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의 추억 16
분명 물고기가 맞는데....
라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울부짖는 낚싯줄에 놀랐다
터질것 같은 가늘고 날카로운 튕김음에 귓밥을 털어내는듯한 가려움
고통 스러울 지경이다
우선 대를 새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끌려 다니다 .....
생각하고 싶지 않아 몸서리처온다
"피~잉~"
낮에 올린 배스 가 큰 개라면
이 녀석은 밭을 가는 소다
거침이없다
급하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고
쟁기를 올라타고 있어도 큰 돌뿌리에 걸려도
그냥 밀고 갈뿐
운동회 줄다리기때 조금씩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는 그런느낌
누군가뒤에서 밀고 있는것같은....
대를 새우기는 커녕 쭉 뻗은 낚시대의 초릿대가 수면에 다을락 말락..
아무리몸을 비틀어재껴도 물아래에서 버티는..
.....
녀석이 버티는게아니라
난 지금 녀석에게 테스트를 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스~....이~~잉~~"
지긋이 끌려가는 줄에서 물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물아래 히미한 캐미가 어지럽게 흔들려 떨어질것만 같아보인다
"우~이~잉~"
재차 흔드는 녀석이 교각 밖으로 ... 상류로 째기 시작했다
"어~~어~"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 다니다시피 교각밖으로 나선다
제법 어두워진 다리위로 가로등이 켜진다
상류로 .... 상류로....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내리쬐는 가로등빛을 받았다
아 .....
저렇게 큰 놈이 있었던가?
무슨 거대한 어뢰라도 되는듯한 움직임에
압도되어오는 팔다리가 져려온다
시장에 내놓은 녀석들이 대어라면
저녀석은
괴물이다
뛰는 심장이며 버티는 다리며 바들바들 쥔 양손
이젠 내것이 아니다
전의 상실이다
교각아래.... 확인되지도 않던 고기에 이끌릴때만해도 큰 녀석임은 알수있었지만
가로등 빛으로 가늠하게된 녀석의 체구에
다리가 풀리는듯하다
몇번의 흔듬과 딸려가는 몸뚱아리에 힘이 빠진다
낚시대와 원줄이 일자가 되버렸다
쪼릿대가 뽑혀져 나갈것처럼 쳐대는 검은 그림자는
상류 수심이 얕은 곳에서 흙탕물과 물속파문을 만들며 자기 모습을 감춘다
노칠것이다.....
아니 낚시대를 놓을것이다
더이상 붙잡고있다간 다시 저 차디찬 물속으로 빠져들것이다
"머 하노~"
그저 딸려 다니기만 하는 날 잡아주는 아버지
하지만 난 녀석의 그림자를 본 그순간
이미 녀석과의 싸움에서 저버린 것이다
옆에선 아버지가 낚시대를 고쳐잡는다
기다렸다는듯 튕기듯 뒤로 주저앉아버린나
심장의뜀과 떨리는 살들을 주체 할수가 없다
"피~잉~"
"드드~뚱~"
원줄의 늘어남과 팽팽함이 동시에 교각을 울린다
거친 호흡
바들바들 떨리는 두팔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자꾸만 물에 빠졌던 생각이 난다
라르고에서 모데라토 그리고 프레스토 까지
....
한대의 피아노로 두명의 연주자가 경쟁하듯 강약을 조절하며
한명의 환호하는 청중과 주저앉은 패배자의 온몸을 울린다
"흐.....음...."
몇분을 따라다니던 아버지의 발걸음도....
처박혀있던 초릿대도....
천천히 수면과 거리를 두며 일어서기 지작했다
"핑~"
또한차례 현의 우루짖음
아버지의 허리가 펴지는듯 싶더니 다시 숙여진다
어디선가 본듯한 광경
아버지의 뒷모습은 그옛날 계곡지에서 처음 접했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흡사하다
어떻게해서던 꺼내려는 아버지와 모스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물속의 괴물
몇번의 자세를 고치며 힘을 다 하는 아버지의등이 외소해 보인다
아버지라도
노칠수도 있겟구나
......
...
낚시대가 부러질듯 휘어지고 흔들리던 초릿대도
물속만 주시할뿐 움직임이 없다
수초라도 감았나?
아니면.....
녀석의 여유인가?
팽팽한 두 연주자의 적막함이 공연장을 암흙으로 덮고있다
누가먼저 리드해 갈것인가
고요한 교각아래 수면이 두연주자의 시작을 기다리며 청중을 둘러본다
아버지의 왼발이 한발짝 앞을 짚으며 자세를 비튼다
물가 작은 자갈들의 디딤발이 바스락거리며
아버지의 심장소리를 들려주는듯
앉은 내 엉덩이에 진동을 뿌린다
물속 캐미가 천천히 움직이는가 싶더니 밝은 빛이 수면을 내리 긋는다
수면을 자르는 별똥별
그리고 다시연주되는 녀석의 독주
"피~이~잉~"
기다렸다는 듯
청중을 압도하는 현의 울부짖음
하지만 이미 예견이라도 한것처럼 아버지의 다리는 탄탄하게 버티고 있다
녀석이 현을 터트릴 만큼 내지르는 연주에 아버지의 양팔은 울림을 흡수라도하듯 흔들거리기만 할뿐
이전과는 다른 안정적인 자세로 버티고있다
조금전 별똥별에 놀라기라도 한듯
가로등으로 모여드는 나방들의 그림자가 어지럽게 날린다
몇차례의 방어전에도 녀석은 끌려나올 생각도 없다.
.....
잡을수도있겠다
순간 드는 생각이다
몇차례의 낚시를 가봤어도 이렇게 큰녀석은 본적도 없다
친구들 뿐 아니라 명절때마다 친지들 에게 두고두고 자랑거리가 생길지도 모른 다는 기대감에 긴장감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어..어.."
풀린 다리에 가누지도 못하고 넘어지는 나
"핑~"
주저않는 소리에 놀라기라도 했는지 녀석이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어..어.."
아버지의 몇마디 감탄사
"뜨~둥~"
원줄의 비틀림과 물밖으로 미친듯한 캐미의 튀김
....
"딱"
...
..
그리고
아버지는 넘어진 내앞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
나의 시야를 다가린 아버지의 등짝에서 뜨거운 열기가 뿜어진다
.....
..
더이상의 아름다웠던 연주도
열정적인 아버지의 뒷모습도
청중의 환호성도 없다
....
...
아버지머리위로 하나의 별똥별이 다시 지나간다
.....
아버지와의 추억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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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7
스릴있게 잘읽었습니다
아버지의 추억이 어찌 색이 바래는것 같아,,ㅎㅎ
즐거운감상, 수고하셨습니다
표현력이 대단하시네요.
즐겁게 다음편 기대합니다.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