를 맞이하여 남구 대명동에 있는 유명한 **낚시점에 가서 월간낚시 대구 경북특파원인
낚시점 사장님과 회원들과 출조에 함께하기 시작하여 그 뒤 4~5년을 대물낚시에 푹빠져버립니다
(낚시대도 케블라 옥수대로 다시 다 새로 세팅하고, 괜히 낚시장비 버린 것 후회했지만 다시 구입)
대물낚시 채비와 기법, 포인트 읽는요령, 수초제거하는 방법 등등 저도 초보티를 벗고 대물꾼으로 서서히 자리를 잡게됩니다
그때는 대물에 눈이 어두워 한여름 35도가 넘는 평지지에서 수초구멍 만든다고
수초제거기 가지고 3~4시간은 기본으로 땀 삘삘 흘리며 작업하였고
손타지않은 처녀지 있으면 장짐메고 500미터 1킬로는 기본으로 몇번 왕복할 정도로 열정도 체력도 받쳐주었습니다
못뚝에서 만수가 되어 중류나 상류포인트에 갈 수 없으면
밀림공사하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며 포인트에 진입하는 객기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꾀만 생기고 체력딸려 차에서 10미터 넘으면 이 더운 철에는 포기합니다
주로 5월과 10월에는 집중하고 나머지 달에는 큰 욕심없이 하룻밤 좋은 공기마시러 갈 정도로 연식이 되버렸습니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라고 다음달 휴가철에는 위성지도로 봐둔 춘산면 산 속 오지비밀터로 장박 계획히고 있습니다
낚시에 집중하는 체력이나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고기가 들어오는 타임, 찌올리는 타임, 그 때 딴짓하거나 졸다가도 눈을 번쩍뜨는 감은 아직 식지 않았습니다
즐거운 휴일입니다. 오늘은 다시 꽤 덥겠네요
출조하신 분들은 안전출조하시고 대물하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방콕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낭보 있기를 바랍니다
주저리한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꽝 쳤다고 저처럼 낚시장비 사회에 기증하지 마세요(그 때는 월척싸이트도도 없었고 중고물품 매매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행복한 출조길 되세요^^
꽝치고 낚시가방 버리고 온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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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대단하셨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이곳에서 자주 뵙겠습니다. 꾸우벅!!!! ^^
그때 그 가방이 525님 것이었나욤......?
아깝다,,,,,
주인 있는줄 알고 걍 지나갔는뎅,,,,,ㅎ
글참 맛깔나게 쓰시네요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의성 개인적으로 참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
내일 저녁에 의성 소류지로 촐조하지롱~~~!@@
낚시대 십여대라......아~~드디어 내게도 다대편성의 꿈이 이루어 지려는군요...
또 한 번 장비 기증한 적 있었습니다
의성 모 계곡지에 파라솔, 의자, 텐트, 낚시대 펼쳐논거
그대로 모든 거 다 두고 몸만 나왔습니다
(그 뒤 누가와서 로또당첨됐나 모르겠네요.
밤새 낚시하고 꽝 치니 순간적으로 낚시가 싫어져 휙 돌더군요.
뒤에 장비 구입하면서 후회막급이었지만 그럴수록 새장비로 업그레이드 되더군요)
그러다 2004년 가을 다시 대물낚시 시작합니다
다른 취미나 여가거리로 자신을 돌아볼 것이 낚시외에는 없더군요
지금은 낚시대가 50여대가 됩니다(5.2칸대까지)
그 중 행낚의 청강용세트도 있고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습죠(수제찌 셋트,받침틀,받침대등등)
모르겠습니다.
장터에 내다파는 것도 수도권이다보니 대물낚시 인구많은 경북대구권 회원님들 만나기도 힘들고
일괄분양 아니고 부분적으로 팔아야하니 매달릴 시간도 없고
감질나서 매매포기하고 기증할지 모르니
의성ic 고가지나가실 때나 조용한 산 속 계곡지에 주인없는 점빵 있으면 한 번 잘 보시기 바랍니다
-다른 분꺼 접수하다 절도로 오인할 수 있으니 가져가시라는 메모와 핸폰번호 곡 꼭 남기겠습니다
근데요 제가 정년지나면 의성에 귀촌할려고 하기에
그때는 주로 물가에 있을거 같은데
그럴 기회가 주어질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저도 제가 잘 컨트롤 안될 때가 있으니 운석발견할 확률은 있는 것이겠죠?
그럼 행운을 빕니다 꾸벅 ^^
5분대기조 근무중 이상무!!!
결혼하고 삼십여년동안
낚시는 커녕 저수지,못 등의 이름,위치도 모르는 사람도 여기 있습니다.-,.-
일년에 서너번은 가는데.......
쩝..
한 성질 하시는군요 ㅎㅎㅎ
못에 가서 대피고 쉼만 쉬고 잠만 자다 옵니다
저질체력되서 짐 한 번 옮기면 30분은 쉽니다
재미있고 정성어린 댓글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