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스물스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잠을 제대로 못 잤나 봅니다. '몹시' 피곤하여, 현장에서 잠깐 이탈합니다. (이거, 근무태만 아닌 거 현명하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안전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조치인 거죠. 그죠?) 휴게실에서 담배 한 대 땡겨 주시면서 내 불안감을 역추적해 봅니다. ㅡ 뵙고 싶었습니다, 참말로! 기생오라비 같은 사내가 물가에서 제 손을 잡고 말했었지요. 바들바들 떨고 있는, 기생오라비의 손을 마주 잡으며 저도 말했습니다. ㅡ 조급하시긴. 때가 되면 만나게 될 텐데... 그래, 대명이 무엇인지요? ㅡ 주색잡기 주다야싸라고 불러 주십시오, 대협! 수많은 군웅이 각자의 자리에서 낚시삼매경 할 때, 그는 2박 3일 동안 굳건히 술자리를 지키더군요. 쫌 이상야릇한 사내였습니다. ㅡ 오오... 불 좀 꺼주시겠습니까? 경악할 정도로 머리가 큰 사내가 제게 말했습니다. ㅡ 대낮에 불이라뇨? ㅡ 대협의 아우라 때문에 눈이 부셔서요. 저는 그날, 그와 나란히 앉아, 그의 머리가 만들어준 그늘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제가 낚시하는 내내 그는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습니다. 배움의 즐거움을 아는 사내였습니다. ㅡ 아우님, 다시 한 번 보여 주시게나. 어둠 속에서, 그분께서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ㅡ 선배님, 무얼 말씀하신 건지요? ㅡ 방금 그 환상적인 캐스팅을 한 번만 더 보여 주시게. ㅡ 역시... 선배님의 매의 눈은 속일 수 없군요. ㅡ 아아... 누가 감히 아우님을 잡조사라 칭한단 말인가! ㅡ 이해하십시오, 계절바람 선배님. 우매한 백성들입니다. ㅡ 나는 하늘 위의 하늘을 보았네! 고맙네, 아우님. 아니, 대협! 이거였습니다. 그 왜 있잖습니까? 흠모하는 대상에게는 다 주고 싶은 그거! 제가 아무리 사양하고 만류해도, 이미 제게 반해버린 그분들입니다. 저의 기호가 엄청 럭셔리하고 아방가르드하다는 것을 눈치챈 분들입니다. 걱정이 많이 됩니다. 제 임기 동안은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지금이라도 전화를 해야 할까요? 아참! 그... 속공보트라는 거, 좋아 보이긴 하던데... ㅡ,.ㅡ"