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하다...
한바탕 소란이 지난후라 더 조용하다
조부는 무릎위에 양팔을 걸치고 구부정하게 앉았다
아직도 녀석과의 힘겨루기를 생각하면 손아귀에 힘이들어간다
따끔
조부는 오른 팔목을 비틀어손바닥을 보았다
쓴웃음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렇게나 날부러진 조부의 낚시대가 보인다
낚시대쥐었던 부분은 갈라져있고 피자국도 선명했다
좀금전 부러질까 고쳐잡은 부분이 쪼개지면서 조부의 손바닦을 베어버렸나보다
"오래 몬살라카나 ...."
벌써 응고가되어버린 핏자욱이 제물선과 생명선을 가로질러져 있다
그리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물에 행굴때마다 헐렁한 쓰라림이 손바닦을 휘져어온다
물묻은 손을 떨어내며 고개를 든 조부
소류지는 조용하기만하다
아이의 오색찌는 지금까지의 광경을 지켜보지 않았다는듯 미동치도 않고 팔짱을끼고 있는듯 했다
지렁이를 담아온 사기그릇이 뒤집어져 있고 물가는 새우들의 전쟁터가 되어있다
"흣"
고개가 들썩일만큼의 콧웃음
"마 ~ 오늘 낚수 다했는갑네~"
긴한숨을 섞어뱉은 말은 조부의 심정을 대변했다
지게 그늘아래에서 곤히 자고있는 아이를 확인한후 무릎만큼자란 개쑥을 뜯어 적당한크기로 잘라 씻는다
그리고 잘근 잘근 씹는다
소태만큼 쓴 즙이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서야 인상을 찡그리며 손바닥 위로 뱉어냈다
무슨 믿음인지 모르지만 뱉어낸 개쑥을 손바닦에 고루펴 바르고 굴러다니는 비닐봉지를 찢어 적당히 묶었다
따끔거리는 손바닥이 아이 마음만 하랴
조부는 지게밑을 한번 확인하고는 밀집모자와 낫을 들고 일어섰다
"도꾸니는 고~가마 ~앉아 있그라~이~"
지게옆 그늘진곳에서 혀를 반이나 내밀고 침을 흘리고 있는 누렁이에게 한마디던진다
조부의 천대에 빈정상했는지 조부를 한번 올려다 볼뿐 이내 아랫턱을 바닦에 붙였다
"앉아놀모 머하노 꼴이나 베지~"
따가운태양을 밀집모자로 가린후 소류지둑 풀들을 베어나갔다
얼마나시간이 지났을까
말없이 낫질중인 조부옆을 쏜살같이 달려가는 누렁이가
소류지 입구즘에서 드러 눕는다
뒤돌아보니 지게는 그자리다
허리를 새우며 땀에 절어든 밀집모자를 벗었다
"벌써 밥떼가 된는가베~"
저멀리 입구에선 대바구니를 머리에 올린 조모가 누렁이의 배를 만진다
"아따~ 뭔~ 꼴을 가따가 이러쿠롬 벤는교~"
조모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둑의 반을 베어버린것 같다
"아~는 오데 있는교~"
"잔다~"
"손은 또 와그랍니꺼~"
조부는 가져온 바구니를 받아들고 말없이 둑위에 내려놓았다
바구니에서 올라오는 죽순향이 조부의 식감을 자극했지만 그다지 먹고싶다는 생각이 절실하진 않았다
"배안고프나~ 밥묵자~"
지게 앞에서 아이를 부르며 잠깐 멈춘 조모의 눈웃음
빈 양파망과 피묻어 부러진 낚시대, 물에빠진 하얀사기그릇 이 조모의 눈웃음에 답한다
조모의 인기척에 아이가 눈을 뜬다
간질간질한 눈물자국과 입안가득 고인 텁텁함을 삼키고 일어선 아이
제일 먼저 양파망을 그리고 낚시찌를..
꿈이 아님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눈물이 글썽인다
"하~알~매~"
입안가득 막걸리 냄새를 품기며 조모의 품에 안겼다
"오야~ 오야~"
갑자기 울먹이며 안기는 아이등을 두드릴 뿐이다
"밥무로가자~ 할매가 니좋아하는 죽신 삶아왔데이~"
아이역시 배고픔보다 이전의 허탈함이 더 커서인지 자꾸만 목을빼 소류지를 바라본다
"아~한테 또 술 미깃는교~"
조모의 말에 댓구가없는 조부
가져온 점심을 풀어놓을 뿐이다
둑위의 늦은 점심 식사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만 있을뿐 아무도 말이없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운다
아이가 구름뒤 태양을 찾으려 고개를 들었다
솔개 한마리가 멈춤비행을 한다
.......
..
"할배~"
멍한 눈으로 구름을 뒤지던 아이가 힘없이 조부를 불렀다
"또 낚시 하러 올끼지예~??"
초장에 죽순을 찍어 입에올리던 조부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멈춰있던 솔개가 수직낚하를 시작했다
"그라자~ 붕어할배~ 잡아야쟤~"
"다음에는 더 큰거 잡제이~"
비로소 조부의 음성에도 힘이들어갔고 아이의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조모의손에서 알사탕을 건내 받았다
심퉁해진 아이의 얼굴은 언제 그랫냐는듯 호들갑이다
한쪽볼가득 입에물고 누렁이와 앞뒤를 다투며 뛰는아이
나물바구니를 이고 걷는 조모
마지막으로 수북한 풀을 짊어지고 조부가 따른다
바람이분다
거뭇해진 하늘아래
다음을 기약하듯
바람이분다
글을 마치며...
할아버지와의 기억은 제게 너무 짧습니다
몇년을 조부모님과 함께살다
국민학교 갈때즘 부모님께서 귀농 하셨습니다
귀농이라기보다 여러기술과 자격증을 취득하시고 좀더 입지조건이 좋은곳으로 분가해 농기구및 가전제품 수리로 가계를 꾸리셧습니다
그후 얼마 있지않아 조부모님도 큰아들인 아버지댁으로 오시고
할아버지는 이사오신지 일년도 안돼서 돌아 가신걸로 기억 합니다
커서 아버지께 들은바로는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와 벌초하러 가셨을때
"내 죽으마 여다 무더라"
라고 당신의 묘자리를 정해 주셨다 하더군요
그길로 몸이 편챦으시다 돌아가셨구요
지금 생각해 보면 할아버지는 고향을 떠나기 싫으셨는지도 모르죠
기억하는건 할아버지 상여가 나갈때 신기하듯 봤던 오색 종이꽃
새하얀 옷과 머리와 허리에삼은 새끼줄행렬
소류지 둑 위까지 따라갔다 동네 어른이 다친다고 산은 오르지 말라던말
그 이후로 할아버지의 기억은 없습니다
생전에 손재주가 있으셔서
바퀴달린 말(손자들 타고다니는)도 나무로깍아 만드셨고
나무조각배 그리고 어린애 크기의 거북선 등 필요한 농기구들은 손수 나무로 만드셨데요
그중에 제가 본건 거북선!!
정말 냇가에다 가지고가서 띄워보고싶었는데 유리장식장에 밀봉해둬서 보기만 했었죠
시간이 많이지나 새집(벽돌집)을 지으면서 할아버지의 작품들도 다 사라졌어요
군복무를 마치고 명절날 벌초를 갔었는데 어릴때 지내던 할아버지댁은 새로 지어져 종씨 재실로 이용중이랍니다
대밭도 사라지고 경지정리되어버린 논밭,다리며 소류지까지의 구불길도 시맨트로 포장되어 산소까지 차를 끌고 갔어요
그렇게 넓고 깊어보이던 곳도 자그마하더군요 둑도 높아보이지않고
이젠 시골에 내려가도 할아버지는 두툼한 사진첩에서만 계십니다
글의 대부분이 두살위로 형님과 저의 기억을 짜집기한거라 사실을 바탕으로 많은 허구가 섞여있습니다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가지더--
많은분들께서 시간내어 읽어주시고 덧글달아주시고 추천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월척에 처음으로 글을 올리고 많은 월님들께서 읽어주셔서 황송할 따름입니다
일일이 답변 못달아 드린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글을 쓰고 싶네요
글 쓴것을 보인다는것이 이렇게 신이 나는 것인줄 몰랐네요
안출하시고 다음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할아버지와의 추억 8(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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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문학작품이네요..
재키님의 글을 읽으며 행복했습니다..
다음글 또 기다릴게요..고맙습니다..^^
첨부터 끝까지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 합니다~
앞으로 좋은 글을 쓰실거 같네요.
정갈한 문장들에 부러움이 이네요.
그간 기다리며 읽었습니다
아련한 향수에 젖어있다 갑니다 ..좋은글 올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우리님 뒷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여~~ 뒷글 올려주세요 ㅎㅎㅎ
이런 저런 추억도 있는데 다시금 새로새록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조부모를 그리워하는 사모곡이 가슴에 닿군요,,ㅎㅎ
흙내음나는 이야기에 푹 빠져있었네요
역시 어릴적 기억이 있으시군요.
약간씩 가미된 양념은 더욱 글을 맛나게 합니다.
멀고 아련한 내 추억 한편을 다시 들춰내어 보았다 여겨집니다.
고향생각이 납니다. 고맙습니다.
뒷동산에 소몰고 올라가 친구들이랑 들과산을 뛰어놀든 여릴적향수가
아련합니다. 오늘도 추천 드리고 갑니다.
감사의 말씀은 마지막 글에 남김을 용서해 주세요.
글을 읽는 내내
제 유년과 고향을 생각 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또 좋은 추억 하나
들춰보여주시기 바랍니다
10분거리에 팔순중반이 되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고향마을에 살고계시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앞으로는
자주 찾아뵈야 되겠습니다 무뚝뚝하시지만 마음만은 재키님의 할아버지와 똑같지 않겠습니까^^
끝까지 즐겁게 읽고 갑니다.
전 그런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없어 아쉽지만
어릴때 방학때마다 시골가서 놀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덕분에 좋은 추억 떠올릴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울 아덜들은 낚시가자해도 게임하고 더 친해서 독조 합니다.
좋은추억 부럽습니다.
어려서 할머니의 기억밖에 없는 저로서는 정말 다정하신 할머니를 생각케 하는군요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