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8월, 내 낚시 여행 중 가장 먼 여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구에서 당진 운정리까지 약 260km의 천리 길,
90CC 오토바이로 떠났던 작은 형님과의 동행출조를 얘기하려 합니다.
10대까지는 아부지를 따라 다녔고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는 주로 작은형과 낚시를 다녔습니다.
낚시 가고 싶으면 비가 오거나, 얼음이 얼었거나 날씨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눈 빛만 오가면 그냥 떠납니다.
동쪽으로는 경산 자인 영천, 서쪽으로는 화원 논공 옥포 현풍,
남쪽으로는 청도 밀양, 북쪽으로는 칠곡…
출조지를 정해 놓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일단 방향만 잡고 가다가 오토바이 닿는대로 가는 것도 허다했습니다.
일단 저수지를 둘러 보고 느낌이 오거나 현지인에게 정보를 취하여 대를 담그어 봅니다.
조황이 썩 좋아 보이지 않으면 대를 걷고 인근 저수지로 바로 이동을 하죠.
물론 밤에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날 밝을 때까지 기다렸다 이동을 합니다.
저수지 이름은 기억이 가물하지만 대구 인근 저수지는 두루 섭렵을 하였습니다.
당시 큰형님은 평화건설(롯데건설 전신)에 근무하셨고
삽교천 방조제 공사 현장에 있었습니다.
그 곳은 두 달 후, 박대통령께서 방조제 준공식 참석 후 그날 10.26사태로
서거하신 의미를 지닌 곳입니다.
그 해 결혼하신 큰형님은 동생들이 보고 싶어 한 번 놀러오라고 하면서
기가막힌 낚시터가 있다는정보를 주었습니다.
그 먼 곳까지 오라면 동생들은 머뭇거릴 것이고 해서 밑밥을 던졌던 거였죠.
작은형님과 나는 별 망설임 없이 가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큰형님이 뿌린 밑밥에 현혹되어 덜컥 입질을 하였던 것이었죠.
대 낚시대 외에 릴을 준비했습니다.
당시 원거리 낚시에는 실패에 낚시줄을 감아 멀리 던지는 철치기라고 불리는
방울낚시를 주로 사용하였습니다. 지금도 사용하고 있죠.
그 땐 릴이 일반화 되지 않아 흔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작은형님 친구 분에게 다섯 대를 빌렸습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아침 일찍 출발을 하였습니다
낚시갈 때의 즐거움은
부푼 기대감으로 공중에 붕~ 뜬 기분이죠.
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달립니다.
'바아아아아~앙~~~'
가슴이 뻥 뚫립니다.
세상이 모두 내 것인 양 콧노래가 절로 납니다.
포플러 가로수는 일제히 도열하여 열병식을 갖추고
매미들은 장단을 맞추어 군악대 역할을 하며
찬란한 태양은 환한 조명으로 형님과 나를 비추어 줍니다.
크나큰 행사의 주인공으로 꿈을 꾸듯 달려 갑니다.
한 시간여 달리면 오토바이 엔진도 식힐 겸 1~20십분 쉬었다 가고,
도로변에 못 둑이 있으면 올라가서 못 구경도 하고 ,
조급함이 없이 그리 여유있게 낚시간 적도 없었을 것입니다.
어두워지기 전에만 도착한다는 예정을 하고 출발을 하였으니까요.
해가 거의 뉘엿뉘엿 넘어가는 무렵, 근 열두시간이 걸려 신평면내에 도착하였습니다.
엉덩이는 얼얼하여 반은 마비가 된 듯 감각이 없었습니다.
국도의 포장상태는 지금보다 썩 좋지 않았고 국도이외는 거의 비포장이었으니까요.
큰형님 계신 곳을 물었죠.
"아저씨 평화건설 현장 사무실 갈라머 어디로 가야 합니꺼?"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에 흠칫 놀라며
"워디서 왔시유~"
"대구서 왔는데예"
"예! 이거 타고 예까지 왔다구유~."
놀라움과 어이없다는 표정이 교차하면서 친절히 가리켜 주었습니다
다음 날 일찍 두 분 형님과 낚시터로 향했습니다.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좁은 농로를 따라 한참을 갔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지도 검색해 보니 초대지인 듯 여겨집니다.
두 분 형님은 대 낚시를 펴고 저는 릴을 투척했습니다.
큰형님 정보에 의하면 거의 양어장 수준,
붕어는 물론 잉어,초어가 물반 고기반 이라는 …
낚시꾼이 거의 오지 않기에 어자원이 무궁무진 하였나 봅니다.
연신 붕어는 올라왔지만 월척급 붕어는 보이질 않았죠.
릴에는 별 반응이 없던 차에 지나던 현지 분이 말을 건넵니다.
한 번씩 심심하면 긴 낚시대로 짜개를 써서
잉어 초어는 잠시 잠깐 너댓마리 잡는다며 짜개 쓸 것을 권유 하였습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작은형님은 읍내로 가서 깻묵을 구해 왔습니다.
삼각형으로 자른 짜개에 실을 몇 번 돌려 매어 바늘을 고정시키는
전형적인 구형 잉어 낚시법 이었습니다.
미끼를 바꾸고 다시 투척을 하였습니다.
두어시간 지났을까, 정오 무렵이었습니다.
허기가 슬슬 밀려와 형수님 싸주신 도시락을 서너 젖가락 먹고 있는데,
릴 초릿대에 어신이 옵니다.
'툭' '툭'
육중한 예신에 릴대로 뛰어 갔습니다.
순간 쭈우욱 초릿대가 바로 쳐 박습니다.
"왔다."
"대부터 세아라"
작은 형님이 흥분된 목소리로 뒤에서 코치합니다.
릴을 드는 순간 여태껏 한 번도 느끼지 못한 엄청난 힘이 전해집니다.
릴대가 활처럼 휘어집니다.
놈의 강렬한 저항으로 릴을 감을 수 없었습니다. 드랙을 풀었습니다.
"좌르르르---륵…"
20여m가 순식간에 풀립니다. 그리곤 멈칫합니다.
이때다 싶어 다시 드랙을 잠그고 감기 시작합니다.
어어… 공중으로 점핑을 합니다.
그 파문은 내 가슴으로 이내 다가 옵니다.
이번에는 한 바퀴 비-잉 돌며 물살을 일으킵니다.
가슴은 쿵쾅거리기 시작합니다.
"으와 뭐 저린기 다 있노!"
흥분의 도가니였습니다.
심장마저 파르르 떨리기 시작합니다.
처음 맛본 당찬 잉어의 손 맛이었습니다.
10여분 실랑이 끝에 작은 형님이 뜰채로 조심스레 건집니다.
약 52cm정도,
에이, 그 정도 가지고 우습게시리…… 할 분 계실 지 모르지만
그 이후 가끔 그 손 맛 때문에 잉어낚시를 하고, 그 이상도 잡아 보았지만
그 때의 그 손 맛에는 미치질 못하였습니다.
대도 못 세우고 오백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비늘만 건 적도 있었지만……
첫 경험의 설레임,
흥분,
짜릿함으로 기억되는 잊지 못할 잉어낚시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아무리 끄집어내려 해도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습니다.
엄청 신나고 재미있는 꿈을 꾸고 일어났을 때
그 꿈을 기억할 수 없듯이……
주말, 낚시 못가시는 분들께 조그만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천리 길 낚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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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월이라는크기의 고기한마리잡기도힘드니...
잘보고갑니다!주말 잘보내세요!
오토바이로 그리 멀리 낚시여행을
하는일은 지금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죠
그 많던 고기들이 다 없어졌듯이
그많았던 90CC 오토바이들도
세월따라 모두 사라졌습니다
그리운 시절 입니다 ^^
아부지님!
딸래미 잘있지요?
군에간 아들놈 인간 만들어야되는데...
엉덩이는 안녕하신지요
잘보고갑니나....
2등 소박사님 감사합니다.
3등 참붕어대물님,......
참붕어대물님
저번에는 이빨 거정을 해주시더니
이번에는 엉덩이 걱정까지...
이거슨 걱정해 주시는 마음이 아니라
은근슬쩍 태클로 여겨지는데,
진짜 함 만나서 현피 함 할랑교.ㅋㅋㅋ
우리 딸래미 자연미인이라예
아빠 닮아서.
정독했읍니다
여긴. 밤 10시17 분이내여
마눌은 거실에
저는. 큰넘방에
잠도 안오고
소박사님
조행기
대나무낚시대
아버님와함께님
글 정독하고있읍니다
잘읽었읍니다
내가 사랑하는 세가지...
저도 같습니다.
편안한 밤 되소서...
울아들녀석....
내가 보기엔 아직 어리고 못나보이지만
여자들한텐 인기 많나보던데요
다.. 아부지 닮아서 그런거 같아요....흐흠...컥
현피는 제가 사양할테니
언제 사진 교환 할랍니꺼..... 사둔.....
글쓰시는거 보니 다음글도 기대가 마니돼내요^^
저두 동생하고 취미가 낚시라
같이 많은 시간 보내려고
노력중입니다
좋은추억 잘보았습니다^^
선뜻 믿음이 안갈정도입니다 ㅎㅎ
그당시면 대다수 국도들이 비포장이엇지요
읍내에나가 짜개사온 낚시점이 아버님이하지던
그 가게인지도 모르겟군요 ㅎㅎ 합덕에서 사셧다면
100프로 저희가게엿읍니다 ㅎㅎ
초대지는 그당시 초어가유명햇습니다
무넘이로 넘어온 초어잡는다고하다가
꼬리에 맞아기절해서 익사한 사람까지잇엇으니까요
어제도 삽교호로 빠가잡으러다녀왓네요
오래전 이곳에 다녀가시는라 고생하셧습니다 ㅎㅎ
90CC 오토바이 기억이 납니다
헤트라이트 둥그런거 큰게 앞에 하나 달려 있던거...
저희 아부지도 그거 타고 다니셨거덩요 ^^
잘보고 갑니다 ^^
고기 잡은 추억보다 즐거웠고 고생했던 일들이 더 많아
조행기 쓰기가 조금 어려워요.
풍경이되자님 합덕은 작은형수님 친정이 있는 곳이예요.
율포리님 저도ㅎㅎ...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잡고싶다님 첫사랑 얘기 재미있게 잘 읽었고요.두 번째 세 번째는 없는가요?
형제간의 우애가 참 보기 좋게 느껴집니다.
우리 집안엔 낚시 좋아하는 사람이 저 밖에 없어서...
아무런 예정없이 느긋하게 여행한번 떠나보는게 작은 바램입니다
더구나 낚시 여행이라...부러운 추억입니다
재밌고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사업 번창하시고 안출하시기 바랍니다.
소요님 지금은 저도 그리 못합니다. 추억만 그리죠...
사립옹님 고맙습니다. 님께서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당시에 52센티면 아주 큰 잉어 맞는것 같습니다.....
어릴적 크게 보였던 시골집이 요즘은 너무 작게만 느껴 집니다...ㅎㅎ
52....감당하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