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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위스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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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백화점에서는 전통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시바스리갈.조니워커 등이 선호되고 있다. 연말. 쓸쓸하다. 퇴근후 한잔이 확 당기는 요즘이다. 그래서 한잔 또 한잔. 어떻게 1차로 끝낼소냐. 오늘은 내가 쏜다. 가자, 2차로. 양주(洋酒)를 만나러! 그리하여 벌어지는 걸판진 술자리. 그것은 곧 위스키와의 만남을 뜻한다. ‘화끈하게 한번 마셔 보자’는 술자리에서 위스키가 빠질 일은 거의 없다. 굳이 ‘위스키로!’ 하고 따로 주문할 필요도 없다. ‘알아서’ 위스키가 들어온다. 그리하여 위스키와 함께 한국인의 ‘깊은 밤’은 더더욱 깊어간다. 그것은 위스키를 음미(吟味)하고 어쩌고 하는 수준이 아니다. 거의 술병에 담겨 있던 술을 입을 통해 몸속으로 옮겨 붓는 행위라고 해야 할 정도다. 까짓 거, 술값이야 취한 다음의 일이고 눈 앞에 호박색 위스키가 보이면 우선은 확 들이키고 볼 일이다. 서넛이 권커니 작커니 하다 보면 그 독하다는 위스키가 한병, 두병, 세병까지 몇 시간만에 동난다. 불(?)의 민족, 화끈하다. 도수가 높고 적은 양으로 빨리 취할 수 있는 술, 그래서 한국인의 화끈한 음주 습관과 어울리는 술, 접대문화에도 어울리고 폭탄주나 ‘원샷’ 등 한국의 독특한 음주문화와도 쉽게 동화되는 술, 그것이 바로 위스키인 것이다. 그런 화끈함 덕분일까. 국내에 들어온 수입술(통칭 양주) 가운데서도 위스키는 한국의 밤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이는 공식적으로 조사된 숫자로도 금세 확인된다. 올해만 따져도 국내 양주시장에서 팔려나간 위스키는 물경 전체의 67%를 차지한다. 두번째가 와인으로 26%이고, ‘화이트 스피릿’(보드카·진 등 투명한 색상의 주류)·브랜디·리큐어 등의 순이라고 하니 위스키가 얼마나 압도적으로 ‘팔려나갔나’는 금방 알 수 있다. 보리를 잘 가꿔 증류해 만들어 내는 위스키 중에서도 으뜸은 역시 스카치위스키다. 이름 그대로 스코틀랜드에서 재배하는 보리를 원료로 만들어낸 위스키다. 세계적으로도 위스키의 대명사처럼 통하는 바로 그 위스키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영국산 스카치위스키 수입액은 1억7,800만달러였다. 스페인·미국·프랑스에 이어 네번째로 많은 양이다. 1998년 우리 국민 1인당 0.7병이던 위스키 소비량이 지난해 1.4병으로 2배나 늘어났으니, 한마디로 ‘위스키지수’로만 따진다면 한국은 일찌감치 ‘세계화’를 초과달성한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를 성큼 ‘세계화’시켜준 위스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또 한국인이 가장 즐겨 찾는 위스키 브랜드는 어떤 것들일까. 밖에서 들어와 한국인의 밤을 사로잡아 버린 술, 위스키를 탐험해 보자. 위스키, 한국과 만나다 먼저 위스키는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을까. 이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주류업계에서는 구한말 서구 열강에 의해 문호가 개방되면서 위스키가 따라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방과 함께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면서 미군 PX를 통해 ‘조니워커’니 ‘시바스리갈’이니 하는 위스키가 시중에 유출됐다는 얘기다. 이렇게 ‘개구멍’으로 흘러들어온 귀한 술, 위스키의 색다른 맛을 접하고 그에 매료된 사람들의 수요가 급증했다. 1950∼60년대에는 소주에 색소를 섞은 가짜 위스키, 지금까지도 가수 최백호의 노래(낭만에 대하여) 가사로 남아 있는 ‘도라지 위스키’까지 등장했다. 1970년대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급류 속에 위스키는 소비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기를 맞는다. 달러를 벌어들여야 하는 분위기 속에서 기업이 ‘접대용 술자리’를 통해 위스키를 대량 소비하게 된 것이다. 그런 가운데 (비록 예나 지금이나 위스키 원액은 100% 수입하지만) 국산 브랜드를 단 위스키가 탄생하기도 했다. 백화양조에서 개발한 ‘조지드레이크’(1976년)였다. 위스키 원액을 수입해 거기에 다시 국산 주정(酒精:곡물을 가공해 짜낸 식용알콜 성분, 곧 에탄올)을 섞어 넣은 ‘짝퉁’ 위스키였다. 우리 입맛에 맞추거나 도수(度數)를 조절하기 위해 주정을 섞은 것이었다. 그래서 주세법상으로는 기타 재제주(증류주에 기타 여러 재료를 다시 혼합한 것)로 분류되었다. 그러다 1978년에 역시 기타재제주인 ‘베리나인’이 개발되면서 1984년 무렵까지 국내 위스키 시장을 석권한다. 이 무렵에도 상류층에서는 고급 외국 브랜드 위스키를 선호했던 것은 불문가지. 뒷구멍으로 들어와 양주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했다. 그같은 소문은 10·26당시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와중에 시바스리갈이 화제가 되면서 대중에게 사실로 확인(?)됐다. 1980년대 이후 주류 소비의 고급화 경향이 진행되면서 진·보드카·위스키 등 이른바 ‘접대주’의 소비량은 더욱 급격히 늘었다. 그런 접대문화와 함께 그동안 특수계층만 드나드는 것으로 여겨지던 룸살롱 등 고급 술집이 대중화되기에 이른다. ‘접대’는 최고의 술과 최고의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위스키는 이미 이때부터 다른 양주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술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독하고도 향긋한 맛, 멋진 분위기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환상, 서민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비싼 술, ‘진짜 외제 위스키’가 갖는 희소성, 게다가 위스키 병들의 멋진 외양까지 어우러져 위스키는 ‘마실 때는 물론 마시고 나서도 ‘폼’잡을 수 있는 선망의 술’로 자리잡게 됐다. 국내의 위스키 소비가 늘어나면서 그 시장을 잡기 위한 국내 주류업체들 간의 경쟁도 본격화됐다. 1984년 당시 국내 위스키 공급의 메이저 3사(베리나인·진로위스키·오비씨그램)가 거의 같은 시기에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메이커들과 제휴해 다양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았다. ‘패스포트’ ‘VIP’ ‘썸싱스페셜’ 등이 이때 등장한 제품들이다. 이 가운데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았던 제품은 패스포트였다. 이윽고 1990년대 이르러 주류 수입이 개방되면서 세계 각국의 주류가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이 무렵부터 원액의 주령(酒齡)이 12년인 소위 ‘프리미엄 위스키’들이 등장했다. 1994년 진로위스키 ‘임페리얼’, 1996년 두산씨그램의 ‘윈저’가 출시되었다. 이후 위스키 시장은 IMF 직후인 1998년과 이듬해인 99년 잠시 소비세가 주춤했지만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다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업계에 따르면 2002년 가을 한국 위스키시장은 한마디로 치열한 전쟁터다. 1조6,000억원대에 이르는 시장을 놓고 기존업체와 신규업체, 국산 브랜드와 외제 브랜드간 판매전쟁이 불붙고 있다. 숙성 햇수와 메이커에 따른 종류만 해도 수백가지에 이르는 위스키 가운데 과연 우리나라 주당들은 어떤 위스키를 가장 좋아할까. 어떤 위스키가 한국 시장, 아니 한국 전장(戰場)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을까. 먼저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위스키는 모두 그 원액을 ‘수입’한다는 점이다. 외제 브랜드든 국내 브랜드든 마찬가지다. 한가지 덧붙이면 그 수입지가 100% 스코틀랜드라는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위스키 생산을 위한 천혜(天惠)의 조건을 갖춘, 그야말로 위스키의 ‘본고장’이다. 그곳에서 자라나는 위스키의 원료, 보리는 세계 최고 품질이다. 또 그 보리를 발효시킨 보리술을 증류한 원액을 오크(참나무)통에서 숙성시켜 위스키를 만드는데, 위스키 숙성의 최적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데도 스코틀랜드가 최고다. 자연히 그 결과물인 위스키가 세계 제일의 풍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위스키 성지여행’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술은 처음 그것을 만든 산지에서 멀어질수록 그 무엇인가 바래는 것 같다’고 한 것처럼 다른 나라, 다른 땅에서 만든 것은 아무래도 스코틀랜드 것과 견주기 어렵다. ‘들여오려면 오리지널을 들여와야 한다’는 기업정신(?)이 작용한 것일까. 국내에서 유통되는 위스키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강조한 ‘술의 풍토성’에 따라 원액을 모두 스코틀랜드에서 들여오고 있다.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완제품을 들여오면 BOS (Bottle in Scotland), 원액만 들여와 국내에서 병에 넣어 완제품을 만들면 BOK(Bottle in Korea)라고 부른다. 가령 롯데칠성이 내놓는 ‘스카치블루’는 전형적인 BOK다. 어쨌든 원액을 수입하는 까닭에 BOS나 BOK를 막론하고 업계에서는 국산 브랜드든 외제 브랜드든 위스키는 모두 외국산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12년산 프리미엄급 즐겨 찾아 그러면 한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위스키는 무엇일까. 먼저 감안해야 할 것은 국내 위스키시장의 ‘통계’구조다. 이 위스키가 1등, 저 위스키가 2등 하고 딱부러지게 판매량 순위를 매기면 편하겠지만 실상은 그럴 수 없다. 각 업체 사정상 위스키 판매량의 집계는 ‘회사단위’로 집계되고 있다. 그나마 주류공업협회 등 공식 기관에서 정확하게 조사,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별로 시장조사를 하고 그것을 ‘대외비’로 갖고 있기 때문에 어떤 제품이 얼마나 팔리는가를 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다만 업체간 주력상품 매출액을 비교해 보면 역으로 특정 위스키의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와 올해 9월까지 한 메이저 주류업체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이를 감안해서 다음 순위를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 위스키시장에서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회사는 (주)진로발렌타인스다. 진로는 이미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임페리얼과 ‘발렌타인’ 두 가지 위스키를 주력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해 이 두 위스키는 전체 위스키시장의 31%, 올해는 34.6%를 차지해 전체 위스키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했다. 두번째 자리를 차지하는 업체는 윈저를 내놓고 있는 (주)디아지오코리아(구 두산씨그램). 디아지오는 지난해 진로와 비슷한 31%, 올해는 25.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리 변동의 조짐은 3순위에서 있었는데, 바로 ‘딤플’을 출시하던 (주)하이스코트가 영업부진을 보이면서 지난해 23.1%에서 올해 14.2%로 점유율이 뚝 떨어졌다. 대신 (주)롯데칠성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스카치블루가 호조를 띠면서 승승장구, 지난해 7.9%에서 올해 11.9%로 도약의 성장세를 보였다. 위스키의 ‘품격’을 기준으로 보면 또 다른 점이 나타난다. 현재 국내 업계에서는 위스키를 숙성 햇수별로 프리미엄급(12년짜리), 슈퍼프리미엄급(17년짜리), 디럭스급(슈퍼프리미엄보다 한단계 아래인 17년짜리), 스탠더드급(6년짜리)으로 나누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는 주종(主種)은 프리미엄급이다. 전체 시장을 100이라고 할 때 프리미엄급 소비량은 지난해 83.9%, 올해 83.3%(9월까지)를 차지했다. 500ml짜리 1병당 출고가 기준 2만1,000원대의 프리미엄급 위스키로는 임페리얼·윈저·렌슬럿12·스카치블루·시바스리갈12 등이 있다. 그 다음이 디럭스급으로 발렌타인마스터스·윈저17·렌슬럿17·스카치블루17 등이 있으며, 가격대는 2만8,000원에서 4만9,000원대까지 다양하다. 세번째로 찾는 것이 스탠더드급으로 썸씽스페셜·패스포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만 현재 추세가 스탠더드급보다 슈퍼프리미엄급을 더 많이 찾는, 이른바 ‘고급화’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슈퍼프리미엄급은 발렌타인17·조니워커골드 등 7만4,000원에서 10만원대 제품들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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