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80년무더운 어느날이었다
국민학교 3학년이었던나는 그토록 애타게기다리던 여름방학이었지만 친구들과의 매일똑같은 놀이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무료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내마음을 알으셨는지
아버지에 정말뜻밖에 제안에 좋아서 팔짝팔짝 뛰다니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낚시를 가자는거였다 그것도 아직 경험도못해본 메기낚시를 말이다
흔쾌히 받아들이며 좋아하던 어린막내 얼굴이 보기가 좋았는지 콧노래를 흥얼대시며 채비를 준비하고 계셨는데
채비라해봐야 못쓰는 비닐우산 대나무살대에다 낚시줄과 바늘을 단것이 전부였으니
그래도 붕어낚시 경험도있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가안되는 채비였다
하지만 메기를 잡으러가신다하니 분주해진 아부지에 손길에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아부지는 대나무살에 정확히 줄과바늘을 달으셨고
어느새 일곱개를 만드셔서 신문지에 곱게감싸 가방에 담으셨다
어릴적 나는 물고기 잡는걸 무척좋아했다
어무니 몰래 부엌에 걸려있는 소쿠리하나들고 송사리 미꾸라지등을 많이도 잡았었다
물론 망가지고 더러워진 소쿠리 로인해 많이도 혼났지만
이미 그런재미에 빠진 철부지 막내에게 두손을 드셨는지 나에 물고기잡이 전용 소쿠리를 선사하셨다
그런 나에게 처음으로 낚시대를 만져보고 당찬붕어에 손맛을 볼수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구세주는 바로 우리 큰형님 이었다
큰형과 나에 나이차이는 무려 20년에 나이차이가 나는데
자식뻘되는 막내동생이 귀엽고 이뻤는지
80cc오토바이에 낚시대는 뒤에묶고 어린나를 앞쪽에태우고 낚시를 다니곤했었다
그런 재미에 한참을 빠졌을때쯤 큰형은 결혼을하여 출가를 하였고
낚시하러갈 기회가 점점 없어진터라 아쉬울때였다
그런마음을 아셨는지 아부지는 어린 막내손을잡고
무더운 여름날 기름냄새가 풀풀나는 시외버스를타고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금산 가는방향 진양리쪽에 버스에
내려 한참을 걸었던 기억이난다
아부지는 미끼를 잡아야된다면 소똥으로 보이는 무덤이를 헤치며 지렁이를 금새 많이도 잡으셨다
이제 지렁이도 준비했으니 메기 잡을일만 남은것이다
기대도되고 어떤식으로 메기를 잡으실건지 궁금하기도했고
한번도 보지못한 아부지 낚시실력이 불분명했지만
대나무살에 줄과바늘을 매듭을 만드시고
지렁이를 금새한웅큼 준비하는 과정을보니
아부지도 낚시꽤나 좋아하셨나 ? 생각이 들었다
아부지에 그림자를 그늘삼아 한참을 또걸으니
어느 석축 제방같은곳에 도착을하였다
아부지는 어린나에게 어떻게 메기를 잡을건지를 간략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메기는 어두운곳을 좋아해서 벌건 대낯에는 숨을곳이 마땅치않아 석축사이에난 구멍에 숨어있다는것이다
지렁이를달아 대나무살을 슬그머니 집어넣으면
메기가 덥썩문다는 그런내용 이었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됐지만 아부지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부지 어서 메기잡아줘요" 하며 재촉했다
그날은 장마가 지나간터라 무척이나 습하고 더운날이었다
아부지는 구슬땀을 뻘뻘 흘리시며
대나무살에 채비를 말아논 가방을 열으셨고
곱게싼 신문지를 한커풀 벗기실때쯤이었다
아버지는 소스라치게 놀라시며 괴성을지르셨다
"막내야 용왕님이 노하셨다 아이구야!"
8월 무더운 땡볕아래 아부지는 벌겋게상기된 얼굴로 어쩔줄을 몰라 하셨다
그이유는 대나무살에 메달은 줄과바늘이 사라졌고
대나무살 일곱개만 덩그러니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신이 곡할노릇이란 말이 이럴때 쓰라고있었나보다
아부지의 손길에 정성스럽게 매달은 줄과바늘이 없어졌다
그것도 신문지에 돌돌말아나서 흘릴이유도 없을뿐더러
하나도 아니고 일곱개 몽땅 사라졌기 때문에...
아부지와 나는 가방속을 샅샅이 뒤져가며 찿아보았지만
끝내 줄과바늘은 어디에도 없었다
생전 처음으로 메기라는 고기를 잡아보리란 어린나에 희망과기대는 사라지고
지금까지 무쇠처럼 강인하게만 보였던 아버지에 그런모습을 처음보았다
실제로 아버지는 탄탄한 근육질에 성격도 호탕하셨고
단점이라면 술을 너무 좋아하시는거였다
아버지에 고향인 충북영동에서 젊은시절 실제로 있었던일이었다
큰 장마가와서 하천에 물이범람하고 급류가 강하게 흐를때였다
사람이 떠내려오는것을 동네분들이 발을 동동구르며 어쩔수없이 지켜만 보고있을때
아버지는 나무에 밧줄을묶고 자신에게도 밧줄을묶어 헤엄을쳐서 사람을구출하였고
경찰서에서 표창장을 받을만큼 강인한분이셨다한다
아버지는 나를데리고 집으로가는 버스에 올라서
집에도착할때까지 버스창밖만 바라보셨다
버스유리에비친 아버지의 그모습은 지금까지도
내가슴에 진하게 자리잡고있다
너무일찍 도착한 아버지와 막내를보신 어머니에 물음에도
아무런 대꾸도없이 목욕을하셨다
"막내야 옷벗고 이리와라"
아버지는 손수 땀이 뒤범벅이된 막내를 정성스럽게 목욕을 시켜주었다
아버지에 명령같은 목소리에 어머니는 부엌에서 분주하셨다
부엌끝에 상을 차리셨는데 별다른건 없었고 촛불하나와 사발에담긴 물이 전부였다
"용왕님 죽을죄를 지었읍니다 죄송합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요"
"우리막내 별탈없이 잘크게 도와주십시요"
아버지는 곧이어 막내에게도 절을 올리라 하셨고
이유도 영문도 모른체 그저 아버지가 시키는대로 따라야만 할것같았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막내가 가끔씩 잡아오는 미꾸라지를 달갑게 보지 않으셨다
하지만 아버지 몰래 친구들과 어울려 물고기를 잡으러 다녔고 그런행동이 잘못이었다고 생각을 했던거같다
성인이되고 지금까지도 여름이오면 그날 아버지와 있었던 일들을 빛바랜 사진첩을 넘기는것처럼
기억을 더듬게되고 아버지의 메세지를 되새겨본다
그일이 과연 미스테리한 일이었을까??
아니면 막내가 물고기잡으러 다니다가 위험할수있으니 어린막내에게 겁을주려했던것인지
아버지가 떠나신 27년이 지나도 나는 그어떤 대답도 이유도 알지못하고있다
단지 막내에대한 아버지에 사랑이었다는것만 조금은알고 살아가고있다
옛날 동화속의 용왕님이 메기를 연상하는 얼굴에 수염을달고 나오듯이
메기는 나에게 영물같은 존재가되었고
어쩌다 잡히는 메기를 고히 돌려보내준다
지렁이나 새우같은 동물성 미끼도 사용을 자제하게 되었고
커다란 입에 수염을 늘어뜨리며 나를 노려보며 나무라는것같아서
메기를 그다지 반갑게여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산란철에도 자연스럽게 식물성미끼만 선호하게되었다
"아버지 메기만 안잡으면 되지요?? 무분별하게 물고기를 죽이지 않으면 되지요??
뭐라고 말좀 해주세요"
막내야! 어서 용왕님께 절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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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낚시 하시길 바랍니다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제 아버지도 계시지만, 먹고 사느라 바빠서 어릴적 추억이 별로 없습니다.
성격도 잘 표현하지 않아
"나 진짜 아빠 아들 맞는건가"
궁금하기도 했는데.....
손주들 오면 이뻐해주고 놀아주는 모습을 보니
아주 무뚝뚝한 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막내아들 걱정되어서 미리 겁주려고 하신 행동 같습니다.
그 덕에 지금까지 무사하게 낚시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