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자하니 진례못이 이르게 입질을 한다던데...’
참으로 어렵다. 이제 막 붕어낚시 시즌에 임박한 2월 중순이지만,
사실 이때가 제일 어렵다. 예년의 경험으로 보면 삼천포의 서택지나
영산의 번개지 장척지 그리고 창녕의 유리지나 길곡의 상길지 같은
곳이 이른 붕어 입질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런 곳으로 갈 수 없는 연유는 현지 상황을 장담할 수 없기에 선뜻
나서질 못하는 것이다. 요즘 날씨가 하 수상하질 않는가!
‘진례못??!! 거긴 좀 계곡이잖아!’
‘그랑끼네... 아는 사람들만 살째기 이때 찾아가 빼묵는다 아닝교!’
후배의 정보는 대체로 신빙성이 있다. 말하자면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을
그는 곁에 끼고 있는 것이다.
‘흠... 그람 가야쥐~! 당근 가야할게야.’
일단 붕어들이 기다리고 있다는데 어느 낚시꾼이 방구석에서 미적거리고 있을
것이겠는가. 해서 다음날... 그러니까 구름은 많지만 날씨는 대체로 좋다는 지난
목요일 우린 지체 없이 길을 나셨다. 주말로 다시 추워진다는 예보도 있고 해서
마음이 급해진 것이다.
‘그란디... 돼지머리라도 가져가야 하는 게 아녀?’
‘올 들어 첫 출조네요.’
야턴 낚시를 떠나는 길만큼 발걸음이 가벼운 게 또 있을까! 이런 저런 농지거릴
주고받으며 너스레를 떠는 재미도 좋고 아무리 하찮은 일일지라도 낚시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내 속내를 드러내 놓고 철없이 히히덕거릴 수 있기에 즐겁다.
톨게이트에서 앞차가 눈치 빠르게 빈 곳을 찾아 잽싸게 들어간다. 좋은 포인트를
먼저 차기하기 위해서 저러는가 싶기도 해 예사롭게 안 보였다. 무릇 낚시꾼들 눈엔
모든 게 낚시 형태로 보이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안 보이는데...??’
휭 하게 텅 빈 진례못. 5월 산란기 철 창녕의 달창지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몇
명은 앉아 있을 줄 알았는데, 을씨년스러운 진례못엔 때를 아는 쇠오리들만 물결에
흔들거리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 이 포인트가 최고구만요.’
낚시한 흔적은 있었으나 그게 언제 때 것인지 가늠할 길 조차 힘들고 예전엔
없었던 비닐하우스 옆으론 제법 큰 개들이 앙칼지게 짖어 댔다. 맘 같아선 대번에
오랏줄에 걸어놓고 때려잡아버리고 싶었다.
사실 진례못은 인근에서 찾아보기 힘들게 수질이 좋은 곳이다. 수심도 무려 35m에
이르러 어지간한 바다보다 깊은 곳이다. 그러기에 그곳 붕어들의 회는 가히 절대미감
을 자랑한다. 우린 예전에 그곳에서 그 회를 맛본 경험이 있다.
회라고 하면 이삼월엔 감성돔 학공치 사오월엔 볼락 우럭 열기 오뉴월엔 농어 참돔
칠팔월엔 참치 숭어 구시월엔 전어 등이 좋긴 좋다만, 난 여태껏 5월에 먹어본 진례
못 붕어회만한 걸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깨끗한 물가에 더러운 개밥을 온 바닥에 널려놓는 것도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데 눈치 없이 짖어대고 있으니 어찌 몽둥이가 눈앞에 아른거리지 않으리오.
‘오늘은 솔피찌 담가보는 것으로 만족하세유.’
후배는 자신의 정보에 뭔가 착오가 있었다는 듯 다소 계면쩍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긴 얼음장 같은 물속이라 더는 뭘 기대하기 힘들 것 같았다. 물빛이야 쪽색으로
예전과 다를 바 없었지만, 주변 환경이 시간의 찌꺼기만큼 더렵혀진 게 못내 아쉬웠
다. 이따금 특대형 황금 항어들이 경질대마저 자끈동 분질러 놓는 곳이 그곳인데, 앞
으로 얼마나 더 그곳 붕어회 맛을 즐길 수 있을지...
서럽게 추운 물가에서 쇠몽둥이 앞에 끌려나온 개 떨듯 그저 한없이 떨다 왔나이다.
감사합니다.
진례못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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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례못 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예전에 붕어회를 무진장 많이 먹어 보았습니다
그 맛이란 안 먹어 본 사람은 그 맛을 모르지요 ㅠㅠ
그라고 그넘에 개**들은 꼭 중요한 타이밍에 짖어대곤 하지요
간만에 입질이 들어오려는 순간....긴장을 딱 하고 있는데....멍멍멍$&$&@
기냥 화~악 , 돌멩이라도 들고가서 확! ...쎄리고 싶은디....참자! 참아
어쨋던 좋은 저수지가 또 오염이 되어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럴때마다 우리의 보금자리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씁씁합니다
붕어는 없지만 재미있는 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담에는 재미나는 조행기 많이 부탁 드립니다
하긴 저도 요번 주말엔 스타트를 끊으려합니다.
허탕칠게 뻔하지만 그래도 가야겠지요....
언제 물가에서 뵙게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요
진례못 조행기 잘 익었습니다.
정성들여 만드신 그 솔피찌 물에 담그어 보셨으니...ㅎㅎ
그 솔피찌 저도 구경 함 해보고 싶습니다.
안전조행으로 늘 즐낚하십시요!
내요. 낚시꾼과선녀님... 그럴 마음(여러 회원님들께 보여주는 거)이 있었는데,
물사랑님 찌를 하나 받고선 그런 마음이 싹 갔어요. 너무 멋진 찌라서 감히 제가
만든 찌를 어디에 내놓고 자랑할 수 없게 되었답니다. ㅜ.ㅜ 나중에... 그러니까
남들 다 주무시는 밤 물가에서 만나면 그때 살짝 보여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