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동안 거세게 불어대는 강풍에 묶어 놓았던 밧줄이 끊어졌는지, 풀어졌는지는 몰라도 코앞까지 가두리가 밀려와 있었습니다.
이래저래 낚시는 틀렸고 옆의 분과 깡소주 한잔하면서 비 맞은 중마냥 투덜거리며 날씨 탓하다가
낮술 마무리에 이구동성으로 하는 이야기가 "국민의 의무인 투표도 하지 않고 낚시질 와서 어신(漁神)이 노했다고…"
양식장에서 가두리를 배에 묶어 원위치로 끌고 간 오후 3~4시경,
거세게 불어대던 바람이 누그러지면서 미풍으로 바뀌자 전방20m 지점에서 커다란 물고기들이 뛰어 오릅니다.
30여분 뒤 옆에서 낚시하던 분이 활처럼 휜 낚시대를 잡고 물고기와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도 부리나케 낚시대를 드리우고 어분과 신장떡밥을 적정 비율로 버무린 비빔밥으로 고기들을 유혹하기 시작합니다.
30여분 밑밥 투척 후 떡밥을 대추씨만하게 달아 신중하게 포인트에 집어놓고 담배 한대 물고 있는데
3칸대의 찌가 한 마디 깜빡 거리며 올라오다 멈춥니다.
“향어 입질인가?”
좀더 기다려 보기로 하고 긴장하면서 찌를 주시하고 있는데 정지됐던 찌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이건 분명 월척? 준척? 아니면 최소한 씨알 좋은 붕어일거야” 속으로 별의 별 추측을 하니 아드레날린이 온 몸으로 분비됩니다.
전광석화 같은 챔질 끝에 손에 전달되는 묵직함…그리고 동아줄처럼 팽팽한 긴장감…
“역시 낚시는 이 맛에 하는 거야~~”
어느 정도 씨름 끝에 올라온 녀석은 붕어도…향어도 아닌 씨알 좋은 찬넬 메기…
“찬넬메기 라도 좋다, 입질만 해다오” 이 불경기에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입질에 목말라 있던 차에 연실 계속되는 입질에 ‘불행 끝 행복시작’ 이었습니다.
굶주린 하이에나 마냥 우리 두 사람은 원 없이 손맛을 봤습니다.
이틀 동안 불어댄 강풍 때문에 가두리가 연안 쪽으로 밀려오면서 호수 바닥에 그물이 찢어진 모양입니다.
밤 10시가 되기 전에 씨알 좋은 찬넬메기로 살림망이 가득해서 선별작업에 들어가 웬만한 씨알은 방생해줄 정도로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고, 계속되는 손맛에 팔이 아플 정도입니다.
새벽에 메기로 매운탕을 얼큰하게 끓여 옆집 분과 한잔 하면서 "우리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은근과 끈기의 대한민국 낚시꾼"이라며
자화자찬하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니 밤이 깊어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행복했습니다.
다음날 낚시배를 타기 위해 철수를 하는 과정에서 지상 희대의 쌩쇼가 벌어졌습니다.
머리털 나고 씨알 면이나 마릿수 면에서도 최대 호황을 맞아 삐꾸(예전에 노란색 고기통)에 꾹꾹 눌러 구겨 넣고도
절반 이상의 물고기가 남았습니다. 나머지는 간이 좌대를 만들기 위해 평소 가지고 다니던 마대자루에 바리바리 담은 후
임시 선착장으로 가기 위해 가파른 비탈길을 가로 질러 가던 순간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발 밑을 내려다 보니 초과 탑승한 물고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삑꾸가 터지면서
십여 미터 비탈길을 찬넬 메기들이 집단으로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고 있습니다.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 마냥 물속으로 풍덩~~귀환하는 운 좋은 녀석도 있고
재수 옴 붙은 녀석들은 땅바닥에서 타박상의 고통에서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황당하기도 했지만 유럽의 귀족처럼 카이저 수염이 멋진 뼈대 있는 찬넬 메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당시 낚시를 통해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면 “음지가 변해 양지가 된다”라는 속담이 틀리지 않다는 걸 느꼈고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자연과 더불어 사는 낚시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해 낚시는 따뜻했네(?)...(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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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당시 정경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고생두 하시고.. 손맛두 보시고 입맛두 보시고
마지막 허탈장면 눈에 선하군요.
잘보구 추천 꾸~~욱 찍고 갑니다.
한편의 코메디처럼 웃음이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걸 보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나 봅니다.
감사합니다^^
그립내요 잘읽고 갑니다^^
언제나 옛날은 사람을 뒤돌아 보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