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봄날.
전술로를 따라 자전거 한대가 보입니다.
그 옆으로는 이따끔 군용차들이 먼지를 휘날리며 지나갑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장댁 할아버지께서 낚시를 오신다는것을 이 부대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대 정문 가까이 자그마한 못이 있었는데 그 할아버지께서는 제가 이 부대로 파견나온지 1달이 지났는데
거의 매일 이 못을 찾으십니다.
*파견이라기 보다는 바닷가 마을에 지형 숙지와 대침투 작전관련 목적으로 유동적인 부대형태.
어느날 조용히 다가가 옆에 쪼그려 앉아 말을 걸어 봅니다.
"고기... 됩니까?"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 운동 삼아서 나오지 고기 잡으러 온거 아니라네"
"아~네. 저도 밖에 있을때 낚시 엄청 좋아 했었은데...."
"아...그래? 그럼 여기 낚시대 두고 갈테니 시간날때 한번 해보게."
그날은 그렇게 헤어지고 며칠뒤 잠시 시간을 내어 그 못가로 가봤습니다.
할아버지는 안계셨고 그 자리엔 비료부대에 고이 쌓여진 낚시장비가 눈에 들어오네요.
주섬주섬 열어보니 그 안에는 구수한 떡밥냄새와 함께 손때묻은 허름한 낚시대가 있더군요.
깊게 패인 얼굴주름과 등이 구부러진....순간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 얼굴이 떠오릅니다.
낚시대 한대를 대충펴서 떡밥을 달아 던져봅니다.
크진 않지만 예쁜 붕어들이 연신 올라옵니다.
잠시 몇시간이나마 그동안 못해왔던 낚시로 행복에 빠져봅니다.
그리곤 몇주뒤 휴가가 있어서 고향에 갔다가 그 할아버지 생각에 낚시방을 들러 낚시대랑 찌 몇개,
떡밥 몇봉지를 사다가 드린적이 있는데 세상에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는 모습이셨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친해져서 저는 틈틈히 할아버지를 찾아가 부식으로 나오는 건빵이나 컵라면,
햄버거빵등을 드렸었죠.
그리고 저는 시간이 날때면 그 못에서 낚시를 즐겼죠.
할아버지께서는...
"내 이중사 줄려고 몰래 가져왔다"
하시며 간혹 숭어나 새우말린거 등을 가져와서 저를 주시곤 했었죠.
그렇게 3개월가량의 파견근무가 끝날 무렵 늦은밤....
부대밖이 소란스러워 나가보니 동네 이장님께서 오셨더군요.
낮에 나간 할아버지가 아직 돌아오지 않으셔서 찾으러 오셨다고합니다.
순간 뭔가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어 이장님과 함께 못으로 가봤더니....
그자리엔 언제나 처럼 자전거 한대가 보이는데 할아버지께서는 보이질 않더군요.
그때 동행한 부대원 한명이 다급히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서..선임하..사니임!!!! 여...여기"
이장님과 급히 달려가 보니 물속에 허연 물체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니 엎드려진 사람의 형체입니다.
워커발로 물에 뛰어들어 올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장님댁 할아버지셨습니다.
순간 멍하여 아무말도 못했습니다.
당시 낚시를 오셨다가 실족하셨거나 심장마비로 돌아가신걸로 추측합니다.
그날밤 시신을 잘 수습하여 이장님댁에 모셔드리고 놀란 부대원들 소주한잔으로 다독거리고 잠자리에 누웠는데
눈물이 왈칵나더군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낚시로 인해 정도 많이 들었는데.....
요즘도 간혹 동네사시는 할아버지들께서 낚시를 오시면 그 시절의 이장님댁 할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군시절 낚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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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되는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 해봅니다.
잘읽고 갑니다 ㅠ
앞으로는 낚시로 인한 좋은추억 많이 생기시기 바랍니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한번 써봤습니다.
쉽게 스쳐지나가는 인연인듯 해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게 사람인연이지요.
스쳐지나는 인연 참 소중합니다.
살아갈수록 느끼게 됩니다.
아니 나이가 들면서 내자신이 철이들고 있구나
하고 생각이 듭니다
내가 먼저가 아닌
주변...사람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젊어서의 잘못도 반성도 하면서
철이 들어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신비한 것 같습니다
언제 어느곳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날지 모르는 일입니다
항시 감사하는마음으로 살아야겠습니다
좋은글 읽고 가슴이 뭉큶하네요
감사합니다
슬프지만 잔잔한 여운이있는 추억이네요.
B접점님 따뜻한분이시군요
그려집니다. 그 할아버님께서도 고마워하실 겁니다.
푸근한 호흡이 느껴지는 글솜씨도 일품이십니다!
해피엔딩을 기대했는데..
이런 가슴 아픈일이
선배님은 정이 참 많고
좋으신분인것 같습니다
좋은글 추천 드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