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가을, 그때 내 나이는 불혹의 정점인 마흔 다섯이었습니다.
또래의 모두가 그러했드시 나는 공부와 사회적 입지의 개척을 위해
고생과 노력을 떼바지로 덮어썼던 시골출신의 순박한 공학도였습니다.
그때까지 거창한 지위나 부를 이룩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목표한 인생의 팔부능선은 허위허위 올랐다고 생각하며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었던 때였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겪었던 숱한 어려움과 고비들은
성취의 희열과 함께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소리없이 전신을 덮고 있었지만
그렇게 절박하게 느끼지는 못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더구나 눈앞에 산적한 업무는 차치하고라도
아직 쉰도 되지않은 나이라 새벽에 한시간 남짓 등산을 하는 것 외에는
달리 건강을 위한 호사를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꼬박 3년을 계속한 새벽등산이었지만
나름대로 체중의 감소와 함께 생활에 큰 활력을 얻은 것 외에는
평소의 지병이었던 고혈압을 완전히 다스리지는 못했습니다.
거기다가 연속되는 일상의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유일한 취미였던 낚시와 구수한 담배연기로
해소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어린시절부터 오로지 낚시삼매에 젖기를 자로했던 나는
그저 물결만 우러러봐도 즐겁고
찌만 바라봐도 즐거운 것이 낚시이고
고기가 잡히지 않아도 즐겁고
고기가 잡히면 더욱 즐거운 것이 바로 낚시라는
나름대로의 호연지기도 득한지 오래입니다.
전공이 콩알 떡밥낚시인데
한대의 낚시대로 합천호 술곡에서
하루밤 잡은 고기를 혼자서는 들어올리지 못해
옆에 있던 사람의 조력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로 조력도 갖추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둠벙에서 잠자리로 개구리를 낚던 어린시절부터
개울, 강, 소류지, 저수지, 댐, 갯바위, 보트놀이 까지
낚시의 종류와 장소 시간을 불문하고
오로지 내인생 낚시에 걸고 물결따라 예놋던
순수한 촌놈 고기잡이 어부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1997년 초가을 어느 금요일!
나는 고된 업무에 파김치가 된 몸을 이끌고 퇴근을 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일상의 고달픔을 한탄하면서
한동한 심란했던 마음을 낚시로 달래기로 작정했습니다.
내일은 토요일, 부담없는 오늘밤은
오로지 낚시꾼을 위한 밤인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 저녁밥을 챙겨 먹고 장비를 챙긴 나는
40여분을 열심히 달려 경주의 형산강 강가에 차를 새웠습니다.
이미 강가에는 5-6명의 꾼들이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나는 밤이라 쉽고 편한 자리에 낚싯대를 펴고 담배를 물었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 고요한 물결,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여섯치를 넘는 붕어들이 심심찮게 찌를 밀어올리고
가끔씩 자반(45cm)을 넘는 잉어가 피아노 소리를 연주하는
생애 최고의 밤이었습니다.
일상에 찌들었던 모든 번뇌는 담배연기로 날려보내고
심신을 짓누르던 피로는 봄눈처럼 녹아드는 극치의 밤이었습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았던 죽음의 그림자는 그렇게 절정속으로
찾아들었습니다.
던져놓은 낚시대의 케미라이트가 살며시 둘로 갈라지길레
다시 던지려고 낚싯대를 들려 했으나 나도 모르게
오른 손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순간 나는 위기를 직감하고 자리에서 일어서 물가를 물러서면서
근처의 사람들에게 내가 고혈압 환자인데 몸에 마비가 오고있으니
도와달라고 힘들게 말하고는 그대로 쓰러졌습니다.
그 순간 나에게 뛰어왔던 옆의 낚시꾼들은
일절 나의 몸에 손을 대지않은 채
나의 휴대폰으로 구급차를 부르고
저장되어있던 번호로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해줬습니다.
다행히 나는 구급차에 올라
지척에 있던 동국대 경주병원으로 긴급히 후송된
덕분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삶과 죽음의 기로를 헤메던
절박한 순간들은 힘겹게 극복했지만
절반이 죽어버린 반신불구의 몸으로
석달만에 겨우 휠채어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오고보니
100일간의 기나긴 그 가을의 낚시여정은 비로소 끝이났습니다.
아니 영원히 그리고 완전히 끝이났습니다.
하지만 절반이 죽어버린 육신의 고통은 고통도 아니었습니다.
힘겹게 이룩했던 모든 것들을
고지를 바로 지척에 두고 졸지에 추락하고보니
그동안 힘겹게 이룩한 모든 것들을 일순간에 깡그리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이 더 큰 고통이었습니다.
마음을 비우는 일도 득도를 위한 수행 같은 고난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 것과 내자를 위해
최소한의 존재근거는 마련해야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지팡이를 버리고 기고, 구르고, 짜빠지면서 걷고 또 걸었습니다.
지금은 비록 어렵지만 운전도 하고
이렇게 왠손으로나마 글도 쓸 수 있습니다.
가끔씩 아들놈의 고등한 수학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것으로도
존재의 가치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전에 내가 이룩했던 모든 성취는
결국 나의 것이 아니었노라고 수도 없이 되내이며
학원 승합차로 아이들을 싫어나르는 새삶에 몰두하면서
그래도 추억이 무엇인자 가끔씩 이 사이트를 기웃거립니다.
그리고는 마치 휘어지는 낚싯대에서 전율을 느끼듯이
소중한 꾼들의 글과 그림 속에서 미소를 그리며
희열을 느낍니다.
그러나 일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해버린 저의 어이없는 경험이
혹시라도 여러 태공님들께 타산지석이 될까해서
비록 왼손만으로 더듬거린 졸필이지만 이글을 올립니다.
첫째 평소에 혈압이 있으신 분들은 연세 고하를 막론하고
특히 환절기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라며
둘째 연세 막론하고 혈압이 의심스러운 분들은
반드시 냇과전문의와 상담하여 대책을 새워
뇌출혈이나 뇌경색을 사전에 예방하시기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나이만 믿고
혈압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이 천추에 한입니다.
일례로 저가 쓰러지고 난 뒤로 주변의 모든 지인들과 친구들은
철저히 의사와 상의하여 혈압을 조절하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셋째 뇌졸증의 예방을 위하여 반드시 의사가 추천하는 처방으로 항상
완벽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절대 나홀로 낚시는 삼가해야합니다.
넷째 혹시라도 뇌졸증이 발생하면 환자를 흔들거나
심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여 구급차를 부릅니다.
다섰째 뇌졸증으로 어렵게 된 환자는 강력한 의지와 끈기로
주어진 생과 투쟁하되 무엇을 얻고 채우기 보다는
하나 둘 버려감으로서 완전히 마음을 비우는 것이 치료의 지름길이며
여섯째 풍문으로 들리는 좋은 의원과 좋은 약을 찾아 병을 다스리려고 하지말고
한동작 한걸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무모하리만치 열심히 움직임을
추구하는 운동만이 구원이라는 점을 반드시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저 주변의 많은 의사들과 한의사들은 재활에 몸부림치는 저에게
단 한첩의 약도 침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것이 진정 나를 완전히 낫게 할 수 있는 비방이라면
그 가깝고 친한 벗들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그저 물결만 우러러봐도 즐겁고
찌만 바라봐도 즐거운 낚시!
고기가 물지 않아도 즐겁고
고기가 물면 더욱 즐거운 낚시!
세상에 이보다 더 즐거운 호연지기가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천고어비의 환상의 가을! 모두들 건강한 즐낚을 기원합니다.
그 가을에 있었던 100일간의 낚시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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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에도 티가있다고 했습니다 저도 나이가 오십이 지났습니다
86년도 초겨울 혈압으로 님 많큼 어려움 너무크 본인스스로
포항오어사뒷산인 대왕암(천자봉)에 3년6개월18일만에 1000번 을 오르락 내리락 했죠 그때는 회사근무가 3조3교대라서
쉬는날이 없었죠 퇴근하면은 오직 반복되는 산행으로만
세상을 살아나봅니다 지금은 정상으로 생활 합니다만
조졸님 너무성급하게 생각마시고 월척님들께 아주 귀중한
경험을 예방을 적어주신데 대해 감사를 드립니다
월척에는 젊은 회원님도 많이 계시지만 저 처름 중년들도
있으리라 생각을합니다 회원님 운영자님 모두건강하시고
월척에 발전이 있길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어렵고 힘든 역경을 이겨내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많은 후배들이 충분히 본받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졸님의 앞날에 행운만이 깃들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산도사님!
그런일이 있었군요.
그래서 산도사가 되셨군요..ㅎㅎ
언제 함 뵈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환절기 편안하게 잘 지내십시요!
재활에 몸부림치는 조졸님에게 단 한첩의 약도 침도 놓아줄 수 없었던 이율배반적인 지인들의 행태 또한 허탈함을 금할수가 없었네요
무모하리만치 열심히 움직임을 추구하는 운동만이 최선이라는 조졸님의 조언을 저도 어느정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관리 잘 하시고 틈날 때 계속 좋은글 올려 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언제든지 가시고 싶은 날, 말씀만 하십시요.
아마도 여러 월님들께서 도와 주실겁니다.
어렵고 힘든 역경을 잘 이겨내시고......
항상 월척 회원들이 옆에 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자주 올려주세요
때맞추어 꽃은 피고 새들도 지저귀었습니다.
그러나 그 공허는 인간의 한계를 넘나들게 하는 절대고독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산다는게 다 물결 위에 그리는 한 폭의 수채화인데
흐르고 나면 여운만 아련한 새물결임을 왜 그렇게도 몰랐던지
그저 회한만 앞을 가릴 따름입니다.
채워 가득함 보다 비워 아득함이 더 가슴에 와 닿을 때
비로소 오늘의 소중함과 내일의 아름다움이 빛처럼 쓰며드는 것을.
물 흐르듯이 그냥 그렇게 순리대로 흐르다 보면
당장 세상의 종말이 온다해도 달리 계산해야될 숙제와 셈은
그다지 크지 않으리라!
입질이 없다고 어찌 물결을 탓하겠는가?
다만 오늘은 인연이 거기까지였다고 생각하면
세상에 즐거움이 이보다 더할 때가 없는 것을!
졸필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과
댓글을 달아 격려해주신 조우님들께
뜨거운 감사를 드립니다.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