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님들, 추석 잘 보내셨는지요?^^
벌써 10월...가는 9월이 아쉬어 잠시 상념에 젖어보다
해마다 9월이 되면 생각나는 자그마한 사건?이 있어 적어 봅니다.
아마도...지금으로부터 12, 13년전으로 기억됩니다.
이제 1남 3녀의 모든 형제들이 제 짝을 채웠을 무렵을 같이하여...
저 역시 나름대로 작전이란 것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름하야.....
전 형제집안의 1가구 1조사 작전.
매형1, 매제2을 소유(?)하게 된 참에 1가구당 최소한 1조사를 만들어
앞으로 형제들의 우의를 돈독히하고 나아가 집안의 화목에 공헌하자~
뭐...이런 명제 아래 제 혼자 생각해 낸 작전이었죠,
사실은...다 아시겠지만....목적은 더 큰 데 있었습니다.
매형, 매제와의 출조가 빈번하면 낚시 갈 때마다 입이 댓발나오는
와이프의 눈치를 덜 봐도 되고 핑계거리도 생기니 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또한,
낚시가 취미라는 것에 별로 탐탁치 않은 반응을 보이는 형제는 물론,
매형과 매제에게 이번 기회에 확실히 인식을 바꿔놓으리라는
비장한 각오도 한 몫 하였습니다.
막내매제야 그럭저럭 낚시를 하니 일단 지원군 하나는 소유한 셈이고...
문제는 학교교사로 일명 바른생활 사나이로 통하는 고지식한 매형과,
한주에 한번 산에 안가면 가시가 돋는다는 산사나이 매제인데
이 둘의 가치관을 바꾸려면 준비가 철저해야하는 것은 당연지사였죠.
암튼...엄청 감언이설과 취지를 강조한 저의 일장연설로 약속은 이루어지고.
저는 온갖 머리를 짜내 모든 준비물을 도맏아 준비하고
매형, 매제는 단지 회비만 조금 내게끔 출발전부터 편의를 봐주었죠.
먼저, 장소....
아무래도 생초보들에겐 노지보단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양방이 제격.
방갈로2개까지 예약하여 유사시를 대비했고.
낚시예의를 잘모르는지라 행여 밤에 다른이들에게 방해를 줄까봐
사람들이 잘 오지않는 곳을 신중에 신중을 더하여 거리까지 감안한
경기도 오산의 00낚시터로 낙찰.
메뉴.
염불보단 잿밥에 눈을 돌릴 이들인지라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죠.
삼겹살에 각종 양념. 쐬주. 맥주와 마른 안주. 김밥과 라면, 저녁 간식들...
버너와 코펠, 불판, 아이스박스를 챙기니 대충 6박스...
준비물.
랜턴과 수건 하나씩만 달랑 들고 오라 하고선 혼자서 여분의 낚시대와
직접 잡아서 넣는 기쁨을 알려주고자 1인 1개의 여분의 살림망 준비.
친절하게 혹 다된 밥에 재 빠트릴 모기를 없앨 살충제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을 9월 중순으로 날자 선정.
모든 준비는 완~벽 했습니다. ^^V
드뎌.....디데이. 9월 중순의 주말은 시작되고...
사전답사차 다른이들보다 3,4시간 일찍 현장을 와보니
낚시하는 이들은 단 한명도 없고 물수위도 적절~한게 맘이 놓이더군요.
"형님, 여기 좋은데요?"
역시 꾼답게 제일 먼저 도착한 막내매제.
"여기에요? 되게 쪼그마하네?"
초장부터 별 감흥이 없는 매제 도착.
"늦어서 미안. 집에서 출발하자마자 차 타이어가 빵꾸나서.....
이거, 왠지 불안해. 별일 생기진 않겠지?"
오자마자 안티한 분위기로 시작하는 매형 도착.
일단 얼추 약속한 오후 3시쯤 모든 이들이 도착하였습니다.
미리 제일 좋은 자리로 잡아논 자리 4곳에 차례대로 앉히고 대펴주고
채비설명...투척방법...미끼 나눠주고...겨우 제자리로 돌아와 앉습니다.
"자, 그럼 이제 제가 말씀드린대로 해보세요."
초보들의 공통점. 다들 아시죠?
한 10분만 입질 없으면 투덜대며 지루해 한다는 것.
"이거 왜이리 입질이 없냐?"
역시나.....이때가 참 힘들지요.
"밑밥을 부지런히 줘야지요. 5분마다 한번씩 같은 장소에 던지세요.
앗! 그건 너무 커요, 딱딱해서도 안되고...."
매형)"허...낚시가 뭐이리 복잡해...."
매제)"그러게요...등산은 그래서 좋아요, 산에 가면...어쩌구저쩌구..."
시작부터 별로 좋은 반응은 아닙니다.
이 상황에서 1시간이 넘도록 고기가 안나오면 초보들의 인내심은
거의 한계에 도달하게되죠.
매형)"허...여기 물고기 없는거 아냐? 처남은 맨날 낚시다니면서
어째 한마리도 못잡어?"
나)"하하하....붕어도 몰려다니는 시간이 있어요. 좀더 기다리시면..."
매제)"그럼, 우리 그때 낚시하고 지금은 고기나 궈먹을까요?"
매형)"오, 그거 좋네. 소주도 한잔하고."
나)"음....6시쯤되면 그때가 피크니까 좀만 기둘려...."
매형)"6시? 아직 한시간도 넘게 남았네? 놀면 뭐해, 그때까지만 먹지 뭐."
나)" 끄응.............................."
결국....저녁식사가 예정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었죠.
그래도 고기 굽고 기름냄새 맡으며 소주 한잔하니 좋긴 좋더군요. ^^
형님 한잔, 아우 한잔....
어느덧 간단하게 먹자던 소주는 일인당 두병을 넘어서고....
약간은 의식이 혼미한 가운데, 그래도 본 행사의 뜻깊은 취지를 기억해낸
저는 중간에 브레이크를 걸었습니다.
나)"자자, 이제 벌써 어두워졌어요. 붕어 나올 시간입니다.
술은 이따 밤늦게 다시 마시죠. 어이, 매제. 일어나."
간신히 얼르고 달래서 각자 자리에 앉히고 찌불을 밝힙니다.
아......이젠 정말로 붕어가 얼굴을 보여줘야 환자에 입문시키는데.....
그때였습니다.
"앗싸!!!!"
아, 장하다. 막내매제. 적절한 타이밍에 한마리를 걸더군요.
나) 봤죠? 봤죠?
매형)"오~ 제법 큰데?"
나) "저건 작은 거여요. 1미터가 훨씬 넘는(?) 것두 있다고요."
매제)"음...."
분위기 좋군. 이제 저 둘의 낚시대에 붕어야 걸려라. 케미를 반딧불처럼
수면위에 춤추게 하고 당찬 손맛을 한번 느끼게 해주면 일단 성공이다.
속으로 나름대로 염불을 외우고 나의 케미는 관심이 멀고
생초보 둘의 케미만을 유심히 바라보는데.....이런 젠장.........
어쩌다 지나가다 잡힌 건지 별반 입질이 없습니다. 자리를 옮겨 말어...
매제)"어? 이거 뭐야? 비가 오네?"
매형)"어? 정말? "
아, 이런....비가 한두방울 내리더니 갑자기 엄청 내리기 시작합니다.
파라솔이 있어서 일일히 설치해줬지만...
생초보들에게, 더구나 술까지 먹어서 얼큰한 이들에게 비맞아가며
낚시하란 말은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막 피어오르는 모닥불처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둘의 낚시호기심은
내리는 비에 순식간에 꺼져버리고....다시 비안들이치는 평상에 모여
아까 못다한 2차 술판이 질펀하게 시작됩니다.
이러면 안되는데....이게 아닌데....
지원군이라고 생각한 막내매제마저 술판에 합류한지 오래...
내일 먹을 라면까지 모자란 안주로 끄집어내는 이들을 보며....
전 처연히 오늘장을 마감하고 내일 오전 낚시를 마지막희망으로 여기곤
돌아서서 홀로이 나의 낚시자리로 돌아와 앉았습니다.
주는 술 억지로(?) 받아마신게 대충 소주 3병...
혼자 대를 지키고는 있지만 저역시 정신은 몽롱합니다.
다들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잠자리에 든 자정무렵.
아까 그토록 원하던 붕어입질이 폭발적으로 시작됩니다.
아, 원망스럽네....이놈들. 아까 입질 좀 하지.....
이제는 술취해 잠든 그들을 억지로 깨워봤자 역효과일테고....
혼자서 찌맛, 손 맛을 만끽하며 탱글탱글한 붕어를 7마리정도 잡았을 무렵,
오른쪽 옆 매제의 찌불에 뭔가 신호가 옵니다.
아마 초보인지라 엄청 단단히 달아논 떡밥이 이제사 풀린듯.
찌가 내려갔다, 올라갔다하는게 먹성 좋은 붕어가 입속까지 삼키다
바늘에 걸린게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낚시대에 오는 입질도 보기 힘든 판이라 별 신경을 쓰지않으려는데
덜컥!
이런, 낚시대가 끌려나가려는게 아니겠습니까?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옆 자리로 달려가 낚시대를 잡은 것까진 좋았는데...
아까 먹은 소주의 취기때문인지...
계속 내리는 비에 젖은 노지좌대가 미끄러워서인지....
"풍덩!!!!!!"
아무도 없는 칠흙같은 밤.
저는 그만 낚시대를 손에 쥔채 그대로 머리부터 물속으로
고꾸라지고 말았습니다.
"어푸, 어푸!!"
아무도 도와줄 이 없는 먹물같은 밤.
혼자서 물먹은 옷과 신발의 무게를 감당하면서 헤치고 나오기란...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런 경험을 하셨겠지만 힘들더군요.
가슴까지 오는 수심이었기에 망정이지...만일 제방이었다면
지금쯤 이글을 올리지 못했을 지도 모릅니다. ^^;
안경은 반쯤 벗겨지고, 손등은 까지고, 옷은 착 달라붙어 물이 줄줄....
그런데....정말 꾼의 심리란....
그 와중에도 제 오른손은 3칸짜리 낚시대를 굳게 쥐고 있었다는 것 아닙니까.
간신히 뭍에 올라와 대를 끌어내니 붕어 준척 한마리가 딸려오더군요.
이 놈때문에 내가....아, 쪽팔려.......
그래도 이 몰골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그런데, 9월 중순. 더구나 비가 내리는 밤.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흠뻑 젖은 몸에겐 더이상 가을 정취의 밤이
아니었습니다. 슬슬 몸이 떨려오기 시작하더니 추위가 엄습합니다.
으.....추워. 어쩐다....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Q)입질은 계속 온다. 하지만 흠뻑 젖어서 추위에 견디기 힘들다.
여러분은 어쩌시겠습니까?
저도 낚시를 계속하느냐, 마느냐의 갈등과 싸우다
낚시가방과 차안을 온통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제발....아무거나 좋으니 옷하나만....아니, 헝겊, 비닐,아니면 걸레라두...
아, 그러나 불행중 다행으로 군용판초우의가 하나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정말 심봤다를 외칠정도로 기쁘더군요.
일단 모든 젖은 옷을 탈의하여 차안에 쑤셔넣고
완전 실오라기하나 없는 전라의 몸이 되어 판초우의를 머리부터
뒤짚어 썼습니다. 무릎까지 얼추 내려오더군요.
그리고는...다시 제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뭐하러 가 앉았겠습니까? 당연히...다시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입질은 계속 오더군요.
물에 젖은 의자에 맨살의 엉덩이와 거시기가 닿는 느낌은...좀 거시기하더군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맨살의 하체도 추위를 느끼기 시작합니다.
미치것네....낚시는 해야하는데...으...추워.....
쌍방울이 점점 좁쌀처럼 오그라드는 것을 느끼며 도저히 더는 견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바로 저거야!!
예전에도 한번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라....
제가 찾아낸 것은 폐비닐.
하체를 넉넉히 감쌀만큼 큰 군데군데 뜯겨진 더러운 비닐이었습니다.
이 비닐을 몸에 두르면 얼마나 따뜻한지는...경험하신 분은 압니다.
암튼, 이제 완벽(?)합니다.
상체는 군용판쵸우의. 하체는 둘둘 말은 폐비닐.
아마.....누가 있었다면 한 10년은 거지생활한 놈으로 몰아도 할 말 없는 패션이 완성된 거죠.
하지만, 보온 되지....부끄럼가리개되지....게다가 방수까지되니
아무도 없는 이 저수지에서 뭐가 문제겠습니까? ^^;
추위도 잊고 비도 잊은체 계속 오는 고기의 입질에 새벽까지
손맛을 만끽하니 이보다 좋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어느덧 여명은 밝아오고......
슬슬 걱정이 됩니다.
이거...조금 있으면 매형, 매제들과 사람들이 나올텐데...어쩐다?
이 몰골....쪽팔린데....아, 미치것다.
고민은 고민이고 입질은 입질.
머릿속은 걱정을 하면서도 눈과 손은 낚시를 하고있는 상황이 이어질 무렵.
"여~ 처남. 밤샌 거야?"
드디어 뒤에서 매형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네..............."
"역시 꾼이구먼. 많이 잡았어?"
"........................!!!!!!!!"
뒤에서 다가오던 매형이 제 옆에서서 저를 바라보더니,
동그랗게 커진 눈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저를 쳐다 봅니다.
"헉!..........처남.....뭐야? 왜...옷이....왜 비니루를.....?"
"........................."
"뭐야? 밤새 뭔 일 있었던거야?"
크............결국은 대충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처음엔 긴장하고 듣던
매형의 얼굴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바뀌더군요.
잠시뒤에 잠푹자고 나온 매제들과 합세하여 셋이서는 박장대소를 하며
저를 놀리기 시작합니다.
"캬캬캬.....패션 죽이는데요, 형님!"
" 우하하하......처남, 사진 찍어 놀까? 기념인데."
"오...저 비니루...군데군데 쥐뜯어 먹은 것같은 부분이 포인트에요."
"그럼 속에는 노팬티? 캬캬캬캬..."
이런 젠장....그냥 멋적은 웃음으로 화답하며 물어봅니다.
"......하하....그런데 누구 여벌 옷 없어?"
1가구 1조사작전?
작전이고 뭐고....제 꼴을 본 매형, 매제의 머릿속엔
낚시란 역시 할 일이 아닌 취미란 인식위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더해졌고...
그 날은 대실패를 경험하며 쓰린 속을 달래며 왔습니다.
돌아오는 차안...
전 모두들 여벌옷이라고는 양말 한컬레뿐이라는 얘길 듣고서
위에는 판초우의 하나 맨살에 걸치고 땀을 줄줄 흘리고...
아랫도리는 완전 노팬티에 누드차림으로 의자에 앉은체...
맨발로 악셀과 브레이크를 밟아가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해장국 한그릇씩 비우고 나오는 매형과 매제를
그저 입맛만 다시며 차속에서 쪽팔려서 내리지도 못한채 바라보고
얼마나 원망을 했었는지.....
또 그당시 유행이 시작 된 네비게이션.
중간에 미소를 띄며 다가오는 네비게이션판매하는
언니가 창문 좀 열어보라고 하는 것을 막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아뭏든 그때일은 두고두고 지금도 형제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1가구 1조사작전을 성공시키는 필승의 그날을 기다려봅니다. ^^
1가구 1조사 작전
-
- Hit : 6921
- 본문+댓글추천 : 0
- 댓글 12
잼납니다
사모님 만화책 사건부터
가족들 꾼만들기 작전까지
되는게 하나도 없네요
그래도 이에 조금만 더하시면
한분 정도는 입질 하실건데......ㅋ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
1박할 기회를 잡아보세요,,ㅎㅎ
너무 재미있게 쓰시네요.^^
1가구 1조사작전의 성공을 기원할께요.
장문의 글 쓰시고 올리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인구센서스조사하는 내용인지알구 봤잖아욧..
시간 없다하구선..
장문의 글은 또, 언제 쓰신겁니까?
근데.. 저는 믿지않습니다..
딱..한군데.. 군용판초우의를 입고있었다는 부분입니다..
결코..군용판초우의 구멍에..
물나그네님의 머리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머리싸이즈인걸..
저는 알고있습니다...
추석 연휴는 잘 보내셨는지?
그제 근처 대형 호수에서 9치 한마리 잡고 혼자 오는길에
가을 찬바람이 불어대니 약간 허전함도 느껴 지던데?
외로운 건지? 추워하는건지 모를 서글픔에 잠시 눈을 감았지...
한가하면 더 추워지기전에 케미 불빛 만나러 가세나....
재미나게 잘 보고 갑니다...
꼭 성공 하시길....ㅎㅎ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