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여 년 전 화창한 어느 날 오후로 기억됩니다.
집 근처 짬낚시로 이따금씩 가는 저수지가 있었는데
그 날도 2~3시간 짬낚 할 생각으로 저수지로 향했고
다행히 제가 좋아하는 포인트가 비어 있어 잽싸게
장비를 꺼내어 포인트로 향합니다.
포인트 옆에 노인 한분이 계셔서 가볍게 인사를 한 후
서둘러 대를 펴고 미끼를 달아 던지고 담배 한 모금을 빼어 듭니다.
옆자리를 돌아보니 70대 전후 반으로 보이는 노인 분이
셨는데..2.5칸대 정도 보이는 대를 쌍포로 펴고 계셨습니다. 왠지 모를 간결함이
고수의 냄새가 풍깁니다.
대는 폈으니 이제 커피를 한 잔 해야 겠구나 하구
커피포트에 물을 얹고 옆에 계신 노인 분께 "사장님 커피 한잔
하시겠습니까??"
하구 말을 건네니 "아이구 고맙습니다". 하며 반가운 답변이 옵니다.
잽싸게 커피를 태워 노인분께 한 잔을 드리고
말을 건네 봅니다.
"망태기를 담가 놓으신 걸 보니 한 수 하셨나 보네요?"
"허허~~아침묵고 와 있었는데.. 조금 전에 한 수를 했고 잡을 만치
잡았다오." 합니다.
순간 노인분의 얼굴을 보니 함박 미소에다 얼마나 행복해 하는
하는 얼굴을 하고 계시던지 최소한 턱걸이 아니문 월리까지 한
얼굴이셨습니다.
도대체 어떤 놈을 잡았기에 그리 좋아해 하실까 하고
"살림망 조 옴 봐도 되겠습니까?"하구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물 안에
잠긴 살림망을 서둘러 꺼내 봅니다.
살림망 안에는 붕어 5치 남짓한 한 마리........
순간 "에~게~~"라는 말을 할 뻔했습니다.
“어허, 사장님~~ 붕어가 이뿝니다“ 라고 하고 노인분의 눈치를 살핍니다.
이어 노인분이 환하게 웃으시며 말을
이어갑니다.
이쁘지요???
젊은 양반 내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요~~
얼마 전 내가 큰 수술을 받았는데...그 때는
내가 죽는 줄 알았다오~~ 그 때 내가 죽어도
좋으니 죽기 전에 물가에 가서 한번 낚시하고 붕어 한마리만
잡고 죽게 해달라구 기도를 했다우~~
그런데 내가 오늘 죽지 않고 물가에 이렇게 앉아있고
오늘 이리 이뿐 붕어를 잡았지 머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우~~
하시는 거였습니다.
아~~~순간 머리가 허해지는 느낌 이였습니다.
이분에게는 이 순간이 얼마나 기다려온 시간이며 얼마나 소중한 시간일까?
미끼로 쓸 어분 콩알 떡밥을 하루 전날 삼각형으로 정성스럽게 만들어 오신 걸
자랑하시고 일상적인 몇 가지 대화를 한 후 노인 분은 자리를 뜨셨습니다.
그 후 그 노인 분을 물가에서 한 번도 뵙지를 못했지만 건강하시길 기원 드립니다.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은 그 사람이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었다"
란이 말이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삶이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저런 일로 스트레스에 눌려 허우적 거릴때 마다
자신을 타이르곤 합니다.
누군가는 그토록 갈망했던 오늘을 내가 누릴 수 있음에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음에 그것만으로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자고.....
물가가 너무 그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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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아들님에게
댓글 쓰는중
"백0저수지"에서 우중 해전을
혼자 치르고있는 조우에게 114가와서
댓슬 다시 씁니다.
4짜구축함을 격침시켰다네요^^
선녀아들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
두고 보입시더.. 글 올리시문 막 물어 뜯을겁니다. ㅎㅎ ^^;
착한사람으로 뵈었더니.........-.-
순간 --> 시간
쩝~
뭔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잔잔한 필체로 느낌이 큰 내용입니다,
덕분에 또한번 옛날을 되돌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