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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하나만 주실래요?

산중턱을 넘어 해가 막 꼬리를 물고 넘어갈 때 낚싯대를 두 어 대 펴고 앉아 노가리에 소주 한 병을 병나발 불며 물 속에 세워둔 찌를 바라 보고 있었다. 후끈 달아오른 두 뺨이 불그레해지고 적당히 기분도 흥에 겨웠기에 휘파람이나 불다가 소품을 잊은 것을 생각하고 도구상자를 둔 차로 가기 위해 일어서니 조금 아찔해졌다. 빈공터라고 할 것 없는 저수지 끝자락 캡라이트를 켜고 차로 이동하는데 앞쪽 풀 숲에서 작은 움직임이 감지 되었다. 이럴 때는 유독 호기심이 발동하나 보다 길이가 90cm 굵기는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검은 뱀이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는게 아닌가 그 순간은 그저 놀라움 보다는 저 놈이 내 휘파람 소리를 들었나 보다 생각했다. 옛어르신들이 밤에 불장난하면 이불에 지도를 그린다거나 오밤중 휘파람을 불면 뱀이 나타난다고 했는데 그게 빈말은 아니었나 보다. 만약 별 생각없이 저 놈을 밟기라도 했다면 생각만 해도 머리가 쭈뼛 서는 것이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되었지만 저수지에 도착할 때 부터 신경이 거슬리던 건물, 상류에 희미하게 보이던 병원인지, 소망원인지 모를 낡고 기괴한 하얀 건물에 시선이 고정되어 등줄기로 부터 찌릿한 전기가 흐르고 피부에 소름이 돋아난 것을 나는 혼자 피식했다. '젠장 , 내 간도 이젠 콩알만 해졌군. 시덥잖은 생각만으로 오싹해지는 걸 보니'. 그런 생각을 하는데 누군가 귓속말을 보태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차 트렁크를 열고 도구 상자에서 빠르게 소모품을 찾아 자리로 헐떡거리며 돌아왔다. 시선이 분산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생각의 꼬리를 내가 잡았고 밤은 불빛조차 없는 어두운 산자락을 축축 졌어든 이슬로 차갑게 내려 스산함이 뇌리와 몸을 더욱 싸늘하게 체온을 앗아가고 있었으므로 강박적으로 주위를 한 번씩 돌아 본 것이다. 케미에 집중하자 이내 평온이 찾아왔고 한기를 느끼는 몸은 다시 소주병이 든 쿨러에 손이 가고 있었다. 오늘 따라 술맛은 꿀맛이구나 반주에 곁들여 저 달을 닮은 붕어나 한 마리 잡았으면 좋으련만 유달리 찌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데 건너편 으슥한 대나무 숲에서 바람인지 노랫소리인지 모를 잡소리가 신호처럼 귀에 잡혔다. 흠~~으흠 괜시리 목청을 울려 헛기침 을 뱉으며 잘못 들었겠지 했다.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찰칵 굳은 중지와 검지에 끼우고 길고도 긴 흡입후에 휴우~ 뱉는데 등짝에서부터 오싹한 기운이 끼쳤다. "담배 하나 주실래요". 정말이지 그 순간 고개를 1mm도 돌릴 수 없었다. 후들거리며 쿵쾅거리는 심장의 두 방망이 소리만이 내부에서 외부로 울려 퍼져 나는 호흡곤란이 올 지경이었다. "아저씨!! 담배하나 주실래요". 낯선 음성, 여자의 음성, 목덜미를 누르는 상대 의 재차 요구에 겨우 반쯤 목을 돌리다가 나는 기절할 뻔 했다. 산발한 머리에 낡고 헤진 허연 옷을 입은 맛이 살짝 간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서 있었다. 그 짧은 와중에 여자의 하반신이 허공에 떠 있나 하고 살폈는데 다행이 두 발 모두 땅에 꼿꼿이 박혀 있고 양말도 신지 않은 슬리퍼를 착용하고 있었다. 분명 귀신은 아닌 사람이다. "잠이 안와서요. 아저씨!! 고기 좀 잡혀요? 담배 하나만 주세요".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하마트면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을 뻔했다. "아니 인기척이라도 내고 오시지. 주먹이라도 내가 날렸으면 어쩔려고 이 오밤중에 사람을 놀래킵니까 젠장!!! "놀랐어요 진짜!! 전 낚시하는데 방해될까 싶어 그랬는데 호호, 놀래셨구나 으웅!! 잠이 안와서요. 저 위 건물 보이죠 거기 살아요. 네 정신병원.....제가 불면이 좀 심해 마실 나온 거예요. 아저씨가 혼자 낚시하길래 발소리도 줄였는데........" 이 여자가 미쳤나 싶었다. 아니 행색이나 여러 정황으로 미친 여자가 틀림없어 보였다. "이봐요!! 자!!! 여기 담배.......담부턴 인기척이라도 내요. 낚시하다 심장마비로 돌아가실 뻔 했잖아요. 그리고 오밤중에 싸돌 아 다니지 마시고 .......". 여자는 내가 준 담배 한 가치에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면서 금방 왔던 길을 돌아가려고 했다. '여기 불요 불' 뒤돌아 천방지축 뛰어가는 여자를 불러 세우는데 분명 윗쪽 하얀 건물에서 나왔다는 여자는 무서운 속도로 반대 편 대나무 숲속으로 휘이익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윽고 지글거리는 잡음 비슷한 음성이 바람에 실려 내 고막을 치고 있었다. "찌끼미!!! 난 불필요 없는 여자!!! 아직도 내가 여자로 보이니!!! 보이니!!! 보이니!!! 숲을 울리는 메아리 속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님들은 이래도 독조를 하시겠습니까^^

갑니다요

구신은 헤꼬지 않혀요

그래서 혹여나 본다면 섬찍하긴 하것쬬~~ㅎ
이... 이... ㅡ,.ㅡ"


낙원님, 댐벼~! ㅡ;:ㅡ"
오머나!!!! 밤새 댓글 달고가신 님들의 반응이 '무섭다'
라는 반응이시라 기분이 막 물가로 당기는군요^^

좀 더 무서운 이야기를 구상해 봐야 겠네요

반응이 아직은 영 신통치 않아서요 ㅡ.,ㅡ


즐거운 한 주 멋지게 시작들 하시고 주말에는

근처 산속 저수지로 독조들 가시는 겁니다 화이팅^^
여자가 아니라 남자 였군요 ㅎ
요새 금연중 이라 전 줄게 없네요

잘보고 갑니다
ㅎ 하동의 송원지라는 제법 큰저수지에 실제로 비스한 일이 있었지요~
여성분이 담배얻으러 새벽 한두시에 맨발로 나타나곤 했답니다. 장애가 있으신 분이라 못나가게하니 시쿠들 잘때 담배얻으러 늦게 나오곤 햇답니다. 여럿 죽을뻔~^^*
이것저것 안보고 기절하는게 답인듯 ....
ㅎㅎ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이글 읽지 않아도 원래 담이 작아서 밤낚시는 하지 않습니다 ㅎㅎ
...................................................................................
뒷이야기가 궁굼.....
담배 하나만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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돗...돗대 인데여......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월척 회원님들과 동출한 천안의 모 저수지.

환자복을 입고 병색이 완연한 여자 분을 만났었지요.
술 달라,,뭐 달라 해서 계속 주며 살피니
정신적으로도 약간 문제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우락부락하게 생겼지만
말없이 그 여인이 하는대로 지켜만 보던
남편인 듯한 어느 사내의 눈망울이 생각나는군요.
거기 어데 저수짐미꺼???









저도
낙원님께 담배 한대 얻어 피구로요....^^
군위소보 어느한곳 산속소류지 가면 하얀폐건물 한채있음다.가셔서 공상한번 타보세요 쥐김니더.꼭 혼자 가셔야됩니더.
우와....필력!

글 너무 잘 쓰시네요.
생각만 해도 ㅜㅜ;
심심한데 말잘해서 밤새면 덜 심심하겠는데...아쉽네...
선입견을 버리시면 존밤 될뻔한걸 ...자주오는기회도 아니고....
ㅎㅎㅎㅎ

정말 잼있게 읽었습니다.

담배 한개피 드리면 그쪽은 뭘 줄라우~~~??
요즘 유행어 ...
꿍꺼떠~~ 기싱꿍꺼떠 ~~ ㅎ
독조때 외로움 타지말라고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인데...
원래..미친년이 맛은 최고라는디..ㅋㅋ
아는지인이 충남 모저수지에서 낚시하는데..동네사는 약간 맛이간 중년에 여자가 ..다짜고짜 와서는 가슴까더니 젖만져 달라고
했다는데..ㅎㅎ
그럴때는 귀신도 싫고 여자도 싫습니다.
만일 제게 이런 일이 있었다면 지금쯤 염라대왕하고 동출했을것 같습니다. ㅠㅠ
전자 담배로 바뀌면 불도 담배 구걸도 없씀니다
누가 그러드만요.

귀신이믄 붙들고 로또 번호 달라 할거라고.ㅎㅎ

이럴때를 대비해서라도 독조가 딱일듯.
"사서 펴, 이년아! 능력없음 끊던가!!"
아 씨뵓...목구멍 깊숙히 넣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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