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을 여는 엄마의 등은 휠대로 휘어져 있었다.
순간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저 등에 내 무거운 짐을 얼마나 올려놓았을까, 생각하니
자책감이 엄마의 휜 등만큼 무겁게 짓누른다.
형님이 부재중일 때, 격주에 한 번 엄마의 밥상을 차려야 한다.
엄마는 늘 밥 투정하는 어린 아들에게 하듯
"이것 먹어라. 저것 먹어라. 더 먹어라." 하신다.
"알아서 먹을 테니 엄마나 많이 드세요."라고 톡 쏘아붙이곤
돌아서서 금세 후회한다.
(짜식, 먹기 싫어도 더 먹으면 될 것을...)
그간 쌓였던 삭이고 억누른 감정을 여과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만만하고 유일한 사람 '엄마'다.
막내의 투정 섞인 말에도 늘 그렇게 웃으면서 받아들였기에
육십을 바라보는 철부지 아들은 팔순을 훌쩍 넘겨버린
병약한 엄마에게 아직도 응석을 부리는지 모른다.
엄마 밥 차려드려야 하는 날, 휴일 근무가 잡히면 참 난감하다.
요령껏 조정했는데 어쩔 수 없을 때는 아무 말 못하는 내가 밉기만 하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들른 딸아이를 버스터미널까지도 바래다주지 못하는 처지고 보니
먹고 살기 위해 몸부림쳐야만 하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하다.
서둘러 아침상을 차려 드리고
회사일 때문에 점심은 혼자 차려 드셔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회사일 바쁜데 바로 회사로 가지, 무엇하러 오느냐."라고 나무라신다.
일 마치고 저녁에 다시 오겠다니
"피곤한데 집으로 바로 가라."고 하신다.
(엄마, 그러면 제 마음이 아파요.)
일이 늦어질 것 같아 조바심이 나더니 은근히 부아까지 치민다.
아니나다를까 엄마의 전화가 온다.
일이 아직 덜 마쳐 6시가 넘어 도착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피곤할 테니 집으로 바로 가라 하신다.
몇 번의 실랑이 아닌 실랑이를 벌이는데 거래처 기사가 듣고는
누구와 통화를 하시는데 그렇게 퉁명스러우냐고 묻는다.
순간, 내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아픔을 느꼈다.
연로하신 어머님, 저녁상 차려드리지 않으면 십중팔구는
아무것도 드시지 않을 테니 그것이 화가 나서 그랬다고 얘기하니까
"그냥 알았다 하시고 가시면 되잖아요."라며 웃는다.
이번에는 꽂힌 비수를 비틀어버리는 아픔을 느꼈다.
그리고 기사는 웃으면서 다음 말을 이었다.
"저도 똑같습니다. 사는 것이 다 그렇지요."
기사가 나가고 넋 잃은 놈처럼 멍하니 있었다.
자꾸만 그 기사가 했던 말이 메아리처럼 들리는 것 같다.
일을 마치고 엄마에게 가는 길,
엄마의 휘어진 등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렸다.
"왜 왔느냐." 하시면서도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신
엄마를 바라보며 하마터면 울 뻔했다.
(엄마 돌아가시면 누구한테 투정하지...
엄마 돌아가시면 못된 투정, 가슴을 치며 후회할 텐데...)
엄마의 휘어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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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맘 충분히 이해가갑니다.
계실때 잘해드려야죠....
첫 키스를 할 때
귓가에 종소리가 들렸다 하더군요.
오늘 선배님의 글을 읽으며
제 가슴에
종소리가 들렸습니다.
좋은 글 감사하게
그리고 따끔하게 받아 안아 봅니다.
고맙습니다.
어머님의 건강을 두 손 모아 기원 드립니다.
ㅡ.ㅡ
아부지와함께님은
심성이 참 고우신분 같아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명 합니다..훌쩍ㅠ
형님...
이라고 불러봅니다.
동작이 굼뜨다고 알바자리에서 밀려나 아기 돌보미 하고 있답니다
한분이라도 계실때는 덜하더만 고아가 되고보니 무척 그립습니다
이렇게 허전할때는 조만간 산소라두 댕겨와야 겠습니다
불효자 인지라 효..에관해선 그져 먹먹할 뿐입니다
낙시를 줄이고 좀더 자주 찿아뵙지 못했음이 죄스러울 뿐입니다
한해 끝자락에 서있는 지금 마무리 잘하시고
아버지와 함께님 새해에는 하시는일과 가족화목 기원 드립니다
불효자가 먼말을 하겠습니까!
오늘부터라도, 맨날 맘만.
그래서 자식인가 봅니다.
새끼키우니 부모님 마음
쬐금이나마 이해갑니다.
나이 덜 먹은 저의 착각입니다.
그래도 힘들지만
받아야 받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힘 내시고요.
잠시 슬펐습니다.
잠시...하늘에 계신 울 엄니가 생각나서....
엄마생각나서 간을 눈물로 맞췄는데..
들어와서 글보니 또한번 가슴이 메어집니다.
엄마 사랑해..
아픔없는 그곳에 행복하게 있어..
저도 이제 곧 60 줄..... 부모님은 가신지 오래지만 생각하면 눈물만 울컥 하네요.
그나마 객지에 있다고 산소도 제때 못가는 불효자입니다.
모친만이라도 계시니 부럽고 그마음이 아련해 또 한번 울컥 합니다.
어무이 이것 저것 드시고 싶은것 뭐던 드시소
사람이 묵고 싶은거 우째 다묵고 사노
이러시던 어무이 이제 눈물밖에
드릴것이 없네요
계신것만이라도
축복임니더^^^^^^^^^^^^^^^^^^^^^^^^^^^^^^^^^
아버지 투정을 조금만 받아드릴걸... 내입장이 아닌 아버지 입장에서 좀만더 생각할걸...
생전에 좀더 잘해드리세요 그것만이 정답입니다.
오늘도 엄마의 등은 더 굽어지고 있는 것을 ......
님의 글 잘 앍었습니다.
두줄 쓰는데 한5분은 걸린듯하네요.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셔서 참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부모님의 건강을 기원 합니다.
지내온 시간들속에서 난 부모님을 위해서 뭘 했는지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새해엔 작년보단 더 나은 자식이 될 것이라 맘속으로 생각해 봅니다.
하나하나 되새겨 봅니다.
감사한 마음 전하며
새해에는 뜻하신 일 이루시고
가정에 행복이 넘치시길 소망합니다.
몇해전에 어머니가 아파서 어머니를업고 병원에 간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큰병은 아니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다시업고 집으로 가는길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어머니의 무게가 너무가벼워서 작은 어린아이를 업은듯해서...
과거수십년전-
내가엄마의등에 업혔을때는 엄마의등이 그렇게 포근하고 아늑한 기억이
엊그제 같았는데...
이제라도 전화라도 한통해야 겠어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