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밤이었나 이어지는 굉음소리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새벽3시 옥상에서 플라스틱 파이프가 깨져 나갈듯 두들겨대는 빗 물소리 참 많이도 온다 비,
다시 잠을 자려 청하였으나 잠은 오지 않고 정신나간 물쏟아지는 소리를 경청하다 느닷없이 라면하나 끓여먹자란 생각이 들었다.
신라면을 먹을까 삼양라면을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
오늘 마트에서 사온 포장마차우동라면이 눈에 확 들어온다.
그래 이거다.
포장마차 우동맛을 기대하며 자다말고 펄펄 끓는 물에 라면 넣고 파 듬뿍, 고춧가루 듬뿍 넣고 묵은김치도 꺼내고 해서 한젓가락 훅 말아 먹어보니 웬걸 포장마차 우동맛은 한 개도 느껴지지 않았다.
속았다.
하지만 쏟아지는 빗물 소리가 주는 정취와 물기 가득한 공기때문인지 무지 맛있었다.
그렇게 한사발을 먹으며 자다말고 이게 뭔짓인지 모르겠지만 때론 이런 정신나간짓도 재미가 있다란 생각이 들었다.
군대생활 할때 그 몹서리치게 춥던 겨울밤 동초 2시간 서고 내려와서 남 몰래 먹던 그 라면맛 그 기막힌 맛을 있을수가 없어 그 맛을 찾고 싶지만 그 시간 그 처치로 가지전에 그 맛은 다신 만날 수 없기에 추억이란 그래서 그렇게 그리운것인가 보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불우한 친구가 정부로부터 소고기라면 한다발 무상지급 혜택을 받아 들고 가는 것을 보고 그 라면이 먹고 싶어 나는 왜 엄마가 있어서 라면도 못 먹는지 멀쩡한 우리엄마가 원망스러웠고 미웠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의 엄마는 배급받은 밀가루에다 소다와 베킹파우더를 듬뿍 넣어 수제비 끓이는것이 특기 였는데 1등급도 아닌 3등급이었나 누런 밀가루 거기에 비하면 라면은 그야말로 군침돌게 하는 최고의 음식이었다.
그 라면을 한다발 들고 가는 엄마 없는 친구의 거만한 뒷모습이 어찌나 부럽고 얄미웠던지 항시 내새끼 학교갔다 왔어 하며 안아주시던 나의 어머니까지 탓하게 할 정도였다.
그 라면의 가치 그땐 그랬었다 정말.
그러던 어느날 비가 억수로 오는것 같더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가 전부 꼴딱 잠겨버리는 대홍수가 잃어났다.
대한민국 역사상 유래없다는 대홍수가 난것이다.
우리 식구는 이불보따리 달랑 들고 내가 다니던 학교 서울하고도 답십리에 있던 답십리 초등학교로 피난을 갔다.
먹을것도 입을것도 모두 중량천 따라 흘려보내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는데 답십리 초등학교 정문에 어마어마한 트럭들이 대여섯대 들어오더니 뭔가를 마구 내려놓는다.
저게 뭘까?
멀그러니 쳐다보던 수재민들 사이로 배고파서 비틀거리던 내 눈에 삼양라면란 대문짝만하게 찍힌 글짜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그때부터 밤낮으로 라면을 원없이 먹었다.
엄마 아부진 홍수나서 괴로웠는지 모르겠지만 난 너무 기쁘고 그 귀한 라면을 쌓놓고 먹었으니 죽어도 원이 없는 나날들이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학창시절 나는 독립을 하여 자취생활을 하면서 라면사랑의 극치를 몸소 실천하게 되는데 밥을 해먹는다는것은 보통 의지 가지곤 매우 힘든것이 자취생활이라 만사 모든 배채우기는 간단하기 짝이없는 라면으로 해결 하게 된다.
하루도 빼놓치 않고 라면으로 채우던 배가 어느날 헛구역질을 하면서 라면을 넘기지 못하게 되고 끈질기게 질긴 나이롱 빨래줄을 씹는 것과 다른것 없는 느낌을 고스란이 느끼면서 라면은 더 이상 내 굶주림을 채워주는 음식에서 버림받게 되었다.
내게서 버림받은 라면은 정말 오랫동안 혐오식품으로 내 근처에 얼씬도 못하였고 아무리 배가 고파도 라면은 내 선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던차 나라의 부름을 받고 나라를 지키려 군대를 갔을때 논산 훈련소에 잊고 있었던 라면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일요일날 아침에 주는 그 군대식 라면이란것이 그 요리방법이 얼마나 독특한지 널찍한 밥 찌는 판에 생라면을 밤새 물에 불려 놓은 것으로 사각형 원형그대로 유지된 불린 라면 한덩이를 식판에 담아 주고 그 라면위에 스프만 따로 끓인 물을 한국자 듬뿍 부워 주는데 그 라면맛이란 대한민국 국방부 아니면 도져히 생각해낼수 없는 기발한 맛으로 정말이지 기억도 하지 싫은 더럽고 지져분한 맛이었다.
딴 군인들은 어땐는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 지독하게 맛이 없었고 그건 음식이 아니었다.
멀쩡한 라면을 왜 그렇게 엉망으로 만들어서 배식을 했어야만 했는지 지금도 도통 이해가 지 않는다.
그후 자대를 배치받아 가니 거기서도 일요일 아침 어김없이 라면을 주었다.
그런데 다행이 논란훈련소식 라면이 아니라 라면넣고 스프넣고 같이 끓인 극히 정상적인 라면이었는데 그 맛이 나를 행복하게 하기 충분했고 난 다시 라면속으로 빠져 들었다.
훈련나갔다 반합걸고 나무때서 끓여먹던 라면맛 그 맛은 정말이지 꿈속에 맛이었고 대대 보일러실 동기와 같이 보일러 불때는 탱크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 그곳에 반합에 물,라면과 스프를 동시에 넣고 뚜껑을 닫아 그 불구덩이 속으로 넣고 1분인가 있다가 꺼낸 그 라면은 더 이상 라면이 아니었다.
눈시리게 그리운맛 정말 예술이었다.
이제 장성하고 늙어 흰머리가 검을머리가 휘어감고 있고 정수리엔 드문 드문 빈공간이 생기고 있지만 지금도 변함없이 난 라면을 좋아한다.
하지만 예전같지는 않다.
오래전 춥고 배고플때 먹던 그 라면맛은 이젠 더이상 느낄수가 없다.
눈물나게 놀라웠던 그리운 그 맛
다시 그 맛을 볼수 없음이 아쉽기만 하다.
어느 노조사의 라면사랑.(펌)
-
- Hit : 12757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21
후루룩 쩝쩝 ^&^
논산훈련소 일요일 아침식사 라면 님덕분에 다시한번 생각나네요..
면따로 국물따로 저는 그런데로 맛있게 먹었읍니다...
웃음이 절로 나네요...
감사합니다...
토마토케찹 통으로 라면 끊여먹던 라면이
제일 맛있었읍니다..
몇가락과 국물.....
그맛을 영원히 잊을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참고서랑 바꾸어먹던 학교앞 냄비라면등...
유년시절에 모든추억이 요즘 나이들어 더욱 그리운거 같습니다.....ㅎㅎ
신김치 숭숭 썰어넣은 라면...
침 넘어갑니다.ㅎㅎㅎ
왜 그랬을까,,
대한 민국 라면이 세계 최고네요...
기다렸다가 흐물흐물해진 라면을 먹어본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이지
배가고파 그런대로 맛이있었는대 낚시가서 그 생각이나서 한번 해 봤는대
못먹겠더군요 ....
꽁짜배기로 시식 시켜주던 그 라면맛이 제일 맛있어던 같습니다.
세상에서 이렇게 맛있는것이 있어는가.?
남포동 광명극장앞 리어카에서 끓여주는 그 라면맛 두번다시는 먹을수없는 그 라면........
라면 몇봉지를 사고
고참들과 계곡에 숨어서 몰래끓여먹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삽에 물을 넣고, 나무를 모아 불을 지피고,
봉지 가운데를 약간(5cm)뜯고 스프를 넣고, 물을 2/3정도 넣은 후
삽위의 물이 끓으면 봉지째 삽 위에 올려놓고 끓여먹던 그 봉지라면 맛...
그때가 그립습니다.
몰래숨어 먹었던 라면은 정말 맛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