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처제가 동서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형부, 우리 남편이랑 낚시 같이 가면 안 돼요?"
"왜? 낚시 그렇게 싫어하더니....."
"허구헌날 집에만 쳐박혀 있어서 헝부랑 같이 바람이라도 쐬면 좋을 것 같아서요"
"정서방! 자네 낚싯대 잡아본 적도 없을텐데 괜찮겠어?"
"뭐..... 형님이 가르쳐주면 되잖아요"
"이 사람아, 내 낚시 실력이 골프에 비교하자면
겸손하게 치면 싱글, 좀 거만하게 치면 이븐파, 운 좋으면 언더도 치는 실력인데
생초짜하고 같이 다니는 것은 아니지......."
"정 배우고 싶다면, 1년 안에 봄낚시부터 얼음낚시까지 마스터 시켜주겠네.
단, 조건이 있어, 배우는 1년 동안
낚싯터 오갈 때 운전은 자네가 하고, 라면 커피 끓이는 것 도맡아 한다면 내가 허락하겠네"
"....... 형님, 좀 생각해보고 오겠습니다."
"그리 하시게"
동서가 40대 때까지 집안 청소, 설거지 등등 살림살이를 다 하다시피 할 때
필자는 주말이면 한 달에 1~2번이라도 낚시를 다닐 수 있었습니다.
이때 가까이 살아서 자주 놀러오는 처제가 아내한테
"언니, 형부는 주말도 없이 일하는데 가끔 쉬는 주말에라도 집안일도 돕고
애들하고 놀아주라 그러지 무슨 낚시를 보내?
맞벌이 하면서 애들 키우고 살림하는 게 얼마나 힘든데......"
"무슨 소리야, 네 형부도 사람인데 어떻게 일만 하고 사니?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장인데 저 사람도 저렇게라도 숨쉬고 살아야하지 않겠니?
집안 일이야 내가 좀 더 노력하면 되는 것이고...."
그로부터 15년 정도가 흘러서 이제 동서도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딱히 취미도 없고 친구도 거의 없고,
활달한 성격에 동창회다 친구 모임이다 바쁜 처제한테
삼식이 남편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닌가 봅니다.
그렇지만 필자는 지금 낚싯대 하나로 유유자적하고
이렇게 월척에 실없는 얘기도 올리면서
아내 괴롭히지 않고 자~알 보내고 있습니다.
아내의 선견지명,
낚시인의 위대한(?) 승리가 아닐까요?
조력이 무려 25년인데도 세지릿수 오버파 치는 저도 낚시좀 갈챠주세요. ㅡ.,ㅡ
좀 거만하게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ㅎ
수고하셨습니다^^ 진정한 승자이십니다!!
삼식이좀 해보려니
마누라가 자꾸 낚시가라 함돠
집이좋은디ㅡ.,ㅡ;
갑자기 아내가 더 좋아 지면서 지혜로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즐거운 하루 되시고 낚시뿐 아니라 더 많은 승리 맛보시기 바랍니다.~^^
매주말이면 출조하지만 아직도 살짝
신경쓰이더라구요.
제 손위 70이 넘으신 동서형님이 붕어낚시 입문 시 찌맞춤 가르쳐주시고, 수파, 신수향 낚시대도 주셨는데, 차에서 멀리 걸어가고, 생자리 위주로 파는 동생이랑 같이 다니면 많이 힘드시다고 하셔서 가끔 동서형님이 동출하자고 하면 차하고 가까운 데를 찾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동서지간 낚시라고 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한줄 남깁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배우자를 만나 즐거운 조행하시는 선배님이 부럽습니다. 오랫동안 건강하셔서 낚시 즐기시길 기원합니다.
예전에는 여자가 불쌍하다 했는데
요즘은 남자가 더 불쌍해요.
어인님,
쓰고 보니 마님 자랑이었네요. ㅎ
자랑 섞인 푸념이네요.
백송님,
어질고 현명한 부인들 얻으셨네요.
좋은 기운 주셔서 고맙습니다.
늘상 다니다 보면 당연히 출조할 것으로 포기하지 않을까요.....
해창만님,
고맙습니다. 남께서도 늘 건승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