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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서기.. (수요일의 시)

홀로서기 수요일의 시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홀로서기 수요일의 시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참 오랜만에 책장에서 눈에 띄어 살펴봅니다..

1987년..

군인이었는데 서점엔 갔었나 봅니다..

그 시절 청춘이라면 애인이 있건 없건 많은 편지에 인용하고 또

대화에도 소환했던 소재였던걸로 기억됩니다..

그때의 청춘은 이미 사라졌으나 그때의 가슴을 기억하며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홀로서기  - 서정윤 -

 

               ㅡ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산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 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건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럼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멀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ㅡ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어겨 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제 책꽂이에도 한권 꽂혀있네요
그 당시에는 정말 감수성이 풍부해서 이런 시를 읽으면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지금도 영화의 슬픈 장면을 보면 눈물이 쏟아집니다 갱년기인가 봅니다 ㅋ
열심히사랑하려고여중생제자성추행을하다ㅡ
모든걸 암놈과숫놈으로보는감수성많은시인에찬사ㅡ
“시” 를 보니 옛 생각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쏠라이님 감사 합니다,
서정적이시네요 자꾸 얼굴하고 매치가 안되는 이유는 뭘까요?....
1987년이라.. 제가 태어난 해네요 ^^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이 구절이 와 닿네요.
요즘 자기 얼굴에 대해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세상이지요.
나 자신부터 많은 반성을 하며,
좀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떠날 사람은 보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일 지라도......

가슴이 먹먹 하내요......
쓰레기ㅡ
홀로서니 여중생제자 젖가슴을만지다 ㅡ
아흐..
고삼때네요..
일일찻집하고..시화전하고..
그러면서..놀던때가..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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