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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는 장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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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망청하는 연말,세밑,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술자리는 고역일 수밖에 없다. 주는 대로 다 마셔버리는 호기를 부렸다간 몸이 버텨 낼 재간이 없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우리의 술 문화는 잘못됐다. 각자의 주량에 따라 자신이 술을 조절하며 편안하게 한 해를 정리하는 송년회 문화가 아쉽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음주는 일시적 자살’이라고 설파했지만 우리처럼 관대한 술 문화는 없다. 오죽하면 언론에 소개되는 장·차관 프로필에 주량에 대한 언급이 빠지지 않을까. ‘술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술 마시는 요령은 무엇일까? 술 자리의 성격, 개인의 주량, 그리고 주종에 따라 달라지는 술 마시는 테크닉은 상대의 눈을 속이는 일종의 ‘꼼수’다. 그래도 어쩌랴, 혼미한 정신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며 새벽 귀가를 재촉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은가. ●기본 입문 한국 술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술잔 돌리기다. 강압적인 분위기로 술자리를 몰고가 자신의 주량을 초과하게 만드는 주요인이다. 따라서 술잔 돌리기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제1조는 무엇일까. 가급적 내공(?)이 깊은 주당에게 술잔을 권하지 말고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을 공략하는 게 이롭다. 이유는 간단하다. 주량이 센 사람에게 권하면 그만큼 자신에게 술잔이 돌아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술을 덜 마시는 비법 제2조는 야박하다. 이름하여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이라는 전법이다. 매정하게도 술잔이 쌓인 사람을 집중 공략하는 것이다. 술잔의 ‘리턴’이 늦어지고 잔이 없는 사람이 많아져 술잔 공백을 분산시키는 이점이 있다. 마지막은 ‘만만디’ 전법. ‘촌놈 마라톤 하듯’ 급하게 마셨다간 백전 백패다. 항상 술잔에 3분의 1을 남겨두고 남이 권하면 비로소 ‘쭉’ 들이켜라! 결과적으로 적은 술을 마시게 된다. ●내공 깊은 고수의 서바이벌 전략 주당치고 오지랖이 넓지 않는 사람이 없다. 특히 후배들과의 술 좌석은 이들에겐 피하기 힘든 지뢰밭이다. 고수들은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선 상대의 기를 제압하는 공격적인 전법을 택해야 한다. 술 약속이 잡히면 일단 1시간 정도 늦게 나타난다. 사우나를 한다든지 시간을 끌며 몸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동안에 혈기방장한 후배들은 자기들끼리 술잔을 돌리며 선배를 기다릴게 분명하다. 결국 게임에서 반을 이기고 들어간다.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한 선배 고수는 곧바로 ‘바람’을 잡는다. 소주나 양주 등 독주를 큰 잔에 가득 부어 술잔을 돌리는 전법. 분명 여기에도 요령이 있다. ‘병권’을 쥐는 게 중요하다. 먼저 컵에 얼음을 가득 넣어 착시 현상을 불러오게 하는 게 기술이다. 술잔에 독주가 가득 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얼음이 있기 때문에 마시는 술의 양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다음 이 얘기 저 얘기를 꺼내며 천천히 술잔을 돌린다. ‘천천히’라는 속도개념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야 얼음이 녹기 때문이다. 이후 후배들이 마시는 술의 양은 얼음이 녹는 양만큼 늘어나 맨 마지막 선수는 그야말로 큰 잔에 순도 높은 독주를 그냥 다 마시게 된다. 한 순배 돌고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면 또다시 한 가득 얼음을 넣고 원샷! 게임은 끝이다. ●양주 소주 격퇴법 역시 독주가 무섭다. 그러나 이길 방법은 있다. 상대의 눈을 속이는 치촐함은 있지만 그래도 몸 망가지는 것보다는 낫다. 주당들의 2차는 대부분 분위기 있는 단란주점행이 태반. 어두운 조명에 독한 양주가 기다리고 있다. 술잔을 늘 2개를 준비하라. 양주색깔과 비슷한 우롱차로 한 잔을 채우고 상대가 건네는 술잔에 대처하면 만사 OK다. 우롱차를 양주인 양 단숨에 들이켜고 상대에게 술잔을 넘긴다. 소주도 마찬가지. 소주 색깔과 똑같은 생수로 채워놓은 술잔을 눈앞에 대기시켜 놓으면 지긋지긋한 술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다. ●스피드 테크닉 노름판에서 ‘타짜’가 있듯이 술자리에서도 현란한 테크니션이 있기 마련. 이들은 수많은 전투에서 노하우를 쌓은 역전의 명수다. 전광석화 같은 손목 스냅과 제스처도 경지에 올라 있다. 이 경지에 오르기 위해선 연습이 필요하다. 일단 술잔을 입에 댄 뒤 목을 힘껏 뒤로 재치는 큰 동작으로 상대의 시선을 현혹시킨 뒤 조금만 술을 마시고 술잔을 내려놓으면서 손목 스냅을 이용해 약 반 정도의 술을 쏟아버린다. 피 같은 술을 버리는 게 아깝지만 어쩌랴, 내 몸 망가지면 세상 만사가 허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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